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 : 감각의 상황극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김지운 감독이 독창적인 장치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건 [장화. 홍련]의 관절 딱딱거리는 여자 귀신으로도 입증되었다. 하지만 실내에서 각각 여러 동선으로 움직이며 충돌하고 파국을 일으키는 캐릭터들의 향연 정도는 보여줄 수 있는 감독인 것도 사실이다. 그에게 만주 벌판은 조금 넓었던 것 같고([놈놈놈]), 레슬링 경기가 열리는 링과 객석의 크기 정도는 충분했던 것 같다.([반칙왕]) 

이번에도 그의 등장 인물들은 저택 안에서 얽히는데, 캐릭터의 충돌이라기보다는 육체의 충돌이다. 거창하게 상상하자면 애초엔 '서로의 심연 바닥에 있는 각기 다른 모양새의 괴물'과 닮아가는 두 남자의 충돌을 기대했는데, 극적으로 대립하는 연기 대결보다는 그냥 서로간의 역할을 하는 정도랄까. 팔을 꺾고, 칼로 베어내고, 둔기로 찜질을 해댄다. 그 정도로 할만큼 했다고 생각했을 때, 영화가 후반부에 다소 늘어진다.

두 남자는 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해왔고, 섞일 일이 애초에 없었을 존재였지만, 어느새인가 서로를 '개사이코 새끼'라고 호명하고 풀리지 않을 분을 안고 여기저기서 부딪히며 폭발한다. 그 안에서 김지운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잘못되었음을 말하지만, 그것들은 스케치로 스쳐 지나가고 사실상 남는 것은 부러지는 관절과 뜯겨나가는 근육의 효과음 속에서 남는 카타르시스다. 우리가 저 폭력을 목도하며 느끼는 안스러움과 도취의 감정을 부끄럽게 발가벗기는 화끈한 (전이된)관음. 남자들은 입이 뜯겨나거거나 안구가 움푹 패이고, 여자들은...

[살인의 추억]에서 용의자는 터널 저편으로 아득하고 음험하게 사라졌지만, [악마를 보았다]의 용의자(지만 관객들도 주인공도 명백히 알고 있는 범인)는 문득 눈을 떠보니 황망하니 터널이다 싶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종횡무진 둔기와 성기를 휘둘러댄다. 이쪽의 용의자는 주도면밀함과 '살인의 신호'를 일깨우는 계기가 애초에 없는 것이다. 그는 국도를 가로지르며 먹이를 찾을 뿐이다. 저택 장면의 (아마도 제한상영가와도 관련이 있을)'개'들과 개목걸이에 질질 끌리는 피해자와 절뚝거리며 먹이를 찾는 가해자의 간극은 좁혀진다. [악마를 보았다]는 애초에 제목이 틀린 영화다. 여기에 악마는 없다. 육체와 짐승의 감각이 훨씬 도드라진다.

마지막 처단법은 김지운 감독이 데뷔작에서부터 여전히 지금까지 '짖궂은 코미디 화법'의 능수능란한 사용자임을 보여준다. 김지운 감독은 [악마를 보았다]를 통해서 시대의 근심도 품지 못했고, 도저한 구원의 질문도 건네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달콤한 인생]의 크기 정도의 품에서 '한 남자가 처한 답없음의 상황극'을 익숙하게 빚어냈다. 영화가 끝난 후 바라본 세상이 그렇게까지 아득하게 느껴지지 않는 탓도 거기에 있다. 넓고 광활하지만 얇은 그의 세상.

악마를 보았다 감독 김지운 (2010 /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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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너프' 놀고 있네.

+ '이번만큼은 제한상영가가 옳았겠네요'라고 운운하며 방방 뛰는 너희들은 우익이 싼 똥 속에 묻은 빛나는 반지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