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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찬 『9』 : 완만한 근사함. 본문
+ 음악취향Y 업데이트 : http://cafe.naver.com/musicy/12353
조규찬 『9』
비타민엔터테인먼트 | 워너뮤직 코리아 / 10년 07월 발매
1. Morning
2. Sunrise
3. WOW / feat. 이소라
4. Crzy / feat. 정인
5. Pause
6. 어려운 말 / feat. 스윗 소로우
7. Instead of you
8. 풍선
9. Is this love
10. Without you / feat. 박완규
11. Just married / feat. 해이
12. Suddenly / feat. 박혜경
13. Jessie
14. Drive 2
15. April song / With April's mom
리메이크 앨범과 어쿠스틱 베스트 앨범을 내던 시기 그의 인터뷰 중 가장 가슴 철렁한 순간은 '정규반을 낸다는 것에 대한 회의'를 표하던 때였다. 조규찬 같은 목소리를 지닌 싱어송라이터가 자신의 이력을 정리하는 베스트 앨범과 리메이크 편곡에 이력을 보내는 것에 대해 도무지 만족할 수가 없었고, 그가 '사막' 저편으로 서서히 흐릿하게 사라질까봐 겁마저 나던 터였다. 그래서 『9』가 무척이나 반갑다. 한동안 유학을 위해 이 땅을 떠나는 그이기에 잦은 안부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서도(언제는 자주 들었던가?), 『9』를 비롯한 숱한 정규 디스코그래피와 『무지개』 같은 첫번째 더블 앨범 베스트반으로 간혹 그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적인 면모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낯선 것이겠지만, 실은 그는 이력 동안 삐죽 솟은 냉소적인 가사와 예상불허의 시도로(「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 「비둘기야 비둘기야」, 「상어」) 음악팬들의 귀를 쏙 당기기도 했고 일련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시도로 자기과시적인 앨범(가령 7집 『Single Note』)들을 낳기도 했었다. 이에 비하면 들쑥날쑥한 시도보다는 차분한 탐구생활 제출물 같았던 『Guitology』에선 한 뮤지션의 성장치 면에서 뭉클한 만개를 목도하게도 했었다. 이에 비하면 『9』는 한층 차분해졌고, 정리정돈은 더욱 만전을 기했다. 예측불허성을 기대한 몇몇 이들의 입장에선 입이 삐죽 나올지도 모르겠다.
먼저 도드라지는 것은 해이의 미니 앨범 『Vegetable Love』에서 진작에 예고된 셈이었지만, 가족 구성원과 같이 산다는 체험을 기적담 풍으로 토로하는 흥분감이다. 냉소를 말하던 펜은 따스한 이불이 덮인 침대 틈새 속에 사라졌다. 남녀 관계를 정형화된 공식으로 표현할 법한 단어인 '매뉴얼'은 서로간의 인연과 조율이라는 온화환 시선으로 뒤바꼈다.(「Just married」) 덕분에 이별 후의 회고와 메마른 갈망을 표현하는 「Instead of you」, 「Is this love」등은 절박하게 들리기 보다는 안정되고 완만하게 들린다. 리드미컬하게 건반은 굴러가고 기타는 코드를 맛깔나게 짚는다.(「풍선」) 모든 것은 평화롭다.
또한 이 땅을 잠시간 떠나는 그의 입장에서는 동시대의 역량있는 보컬들을 좀더 소개하고팠던 모양이다. 가령 「Without you」에서의 박완규는 피처링의 위치가 아닌 거의 주인공격이다. 이런 일련의 듀오 넘버들에서 실감한다. '아 박완규와 박혜경이 정말 괜찮은 싱어들이었구나!'라는 늦은 깨달음들. 어쩌면 정규반을 내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간간히 토로하는 조규찬의 입장에서 작은 항변을 하는 것이 아닐까했다. 좋은 목소리를 지닌 싱어들을 제대로 소비하기 보다 다른 방식의 소비를 활성화하는 '이상한 나라'의 시장을 향한 내내 곱씹은 토로들.
좋은 싱어이자 좋은 작곡가라는 것들을 증명하는 넘버들 「WOW」, 「Instead of you」, 「Drive 2」등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다. 내겐 왠지「Suddenly」가 일전에 그가 쓴 「Strawberry days」의 반복 같이 들렸다. 기시감도 이력 정리 앨범에서는 필히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인가? 석연찮음에도 불구하고 『9』가 듣기 좋은 앨범이라는 사실에선 앞서서 동의할 것이다. 대중적인 접근을 앞세운 6집 『해빙』에서조차도 묘하게 비균질적인 구석을 보이는 몇몇 트랙들이 배치되었는데, 『9』는 평탄한 도로를 타는 기분이다. 이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는 조규찬이라는 이름값에 대한 기대치 덕에 갸우뚱하지만, 전체를 놓고 훗날 다시 살펴보기엔 10집이라는 존재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지금 당장엔 몇몇 서운함과 몇몇 근사한 팝 넘버들 사이에서 『9』는 한동안 플레이될 것이다. 기다림이 너무 길지만 않기를 소박하게 바라며.
