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한꺼번에 두 장씩(10) - 프렌지(Frenzy) / 콘(Korn)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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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두 장씩(10) - 프렌지(Frenzy) / 콘(Korn)

trex 2010. 8. 4. 11:46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12298

프렌지(Frenzy) 『Nein Songs』
튠테이블 | 파고뮤직 / 10년 07월 발매


1. 소멸하는 밤 Part.1
2. Icarus
3. Lily
4. 안녕
5. 소멸하는 밤 Part.2
6. Apollo 11
7. 런던 대공황
8. 별주부전
9. Sundance


불가해한 제목, 기재되지 않은 아니 존재하지 않는 가사, 그리고 사운드와 진행을 힌트삼아 이미지를 상상해야 하는 9개의 음악들. 덕분에 「Icarus」를 들으면 뜨거운 열병을 앓으며, 닿지 않을 하늘을 꿈꾸던 한 사내의 명멸을 상상할 수 있게 된다. 프렌지(Frenzy)는 언젠가부터 소리소문으로 제법 이름값을 넓히던 팀 중 하나였다. 포스트 락의 넓은 광해 또는 Experimental 풍의 사운드로 설명할 수 있겠으나, 지나친 실험성 보다는 제법 명료하게 잡히는 질감과 안정선을 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침잠하고 자신만의 성벽을 쌓는 겹겹의 실험성이 아닌 핵심적인 멜로디 라인과 서정적인 서사 구조는 밴드가 무언가 이야기를 건낸다는 인상을 준다. 「Lily」, 「별주부전」같은 제목은 그럴때 좋은 단서가 될지?(확실히 「별주부전」엔 은빛 바다가 떠오르기는 했다.) 얼기설기 엮인 단서를 모아 이야기의 수를 놓아야 할 일은 청자들의 몫일 터이다. 각 파트가 고집스럽게 자신들을 부각시키며 극단으로 치닫기 보다는 유려한 몸짓으로 층을 쌓는다. 「Apollo 11」, 「런던 대공황」등이 특히 그렇다.


다만 아직 프렌지만의 중핵은 무엇인지 잘 판단은 서지 않는다. 소문난 밴드의 라이브와 겹겹이 쌓이며 치닫는 중핵으로의 진입을 목도하지 못한 탓 같다. 좋은 밴드를 알게 된 계기로는 좋았는데, 좋은 앨범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는 손인사는 잠시 멈칫하게 된다. 한계를 체감한 채 아쉬움을 안고 「Sundance」를 듣는다. 이글거리던 것이 이내 사르르 지고 있다.


콘(Korn) 『III : Remeber Who You Are』
로드러너 | 워너뮤직코리아 / 10년 07월 발매


1. UBER-TIME
2. OILDALE (LEAVE ME ALONE)
3. POP A PILL
4. FEAR IS A PLACE TO LIVE
5. MOVE ON
6. LEAD THE PARADE
7. LET THE GUILT GO
8. THE PAST
9. NEVER AROUND
10. ARE YOU READY TO LIVE?
11. HOLDING ALL THESE LIES


1, 2집 시대의 회귀라는 세간의 평에 일단 머리를 갸우뚱하게 된다. 물론 동의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헐벗은 분노감, 앨범 커버에 끈적이게 뒤엉킨 페도파일의 기운, 연주에 서린 날것의 질감 등 굉장히 의식적으로 '영광스러웠던' 한 때를 재현하려는 욕구가 보인다. 물론 그 욕구를 푸는데 있어 프로듀서 로스 로빈슨의 기여도는 상당하며, 결과물도 나름 성공한 듯 하다. 그때의 분위기를 재현하려 했다는 1차적 욕구가 있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콘이 이런 욕구를 보인 것이 비단 본작 뿐이었던가. 『Take A Look In The Mirror』당시에도 비슷한 이야기는 있었고, 비슷한 사람들의 흥분과 안도감이 있지 않았던가? 그 이후엔 어떤 일이 있었던가. 『See You On The Other Side』와 『Untitled』를 통해 전자 사운드와의 교합이라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고 밴드가 우왕좌왕하는건지 팬들이 우왕좌왕하는건지 알 수 없는 산만한 이력이 이어졌다. 씁쓸하게도 전작 앨범을 통한 시도들이 실패라는 것을 자인한 것일까? 여기에서 답을 서둘지는 않겠다. 본작 역시 되돌아볼 때 어떤 식으로 자리매김할지 알 도리가 없을테니 말이다.


「LEAD THE PARADE」의 잔뜩 눌린 사운드 안에서 으르렁 대는 조너던 데이비스의 보컬, 「LET THE GUILT GO」에서의 장렬함과 조롱조가 뒤엉킨 기이한 풍경들, 「ARE YOU READY TO LIVE?」, 「POP A PILL」등이 선사하는 기시감들. 당시를 좋아했다면 사람에 따라선 굉장히 반가울 것이다. 사실 나도 굉장히 반가웠다. 하지만 이것이 '회귀'라는 키워드로 호명될만한 첫번째 예시도 아니었거니와, '회귀'조차도 재탕할 수 밖에 없는 밴드를 바라보는 측은함이 앞선 덕에 심사는 좀 복잡하다.


[1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