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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 엣지러너]

trex 2022. 11. 6. 12:13

달에 가고 싶어 하는 여성과 극 중 배경이 되는 나이트 시티에서의 삶에서 성공을 획득하려는 남성이 만나 전형적인 BOY MEET GIRL의 공식을 이어가는 저패니메이션이니 한편으론 멜랑콜리한 엔딩은 피하지 못했을지도. 그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외부 평가가 좋았고, 원 세계관을 다룬 콘솔 게임이 최근 몇 년간 여러 이유로 여러 이야길 만든 타이틀이어서 애니메이션 발표 이후 게임 마켓 서비스 STEAM에서의 동시 접속자 수를 다시 상승세로 이끌었다. 가뜩이나 이런 붐 덕에 넷플릭스 코리아의 내부 심사가 본의 아니게 타 국가보다 늦어져, 이것 또한 여러모로 원성의 이유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관심에 부합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일찌기 일본의  대중문화 토양 자체가 [사이버펑크 2077]은 물론 [공각기동대]를 위시한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토양이자 마치 본향 대접을 받은 탓도 있고 -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의 아키라 바이크 등을 상기해보라 - 경제적인 최소한의 프레임 개수로도 최대치의 이펙트를 만드는 저패니메이션의  공력은 서구권에서도 [킬라킬]을 통해 충분히 전달되었고, 스튜디오 트리거는 그간 [스타워즈 : 비전스]의 몇몇 에피소드로 능력을 입증해왔기에 이번 반향도 낯설지 않다.

충만하게 발산하는 에너지와 긍정이 상대적으로 부갑된 [킬라킬]과 달리 [엣지러너]의 초반은 분위기상 암울함에 주력한다. 가히 마이클 무어가 다큐멘터리 [식코]로 보여준, 복지와 보험이 극단적으로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풍경을 보여준다. 사이버펑크가 보여주는 이런 참혹함 - 소득 불균형의 밑에 자리한 서민에게 의료와 장례는 그저 형식상의 절차에 불과하고, 도심 상당 부분은 슬럼화 되어 VR 포르노와 스너프에 중독된 청춘으로 가득하다. -속에서 주인공들은 대기업의 하청과 작업 수주로 언젠가는... 언젠가는의 달을 향한 그들의 희망에 근접하려 한다.

이 과정은 당연히 순탄치 않고, 금전이든 신체의 피지컬 문제든 상승에 닿고자하는 욕망의 테마는 언제나 비극을 초래한다. 인간의 지니고 있는 허약한 신체의 본질을 뚫고자 한 하이테크 기술은 중독과 부작용으로 극의 파국을 슬슬 유도한다. 첫 번째 시청보다 2차 시청이 보다 좋았던 경우였다. 안구가 살짝 뜨뜻했고, 어느 쪽에선 시즌 2에 대한 기대도 있는 모양인데 실상 비극 자체의 완결성이 있는 이야기라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게 나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