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01 (10)
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링크] 아프리카 「멈추지마」 Van Halen 풍의 진취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는 이런 하드록. 낮은 시청률로 브라운 뒤에 소멸한 류의 프로그램 안에서 현 밴드 씬의 움직임에 대해 밝지 않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던 바로 그런 분위기다. 긍정의 정신을 새기는 가사와 후반부 드높아지는 샤우팅까지 익숙한 전형성이 있다. 그 단단한 정형성은 20년간 청중과 호흡한 결과일 것이다. 생각보다 신구 음악 청자들을 흡입하기엔 설득력이 높진 않겠지만. ★★☆ 오재환×람 「오랜 시간 동안」 미니멀하게 들리는 일렉트로니카이기에 가사와 메시지는 실로 선명하다. 네 개의 손가락이 부분 절단될 정도로 당치도 않은 엄혹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화자의 토로는 실로 담담하다. 자본..
박근범 감독 [남매] 재개발의 갈퀴가 헤치고 간 자리 뒤엔 어른들의 마음도 여기저기 뜯겨나갔지만 아이들의 마음도 그에 전염되었다. 이미 끊어진 유대지만 그래도 한땐 서로는 지우였기에 다신 회복하진 못하더라도 이 순간엔 쓸쓸히, 상처 입히지 않게 보내려 한다. [연애담]의 이상희가 출연한다. 엄태화 감독 [숲] 많이 놀라긴 했다. 하긴 해당 영화제에서 수년 만에 나온 대상작이라고 하던데 그럴만 했다. 사운드, 완급이 아주 좋았다. [잉투기]는 세상에 엄태화 감독과 배우 엄태구(와 배우 류혜영)를 알렸지만, 이미 그들은 좋은 작품 [숲]을 품고 있었구나. 작지만 끈끈하게 내내 품었던 마음이 파국에 일어선 한 대상의 생명까지 해하고 만... 우정과 적대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아슬아슬한 심리가 내내 오..
강연하 감독 [수진들에게] 누군가에겐 영원히 '오구실'로 기억될 이채은의 삭막한 표정으로 작품이 시작한다. 노동자 구성원들을 쉽게 저울질하고 내칠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의 근로 환경 안에서 주인공은 초라하지만 절박한 욕망을 실현한다. 그 시간을 위해 동질 선상 위의 동료를 피치 못하게 밟고 가야하는 상황도 오고, 척박한 땅 위의 구성원에게 식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다짐도 해본다. 버스 안 대화 장면의 어떤 끈끈함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그 부담스러움을 감내하면서도 집어 넣어야 했을 연출의 절박함도 공감이 간다. 이훈규 감독 [잘 되길 바라] 배우 한예리가 본인의 입으로 한때 자기가 탈북 여성으로 자주 캐스팅 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작품인 듯하다.(그래도 굳이 북의 말투를 쓰진 않는다) 소외를 우려해 ..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이상해! [링크] 김동률 「답장」 담담하고 조심스럽게 뱉는 초반의 고백조가 그간의 침묵을 깬 김동률의 귀환을 알린다. 그를 기다리는 이들이라면 이후가 어떻게 되어도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내일 맛있는 거 먹자고’ 부분에서 어쩔 수 없이 귀가 간지러워지면서 어깨가 움츠러들지만 한 번뿐이니 견뎌내면 그만이다. 황성제의 조력이 붙으니 예상 가능한 편곡과 분위기가 조성된다. 여기에 박인영의 지휘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인해 확장되는 곡은 유려하고 뭉클한 감정의 눈보라를 일으킨다. 이런 구성을 누구든지 지향은 하고 있지만, 일정 이상의 성취를 위해 정성을 붓는 이는 사실상 이승환을 제외하고는 이 씬에 없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익숙하고 실로 옛 된 곡이지만 유..
- 웹진의 연말 결산은 음반 단위로 투표로 결정되는데, 별도로 개인 필자별 취향대로 추천 싱글 목록들도 받았다. 몇 곡에 대해 짧게 코멘트하고 제출하였다. === 김재하 : The Essential - 더이상 우리 시대의 기타 영웅을 원하지 않는 시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등장했다. 클래시컬한 구성과 모던한 외형을 한번에 구축하려는 분투의 연주. 어비스 (Abyss) : May Bloody May - 올해 최강의 헤비니스 음반이 낳은 수록곡 중 하나. 골수 헤비니스 동지들 사이에서 구박받으며 성장해온 뉴메탈 키드는 물론 그루브메탈 이후 아직 생존해있다는 일군의 사람들까지 만족시킬 쾌작. 포멀애퍼시 : 「The Upper Hand」 - 화려한 공작새의 길이 아닌, 울퉁불퉁한 갑주의 등을 안고 습지를 묵직하게 ..
+ 앞에 붙은 디즈니의 단편 [올라프의 겨울왕국 모험]은 싫었다. 싫어하는 화면비, 낮아진 수준의 CG, 별로인 음악들, 필요없는 러닝타임 소비 등 금잔화를 매개로 한 사후 세계와의 연결, 알레브리헤 같은 멕시코만의 축제 아이콘과 문화 등 화려하고도 낯설다. 이걸 세계 시장 안에서 어떻게 보편적으로 녹여내느냐. '음악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나?'라는 새삼스러운 질문과 가족애라는 보편적 정서다. 제사 문화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국 풍토에서 어른 관객들이 다른 교훈으로 받아들일지 걱정이 될 정도. 이야기는 큰 변수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데, 연출상으로 벼르고 있는 '눈물 유도' 장면이 오기 전에 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대중문화 인용과 완급으로 보는 관객들 - 그 말많은 꼬마 관객들조차도 - ..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이상해! [링크] 올어겐스트 「No.9」 묵직하게 내려찍는 리프와 주술적인 어둠을 소환하는 소울풀한 보컬, 열혈 메탈키드를 자처하던 치들이 Soundgarden과 Alice in Chains 등의 등장을 목도하며 갈등과 혼란을 겪었던 당시의 그 사운드다. 단순한 재현이라면 6분이 넘는 러닝타임의 청취를 자처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런지 사운드가 Godsmack 부류의 얼터 메탈의 기억을 자극하며 그루브 메탈의 시대로 진입할 찰나 올어겐스트만의 국가, 먹먹한 이 토양에 다시금 휘청거리며 내려앉는다. 그 여정이 실로 황홀하고 아득하다. - 레이니썬이 『Origin』(2009)의 초반 넘버들에서 보여주려다 멈춘 그 경지이기도 하다. - 오딘 출신의 기타리스트 이희두와 보..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이상해! [링크] 묘한 「비밀」 푸른 바닷속을 보여주는 음반 커버에서 장르의 울적한 서정을 드러내는 줄 알았는데, 제주에서 활동하는 밴드라고 한다. 섬세하게 파르르 떨리는 듯한 보컬과 교신하는 듯 멜로디 위에 놓인 효과음과 사운드들은 조심스러운 밴드의 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침잠하며 바닥을 유영하는 심해어의 움직임보다 초음파를 보내며 영적인 순간에 닿으려는 생명체의 움직임에 가깝다. 다만 이 투명하게 들리는 사운드와 밴드의 지향성과 달리 아직까진 가사가 말하고자 호소력에 미처 닿지 못하는 감상은 앞으로 채워질 여백이라고 여기련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