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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이번 책 역시 들순이가 병실에 누워 있는 나를 위해 사준 책 목록 중 하나였다. 보통은 노인성이라고 알려진 뇌졸중이나 중풍 등의 청천벽력 같은 일들의 연령대는 짐작하겠지만 갈수록 연령대가 낮아지거나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런 변고에 대해 경험이 없거나 필히 당혹스러울 이들에게 가이드가 되는 지침이나 충고해 줄 만한 대목이 필요하다면? 질의와 답변 형식의 이숙한 'FAQ' 형식이라 책터마다 믿음이 가는 구성으로 필요할 때마다. 또는 궁금한 대목 별로 읽기에 편의성이 있다. 출간을 가능하게 한 의료진의 입장 등이 반영된 한방 치료에 대한 언급도 있는데, 나야 입장의 차이가 있으니 이 부분은 신뢰는 낮아 넘겨 버렸고... 책이 여러모로 이런 일을 당한 환자를 가진 보호자나 가족에게도 여러모로 전달하는 바가 있어..

머쓱하지만, 책이 다루고 있는 테마상 내 경험을 간략히 적는 것으로 시작해야겠다. 사실 어떤 방식으로든 앞으로를 염두해 내 사적인 경험인, 뇌졸중과 재활 과정을 담을 글의 나열을 준비하고 있다.(진행 중) 출판물의 형태나 여러 다변화된 매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니 향후 그것을 매개로 만날지 모를 분들을 위해, 일단은 미리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아무튼 - 이 책은 그 매체가 언급할 기간 동안 여자 친구가 읽어보라며 추천한 목록이다. 뇌과학을 다루고 연구하는 석학의 머리 안에 실제로 뇌졸중이라는 비극이 발생했을 경우의 참극은...? 그런데 결과적으론 '뇌를 다루는 나의 뇌에 정작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정말 근사한걸?'이라는 파격적인 사고로 삶의 과제를 당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정말 ..

입원 중 제일 읽고 싶은 책이라도 하나 있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 답을 늦지 않게 했다. 이 책이었는데, 작가의 이전작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통한 신뢰가 일단 컸고, 작가의 파트너인 박태하 작가의 [책 쓰자면 맞춤법]가 보여준 글쓰기의 기본 덕목인 정확성과 실력을 통한 믿음이 있어서였다. 도서 속 - 밀양 아랑제 - 에 대한 개인적 경험도 컸다. 작품이 간혹 언급하는 K-틱함의 총화랄까. 엄연히 성폭력에 대한 사건임에도 이걸 정조의 수호이자 청정한 여인네의 모습에 대응한, 기가 막힌 한국화. 이런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할 정서들이 이 책 안의 '축제' 이야기 속에 한껏 담겨 있다. 믿을 수 있는 문장, 그리고 작가들이 담아서 풀어놓는 웃음의 감각은 건강하고 각 챕터마다 기운을 발휘한다. 이 ..

나를 비롯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길든 짧은 형식이든 창작의 형태로 글쓰기의 결과물을 낳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이후의 과정은 누구나 익숙하게 알 것이다. 머리 안에 두루뭉술하게 가지고 있던 발상, 그냥 가지고만 있는 창작자라는 이름을 향한 의욕만으로 첫 문장은 어떻게 낳을까 하는 허송 세월의 시간들. 이것이 적지 않은 너와 나의 글쓰기의 어려움을 낳는다. 여기에 작가는 쉽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과 타입별 조언을 준다. 평소 인터넷 커뮤니티와 웹 안에 정평이 있었던 작가의 익숙한 화술과 문체를 여기서도 발견할 것이다. 책 말미의 조언 중 내겐 SNS 속 세상보기와 개입에 마음의 빈도를 낮게 주라는 부분이 은근히 제일 와다왔다. 방법론과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작가로서의 태도와 심성이 중..

음악인이자 책방 주인 요조의 책. 참 자연스럽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길 녹여낸다. 자신을 개체로 빚어낸 부모, 학생 시절 고난의 가해자에서 노원구의 떡볶이집 동행자가 된 친구, 언제나 그의 책에서 중요한 기억의 원천으로 살아남아있는 동생 '자이언트', 출판계 사람들 모두가 알뜰하게 이야기를 수놓는다. '소림사'에서 '스넥집'까지 일상과 떡볶이를 둘러싼 풍경과 정물들은 짧지만 짙은 인상을 남기고 때론 말을 건넨다. 이중 스넥집 사장님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내겐 깊게 남을 수 밖에 없었다.책의 서사는 채식주의를 택한 저자의 결단부터는 새로운 국면을 보여준다. 떡볶이는 세상을 보며 소박하지만 즐겁게 살고자하는 욕심을 지닌 저자의 태도를 대변하는 요체이기도 하다. 작고 아담한 판형 안에 그 욕심과 시선, 다..

안과에서 점안액을 안구에 투입하고 보통은 3~40분간은 발은 곳에서의 과도한 빛샘 현상을 느끼고, 이후 가볍고도 맑은 모호한 시야를 가지게 된다. 그것이 인상주의 작가들이 본 세상과 닮았을까 잠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정리할 순 없었다. 빛 자체가 가진 파장과 희열을 묘사하려 천착한 움직임을 필두로 이후 인상주의는 보다 명료하고 굵은 선을 가진 사조, 보다 표현주의에 천착한 사조 등으로 다양하게 갈라졌고 아시다시피 종내에는 현대미술의 움직임을 열었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시리즈는 이렇게 발매가 역사 순을 따르지 못한 채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최종 언급한 이후 다시금 차례를 역으로 돌아 인상주의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흔히들 모더니즘이라 일컫는 시대 직전의 징조를 만든 다채로운 움직임..

내가 말했지. 2018년 최고의 웹툰은 심우도의 [우두커니]이고, 2019년 최고의 출판만화는 심우도의 [우두커니]라고. 듀오 작가 심우도의 작품 [카페 보문을 부탁해요]를 좋은 기회가 되어 출판본으로 볼 수 있었다. 흐린 기억 속에 레진 코믹스를 통해 연재가 시작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결말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심우도 작가 특유의 문체인 차분한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그림체 역시 반갑다. [우두커니]가 실제 있었던 가족사를 기반으로 한 극화라면, [카페 보문...]는 몇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창작물일 것이다. 극 자체가 간혹 가볍게 꿈을 이용한 환상적 장치들이 있고, 연애라는 주제를 가지고 온 편안함이 있다. 그럼 [우두커니]가 가진 필연적 비극의 구조가 없느냐? 그건 아니고, 생..

빌어먹을 세상 따위 국내도서 저자 : 찰스 포스먼(Charles Forsman) / 성기승역 출판 : 프시케의숲 2018.06.12 상세보기 넷플릭스 드라마 버전을 통해 알게 된 타이틀이라 마침 출판본을 볼 기회에 놓치지 않고 바로 완독 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톤이 다르다! 그리고 드라마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을 떠나서 나오기 힘들겠다 실감했다. 출판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즌 1이 우러나올 수 있었고, 시즌 2의 내용은 제작진과 팬덤의 기대감을 반영한 어떤 서사의 부풀리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니 마련이다. 시즌제를 떠나서 독립적인 출판물로서의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황량하다. 드라마 생각했다가는 허무함과 비의의 가벼운 수렁이 빠질지도? 아무튼 책과 비교하자면, 드라마는 일종의 베리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