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본문
도서의 개요와 목차가 바로 겉표지에 바로 명시된 다소 파격적인 편집부터 눈길을 끈다. 얼마부턴가 우리에게 익숙한 독립출판 형식의 도서들, 그중 일부는 솔직히 공허한 속내용과 방만한 편집으로 보기도 민망했지만,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편집부 시리즈는 참 출중했다. 그 중 첫번째 작업인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을 볼 수 있게 되어 좋은 행운이었다.
3년 이하 기간 동안 운영중(-ing)인 지역 빵집, 소규모 책방,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지역민 등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묶어 일관된 테마 안에서의 다양한 목소리를 채집해 온 이 시리즈는 SNS 안에서 우리가 낭만적으로 인식하던 여러 삶의 풍광들을 현실의 지표로 되짚어보며 직설적인 언어들을 들려준다. 빵집 편에서 계산대 앞에서 침을 뱉은 이른바 손님이라고 불리는 시민들의 존재는 참혹한 씁쓸함을 전해준다.
부동산, 협소한 방식으로 길들여진 입맛의 문제는 지역 자영업자들을 크고 작게 위축시키고 ‘한번도 힘든 적이 없고 너무 재밌었다’는 빵만들기 기술자들의 평균 수명을 낮추게 하는 요인이다. 프랜차이즈가 가진 가격 경쟁력에 대항하여 기술 평균치를 상승시켜야 하는 안팎의 요구, 입맛의 기준도가 높아진 미식 계층의 고급 재료와 유기농에 대한 인식(및 편견)에 대항해야 하는 현실적 고집의 문제 등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물론 단순히 이것은 그들에게 흥미 본위의 테마가 아닌 하루하루를 채우는 현실적 과제겠지만.
편집 방향과 비용의 문제에 결부되어 컬러 사진이 아닌 것도 아쉽고, 거주자로서 은평구에 대한 안배가 부족해 아쉬웠지만(ㅎㅎ) 이 비슷비슷한 목소리들 안에서 각각의 고집과 고민을 안고 있는 생활인들의 존재와 에너지가 실감나게 와닿았다. 좋은 취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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