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장정일 [구월의 이틀] 본문

책줄읽고로그남김

장정일 [구월의 이틀]

trex 2009. 11. 23. 11:21

구월의 이틀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장정일 (랜덤하우스, 2009년)
상세보기



장정일의 (소설)세계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낯선 풍경은 아니다. [아담이 눈뜰 때]의 성장소설 외양, 그리고 그가 언제부턴가 천착하던 '아버지' 컴플렉스(또는 살부 의식)의 꿈틀거림, 관계를 맺는 이들과의 교차선을 긋는 수많은 '성적' 관계의 엉킴 등 온전한(?) 형태의 장정일 소설이다. 여전히 문제적이고 오해의 여지는 깊다.


제대로 된 '우익 청년 성장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작가의 말과 달리 책속의 우익들은 토악질 나는 구린내를 풍기며 2009년의 악취를 예고하고 있다. 장정일 초기 소설에 꾸준히 등장하던 '타자기'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라는 행위는 수컷 청춘이 함부로 휘두르는 성기와 달리 중심 잡힌 방향타 노릇을 하고 있다. 한 남자애는 악취 나는 우익의 틈바구니 속에서 미완의 상태에서 꿈틀대고, 한 남자애는 미숙한 문장력을 안고 글쓰기의 형태로 세상에 대응하려 한다.


정말 작가의 의도대로 속편이 나올 수 있을지. 글쓰기라는 순진한 대응으로 세상의 거대한 풍광에서 환멸로 지처 떨어나갈 청춘도, 태생 자체가 역겨운 우익의 거죽을 뒤집어쓴 청춘이 새로운 나비로 거듭날 광경도 참으로 미리 엿보기엔 버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