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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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 그 영화의 비밀

trex 2009. 9. 1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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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 제가 정말 따온 모습이면 또 모르겠는데, 전혀 의외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경우도 있어서 참 재밌다는 생각을 해요. <강원도의 힘>의 후반부에 나오는 인사동 술자리 잡담 장면은 모델 없이 제가 만들어 썼는데, 어떤 분들이 술 먹을 때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썼다고 계속 말하더군요. 정말 웃겼어요.(웃음)


봉준호 : <괴물> 때도 그런 느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가장 밑바닥에 있고, 가장 속된 사람들이 가장 성스러운 행동을 하는 거죠. 처음 괴물이 출몰했을 때 강두(송강호)가 현서(고아성)와 함께 도망친다는 게, 남의 딸 손을 잡고 뛰잖아요. 나중에 동생 남일(박해일)이 욕하듯 그건 정말 가장 멍청한 행동이었죠. 그런데 끝날 때가 되면 강두가 또다시 자신의 딸이 아닌 다른 아이 세주의 손을 잡고 가는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가장 성스러운 행동이 되는 거죠.


류승완 :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면서 내내 <행복의 나라로>를 들었어요. '제발 이 사람들이 행복의 나라로 갔으면' 싶은 마음이었죠. 솔직히 말하면 라스트신 이후에도 그 사람들 생활이 크게 달라질 리가 없죠. 상환은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야 하고, 태식 역시 그게 그저 잠깐의 눈물과 웃음이었을 거예요. 그래도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클라이맥스가 있잖아요? 바로 그 클라이맥스에서는 화면을 정지시키고 싶었던 겁니다. 그게 영화라는 매체의 마술이니까요.


유하 : 창작자는 평생 동어반복을 하다가 죽는 것 같아요. 거기에 얼마나 밀도가 생기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뿐이죠. 저는 동어반복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아요. 단지 좀더 깊어지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네요.


임순례 : 저도 제목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해요. 제목만 잘 지어도 참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이상하게 생각이 안 떠오르더라구요. 저한테 선택하라고 했다면 차라리 '질 수 없다'를 선택했을 거예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참 대중적인 제목인데, 결국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대중들이 좋아할 수 있는 쪽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김태용 : 정유미씨는 그 제목을 정말 좋아했어요. 바꾸면 출연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죠.(웃음) 공효진씨는 제목이 '너무 구리다'고 하더군요. 제목 때문에 캐스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고 사람들도 극장에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면서요. 그래서 일단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말하라고 했죠. 읽고 난 뒤에도 '제목이 내용에 맞기는 한데 그래도 좋지는 않다'고 끝까지 말하더군요.(웃음) 저는 그렇게 갈리는 반응들이 오히려 맘에 들었어요. 정유미씨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공효진씨처럼 멜로적 감수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서 다양했다는 거죠.


= 이동진을 그다지 안 좋아하는데, 일단 묵직하고(756페이지) 사려깊고 집요하고 명쾌하고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