[100814]
조규찬 『9』
비타민엔터테인먼트 | 워너뮤직 코리아 / 10년 07월 발매
1. Morning
2. Sunrise
3. WOW / feat. 이소라
4. Crzy / feat. 정인
5. Pause
6. 어려운 말 / feat. 스윗 소로우
7. Instead of you
8. 풍선
9. Is this love
10. Without you / feat. 박완규
11. Just married / feat. 해이
12. Suddenly / feat. 박혜경
13. Jessie
14. Drive 2
15. April song / With April's mom
리메이크 앨범과 어쿠스틱 베스트 앨범을 내던 시기 그의 인터뷰 중 가장 가슴 철렁한 순간은 '정규반을 낸다는 것에 대한 회의'를 표하던 때였다. 조규찬 같은 목소리를 지닌 싱어송라이터가 자신의 이력을 정리하는 베스트 앨범과 리메이크 편곡에 이력을 보내는 것에 대해 도무지 만족할 수가 없었고, 그가 '사막' 저편으로 서서히 흐릿하게 사라질까봐 겁마저 나던 터였다. 그래서 『9』가 무척이나 반갑다. 한동안 유학을 위해 이 땅을 떠나는 그이기에 잦은 안부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서도(언제는 자주 들었던가?), 『9』를 비롯한 숱한 정규 디스코그래피와 『무지개』 같은 첫번째 더블 앨범 베스트반으로 간혹 그를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정적인 면모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낯선 것이겠지만, 실은 그는 이력 동안 삐죽 솟은 냉소적인 가사와 예상불허의 시도로(「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 「비둘기야 비둘기야」, 「상어」) 음악팬들의 귀를 쏙 당기기도 했고 일련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한 시도로 자기과시적인 앨범(가령 7집 『Single Note』)들을 낳기도 했었다. 이에 비하면 들쑥날쑥한 시도보다는 차분한 탐구생활 제출물 같았던 『Guitology』에선 한 뮤지션의 성장치 면에서 뭉클한 만개를 목도하게도 했었다. 이에 비하면 『9』는 한층 차분해졌고, 정리정돈은 더욱 만전을 기했다. 예측불허성을 기대한 몇몇 이들의 입장에선 입이 삐죽 나올지도 모르겠다.
먼저 도드라지는 것은 해이의 미니 앨범 『Vegetable Love』에서 진작에 예고된 셈이었지만, 가족 구성원과 같이 산다는 체험을 기적담 풍으로 토로하는 흥분감이다. 냉소를 말하던 펜은 따스한 이불이 덮인 침대 틈새 속에 사라졌다. 남녀 관계를 정형화된 공식으로 표현할 법한 단어인 '매뉴얼'은 서로간의 인연과 조율이라는 온화환 시선으로 뒤바꼈다.(「Just married」) 덕분에 이별 후의 회고와 메마른 갈망을 표현하는 「Instead of you」, 「Is this love」등은 절박하게 들리기 보다는 안정되고 완만하게 들린다. 리드미컬하게 건반은 굴러가고 기타는 코드를 맛깔나게 짚는다.(「풍선」) 모든 것은 평화롭다.
또한 이 땅을 잠시간 떠나는 그의 입장에서는 동시대의 역량있는 보컬들을 좀더 소개하고팠던 모양이다. 가령 「Without you」에서의 박완규는 피처링의 위치가 아닌 거의 주인공격이다. 이런 일련의 듀오 넘버들에서 실감한다. '아 박완규와 박혜경이 정말 괜찮은 싱어들이었구나!'라는 늦은 깨달음들. 어쩌면 정규반을 내는 것에 대한 회의를 간간히 토로하는 조규찬의 입장에서 작은 항변을 하는 것이 아닐까했다. 좋은 목소리를 지닌 싱어들을 제대로 소비하기 보다 다른 방식의 소비를 활성화하는 '이상한 나라'의 시장을 향한 내내 곱씹은 토로들.
좋은 싱어이자 좋은 작곡가라는 것들을 증명하는 넘버들 「WOW」, 「Instead of you」, 「Drive 2」등에도 불구하고,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다. 내겐 왠지「Suddenly」가 일전에 그가 쓴 「Strawberry days」의 반복 같이 들렸다. 기시감도 이력 정리 앨범에서는 필히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인가? 석연찮음에도 불구하고 『9』가 듣기 좋은 앨범이라는 사실에선 앞서서 동의할 것이다. 대중적인 접근을 앞세운 6집 『해빙』에서조차도 묘하게 비균질적인 구석을 보이는 몇몇 트랙들이 배치되었는데, 『9』는 평탄한 도로를 타는 기분이다. 이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는 조규찬이라는 이름값에 대한 기대치 덕에 갸우뚱하지만, 전체를 놓고 훗날 다시 살펴보기엔 10집이라는 존재는 한참 기다려야 한다. 지금 당장엔 몇몇 서운함과 몇몇 근사한 팝 넘버들 사이에서 『9』는 한동안 플레이될 것이다. 기다림이 너무 길지만 않기를 소박하게 바라며.
[10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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