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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감상정리

[에반게리온 : 파]

trex 2009. 12. 5. 15:51

- 그러니까 영화 한편 보기 위해 가는 설레임이 오후부터 저녁까지 가슴을 지배하는 경우가 몇번 있었던가. 나에겐 반지 시리즈가 그랬는데 참 오랜만의 감정이었다. 영등포역에서 내려 센트럴시티까지 걷는 발걸음엔 확실히 힘이 들어갔었다.

- 완전 정신없는 5호기 액션이 인트르로 깔리고, 초중반의 개그 터치와 인물 소개에서 다소간 마음의 온도가 내려가고 있었다. CG로 그린 비행 물체들의 질감이 종이 같구나 트집 잡으면서 투덜거리는 찰나.

- 파괴된 세계, 붉은 바다가 찰랑이는 이 새로운 세계에서 인물들은 달라졌고, 그 변화의 키워드를 굳이 말하자면 '적극성'이었다. 아이들은 보다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바깥으로 꺼냈고, 신지는 액체로 출렁이진 않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듯 손길을...손길을 적극적으로 뻗는다.

- 인물들의 관계는 다소 교정되었고, 어른들과 에바를 이용하겠다는 신 캐릭터와 대사 한마디한마디가 숨통을 조이게 만드는 카오루는 3편을 잇는 굵은 낚싯줄이다. 이름이 바뀐 아스카와 '나의' 2호기가 처해야 하는 현실이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영상만큼은 아연하다. 파괴와 탐식은 CG 그림 덕에 표현와 연출의 제한선이 없어졌고, 그 광경은 흡사 [엔드 오브 에바] 난리통의 프로토 버전 같다.

- 내려간 내 몸의 온도는 다시금 뜨거워졌고, 오리지널 에바 시리즈의 교정본 정도의 역할에 멈출 줄 알았던 '서'와 달리 '파'는 이 무서운 장사질이 리부팅 수준임을 알려주었다. 자존심이 없는 나는 설득되었다. 맘대로 해라. 파괴든 재생이든.


에반게리온 : 파(破)
감독 안노 히데아키, 마사유키, 츠루마키 카즈야 (2009 / 일본)
출연 오가타 메구미, 하야시바라 메구미, 미야무라 유코, 사카모토 마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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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애들 신체 부각은 별로 쯧.
+ 정작 TV판에서는 안 좋아했는데 노을빛 안에서 덜컹거리며 달리는 전철을 극장판으로 보니 왜이리 뭉클하던지.
+ 당연히 엔딩 크레딧 보셔야 하고, 어쿠스틱 버전 주제곡 감상하셔야 하고, 'Q' 예고편도 그렇지만 일단 엔딩 크레딧 후 끝까지 다 봐야 '파'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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