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와 얼굴들 [2집]에 대한 간단한 초록(1차)

음악취향Y의 회원 참여 코너인 [월간 앨범]을 위한 앨범 소개차 적은 글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어떤 글의 '확대 버전'을 위해 초록함.

================

세상엔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표현들이 많지요. 가령 서포모어 징크스라는 말이 그렇습니다. 저는 그 표현이 정확하진 않지만 감상과 감흥의 대상이 되는 음악을 경제학의 논리로 심술궂게 재단하는 표현으로 보입니다. 네가 얼마나 더 잘되는지 한번 노려보마 하는 투로 말이죠.

장기하의 무대를 작년 지산락페에서 보았습니다. 어느새부터 그는 미미 시스터즈를 대동하지 않더군요. 전 그게 더 좋아 보였습니다. 흐물흐물한 이슈는 그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보다는 그를 한갓 이슈메이커로 보이게 만드는 장벽 같았습니다. 무대는 어땠냐구요? 좋았습니다. 그는 소문대로 발음이 좋았고, 무엇보다 어느정도 락스타로서의 자의식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게 꽤나 건강해 보였습니다. 

그 당시 이미 2집에 들어갈 신곡이라며 'TV를 봤네'를 들려줬습니다. 그 곡은 제게 좀 별로였습니다. 이제 한적한 말투로 다소간 뒤튼 심사를 표현하는 노래들은 안해도 되지 않겠냐 싶었습니다. 그러다 1년이 조금 덜 되 지금 2집이 공개되었습니다. 이제는 적어도 레퍼런스를 의식적으로 추출한 듯한 모습보다는 보다 밴드로 보입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오리지널리티'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하는 듯 합니다.

일단 건반의 가세가 밴드 사운드를 풍성하게 합니다. 하몬드 오르간, 무그 신디사이저 등이 출렁출렁 짜르르한 선율로 이들이 재현하려는 어떤 당대를 잘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미미의 앨범으로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과시함은 물론, '한국 특정 락 밴드들'에 대한 오마쥬 감각을 발휘한 하세가와 요헤이의 존재도 그렇습니다. 그는 점점 '과거의 당대'를 '지금의 당대'에 놓고 재현하려는 한국대중음악사의 어떤 탐색가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9번 트랙과 10번 트랙은 노래 잘 부르는 장기하와 밴드 자신들의 자신감이 총화되어 나올 수 있는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덕분에 1집에 대한 다소간 거리감이 있었던 시선을 부비고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서포모어 징크스들은 수치에 신경쓰는 사람들에게나 문제일 듯 합니다. [110614]

장기하와 얼굴들 2집 - 장기하와 얼굴들 음반>가요 아티스트 : 장기하와 얼굴들 출시 : 2011.06.09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