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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밤섬해적단의 음악 안엔 애초에 엄숙을 배제해 모두까기인형의 작동원리를 적용한, 자유분방한 가사와 그라인드코어와 펑크를 흡수한 양식 상의 간명함이 도드라진다. 이런 특성 덕에 위악의 제스츄어로 보이는 이들의 가사와 외양 및 퍼포먼스는 오해를 사기도 하고, 최소한의 정치적 공정성의 원리를 적용한 비판이 자연 수반되기도 했는데 덕분에 이것을 학술적이나 연구적 테제로 삼을수록 더욱 우스꽝스러워지는 부가효과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의 좌충우돌을 담는 것 자체는 영상물에 대한 의욕이 있다면 누구나 탐낼 소재가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영상물로써의 성취와 이들의 행보에 대한 꾸준하고 거리감을 잘 유지한 부지런함을 겸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어려웠을걸.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의 완성은 그것을 ..
[던전밥]의 작가, 쿠이 료코의 역량은 4권 남짓한 [던전밥] 안에서도 충분히 드러나고 있지만 그의 여러 관심사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인 단편집도 국내에 출간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세풍 판타지는 물론 SF와 일본 민속담, 학원물, 심지어 교육용 공보물, 만화작가 맛탐방 만화 장르물 등의 외양을 본따 자유스럽게 그려내는 그의 단편들 몇몇은 감탄의 대상이다. 기본적인 등장 개체에 대한 애정과 때론 되돌아보지 않는 장르 안 법칙의 비정함을 충실히 따르면서 기본기 자랑과 상상력 과시를 해내는 대목들은, 읽는 독자 역시도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는 여러가지 것들을 만들게 자극한다. + [던전밥]과 더불어 몇 권 읽어보니 이제 좀 이 작가의 그렇게 세련되지만은 않은, 보수적인 여성 캐릭터 취향도 알게 되었다... +..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오오오(O.O.O) 「나는 왜」 멜랑꼴리하고 청명한 톤으로 징글쟁글, 쨉쨉쨉하는 기타. 우리가 타의로 작별인사를 보낸 그 밴드의 기억을 자극한다. 리드미컬한 순간 속에서 자신을 새기는 보컬엔 조금 더 확신의 톤이 서려있다. 무엇보다 한 곡으로 모든 판단을 내리기엔, 활기와 환기의 상반된 온도를 들려주는 적지 않은 곡들이 그 판단을 유보하게 한다. 안정되게 들리는 덕에 오해를 무릅쓰게 하는 공교로운 타입이랄까. 더 많은 언덕을 넘으리라 본다. ★★★ 임레이 「Shurai (Low)」 선행 공개되었던, 「Shurai (High)」가 오리엔탈리즘을 슬며시 자극하는 쪽이었다면, 이번엔 그 토양에서 자라난 음악인이 들려주는 오리엔탈의 분위기를 직접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