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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인 디 에어] 본문
천직이라는 말이 있다. 해고 통보 전문가라는 직업에 걸맞는 남자 라이언 빙햄. 가족과도 진작에 소원하고, 사람들에겐 '백조보다는 상어처럼 빠르게 움직여라'라고 말하는 강연자이기도 하고, 마일리지가 차곡차곡 쌓이는 출장 근무를 사랑한다. 사려깊은 어투와 표정으로 해고자들을 앞에 두고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다가 기어갈 힘 정도만 남겨둔 채 안전하게 '내동댕이' 쳐주는 효과적인 기술자이기도 하다. 그의 가방 안엔 가정과 주택이 주는 안락함보다는 '정장 유목민'에게 걸맞는 아이템들이 충실한 매뉴얼에 의해 차곡차곡 쌓인다.
우리는 이렇게 초반을 보고 쉽게 예상하게 된다. 아 저 사람이 주변의 사람들과 사건에 의해 조금씩 변하게 되는구나. 그 과정을 보여주게 되겠구나. 물론 맞다. 라이언 빙햄은 변한다. 하지만 그걸 여실히 예상대로 보여줄리가 없지 않은가. [주노]의 감독 답게 급박하거나 안달하지는 않게, 여유있는 포크송처럼 흘러가는 [인 디 에어]는 나름 변주를 하면서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목표로 한다.
굉장하게 빛나는 장면은 없는데 조지 클루니는 정말 근사하고, 우리가 닿고 있는 각박한 세상을 근심하고 듯 하지만 하늘에서 바라본 수많은 (미국의)정경은 또한 미워할 수 없는 매혹적인 구석이 있다. 소소하게 애정을 표할 수 있는 장면과 디테일('휘발유가 떨어졌어요!'), 언제 끝날까 싶었는데 저렇게 마무리되는구나 싶은 인물들의 퇴장과 공항 장면까지. 좋다. 보고 나서 가슴 속 배낭이 제법 묵직해졌는데, 어떤 면에선 세상을 견뎌내야 하는 폐가 다소 시원해진 기분도 들었다. 막판 해고 인터뷰 장면은 조금 거짓 화해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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