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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근 미래를 다룬 픽션이었던 [마션]을 떠올려본다. 한 남자를 구하기 위한 지상의 수많은 이들의 계산과 정치적 입장, 수치와 조직의 문제. 그럼에도 그들의 임무는 성공하고, 나사는 여전히 미국의 자랑으로 자리한다. 아직도 수많은 이들의 꿈이 되어. [히든 피겨스]는 이토록 미국의 자랑인 나사가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속에서 자국의 역사와 인종적 이슈를 극복했어야 함을 새삼 알려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으로 나오기까지의 몇몇 소수들의 분투가 있었음을... 영화적으로 훌륭하다기 보다 이야기로 훌륭한 쪽에 가까운 본작은 사실 몇몇은 다소 교조적이고 훈훈한 교육적 기능을 제공하기도 하다. 화장실 명패 에피소드가 대표적으로 그러한데, 그럼에도 유색인종 커피포트 이야기와 맞물려 60년대 + 흑인 + 여성..
별점은 고통의 제도 /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더 블랙 언더그라운드 「She's On Psychedelic」 음반은 마치 '세련된 김일두'처럼 부르는 「I Am A Punk Star」로 시작하는데, 거두절미하고 시작하는 본 곡은 이내 지글거리는 노이즈와 뱅글뱅글 도는 건반으로 매듭짓는다. 음반명엔 노이즈라고 자신의 음악을 포괄적으로 규정한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음반 발매라는 행위를 시작할 때부터 끊임없이 - 『INDIE ROCK & ROLL』(2015), 『The British Indie』(2016), 『Punk Attitude』(2016), 『The Anti Star』(2016) - 장르명 또는 씬 안에서의 태도(위치?)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묘하게 혼란과 궁금증을 ..
별점은 고통의 제도 /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구텐버즈 「방방곡곡 혁명가」 천천히 발돋움하다 무희처럼 이내 수놓는 기타, 음울한 그림자처럼 내내 깔린 베이스, 광장의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을 닮은 드럼. 그렇다. 광장. 스카웨이커스의 『The Great Dictator』(2017)가 지금 광장에 달려 나와달라는 촉구 같았다면, 구텐버즈는 마치 후일담 같은 덤덤함을 들려준다. 한 패션지가 댄스팝 싱어에게 던져준 '무심하고 시크하게'라는 표현은 인제야 제 주인을 찾아 구텐버즈에게 돌아갔다. 이 덤덤함 안에서도 도드라지는 끊임없는 역동은 개러지록과 인디펜던트한 요소 등 지금까지 구텐버즈를 형성한 염색체들의 복잡한 사정을 헤매게 한다. 작년 가장 중요한 음반 중 하나였던 『Things ..
- 피터 잭슨의 킹콩에서 바스타토사우르스 렉스가 하던 역할을 여기서는 스컬 크롤러가 하는 셈이구나. - 고질라의 경우처럼 뜸을 들이거나 하지 않는다. 바로 날렵하게 등장하고 파괴한다. 덕분에 인간과 콩의 관계에서의 유기나 교감은 약하다. 심지어 콩과 여성 사이의 관계를 묘사하는 어떤 폭력적인 에로티시즘도 제법 희박하다. 천만다행일까. - 지옥의 묵시룩을 표방하는 듯한 포스터 디자인에서부터 괴수물의 본산지 일본에 대한 예우를 표하는 것까지 바쁘다. 여기에 투자해준 중국 자본에 대해 구색을 갖추기도 해야 하고... 영화 산업의 본질이 원래 그랬지만 좀 불쌍한 구석도 있다. - 그래도 호연을 펼칠 기회 없이 바보들이 되어야 하는 배우들은 좀 안됐다. 존 굿맨은 여전히 잘 하고 있고, 스타워즈 프리퀄을 기점으로..
당일날 고민한 배경음반은 딱 두가지였다. 하나는 넥스트의 개한민국이었고, 하나는 메탈리카의 for justice for all이었다. 사실 기각/각하쪽이든 인용쪽이든 결과가 나오면 메탈리카의 음반을 틀기로 했다. 중의적이니까. 화날 때마다 개한민국을 들으며 지쳐 왔으니까 일말의 기대를 하고 싶었다. 그 전날 위원들과 이야기하며 7:1일까 8:0일까 예상을 하였다. 나같은 비관론자가 7:1에 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히려 행여 기각이나 각하가 되면 어쩌나 걱정하던 쪽이었으니까. 광장의 사람들에 대해 회의하고 그들의 힘이 유약하다고 낮게 본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세상에는 무소불위의 힘이 있고, 그것의 손가락질이 또 어떤 변수를 만들지 모른다고 걱정하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탄핵 당했고, 놀랍게..
별점은 고통의 제도 /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두예스터즈 「Ego」 일렉트로닉 비트처럼 규칙적으로 흐르는 드럼과 우울하게 뚝뚝 떨어지는 기타가 주도하는 초반은 차갑다. 규칙적으로 흐르던 드럼이 불규칙을 지향하며 부딪히고 교란하고, 능란하게 변화하는 기타의 중반부부터는 단순한 감상을 거부한다. 이윽고 몽롱하게 짓는 마무리. 낯선 인디 록밴드를 바라보는 시각을 미스터리 누와르 물로 교정시킨다. 인상적인 첫 만남이다.★★★1/2 파이커 「기억해줘」 싱글 커버 디자인을 닮은 곡 내내 영롱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렉 사운드, 시계추처럼 째깍째깍하며 점층적인 고조를 도모하는 초반의 기타, 수려하게 기운을 북돋는 백보컬의 하모니, 마지막으로 파르를 떨리는 키보드까지 이 유럽여행 지향성(?) 넘..
이번 시즌 가장 화제의 인물은 정관스님이 아닐까. 가장 예외적인 의미의 셰프이기도 하고 - 당연히 그 자신을 셰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 직업상의 의미로도 세계관을 봐서도 예외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여기에 가세하는 것은 오리엔탈리즘의 기운... 게다가 선에 대한 남다른 동경심과 신비주의, 웰빙에 대한 의식고조로 인한 대안적 식생활 등 제반적인 조건이 환상적이다. 뭔가 남다른 경애심을 느낄만하다. - 반면 내국인인 나같은 사람은 심드렁하지만 - 그래서 정관스님 편만 다큐 경쟁 부문에 출품한다고 하던가. 그런데 정관스님 편의 음식과 영상(이야 언제든 감탄 대상이지만)보다 나는 정관스님이 파편적으로 들려주는 가족사 대목에서 조금 마음이 흔들렸다. 깊게 묘사하지는 않았지만, 대목대목마다의 사연과 마지막..
별점은 고통의 제도 /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스카웨이커스 「보이지 않는 손」 장렬하게 터지는 관악을 받쳐주며 짜르르 흐르는 건반은 마치 지는 황혼의 풍경 같아, 현 정권의 운명에도 비유하고 싶다. (모쪼록 그랬으면 한다) 무엇보다 이 폭도의 고함 같은 통렬함과 연주의 장렬함은 스카웨이커스의 음악을 스카 코어에 근접게 하는데, 무리해서 쥐어짠다는 느낌 없이 이들과 잘 맞는다. 스카웨이커스와 ‘현장’은 언제나 함께였고,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들이 현장의 밴드임을 굳건히 한 듯하다. 그러니까 잠시 휴식을 허락해도 될테니 제발 이번주에 좀...★★★★ 신해경 「모두 주세요」 한 곡 한 곡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닥다닥 붙어 이어진다고 자랑하는 CD는 야속한 CJ대한통운 덕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