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7/12 (12)
Rexism : 렉시즘
올해 가장 최전선의 헤비니스였습니다 : 링크 「2001 아끼라 삘라 삘라 뽕」(2000)을 어비스의 첫 장으로 남기는 것이 역사로 온당할지는 모르겠다. 지역 씬의 스래쉬 메탈 카피밴드로 잊혀질 뻔한 밴드가 뉴메탈로의 선회했음을 증명하는 기록을 한 토막 남겼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밴드는 애써 생존해왔고, 보다 뚜렷한 발톱을 드러내는 성향의 「Bull Fight」(2010)를 시작으로 한국 코어씬의 올드스쿨부터 메탈코어로의 흐름 안에서 구심임을 천명한 데뷔 EP 『Enemy Inside』(2015)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2017년 올해 거의 유일한 한국 헤비니스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Recrowned』(2017)에 기어코 닿았다. 스래쉬에서 뉴메탈로의 시간 여행 또는 S..
- 인디포럼 월례비행이라는 프로그램이 그 자체로 별도로 있고, 역사가 있어서 항상 상영을 마치고 토크와 치킨집 뒷풀이=_=;;가 있는 줄 몰랐다. 당연히 강제성은 없지만 상영 마치고 크레딧 뜨고 난 뒤에 도망치듯 상영관에서 탈출하였다. - 모든 작품들은 연출한 감독이 주연 배역을 맡았다. 김은선 주인공은 예술의 전당에서 근무를 하고 고급 취향이든 속물 취향이든 하루에도 숱하게 밀려오는 관람객들을 응대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런 그에게 일상의 어떤 부분의 트리거가 작동하고, 불현듯 과거에 배웠던 연기 욕구 또는 문화적(교양적) 경험에 대한 욕구가 발현하게 된다. 이런 그의 하루 중 특히 저녁과 밤을 쫓는 여정이 짧게 시작된다. 실패가 예견된 이 여정을 다스리는 것은 쪼르륵 따르는 심야의 차 한잔. 그가 가진..
브래들리 쿠퍼 주연에 시에나 밀러, 오마 사이, 뜬금없이 우마 서먼, 알리시아 비칸데르. 엠마 톰슨 등이 등장하고 다니엘 브륄 등이 나름 역할을 하는 영화인데 재미면에서 그냥 그럴 수 있나. 그럴 수 있지. 흔할 일 아니겠는가. 고든 램지 코스프레하는 브래들리 쿠퍼가 나오는 적당히 바보같은 영화다. 시작할 때 와인스타인 '시발놈의' 컴퍼니 로고가 떠서 뜨악했는데, 괜히 연관을 짓자면 술과 마약에 쩌들은 남자 셰프씨가 개과천선한드는 이야기라 이런 구조라면 와인스타인이 좋아했을거 같은 이야기라는 근거없는 짐작과 편견만이 들었다. + 넷플릭스로 관람
충남 금산군에 거주하며 이발소를 운영하는 아저씨 이름은 모금산이다.뉴 저지, 패터슨에 거주하며 버스 운전을 업으로 삼은 남자의 이름은 패터슨이다. 두 작품 다 일상의 영역에 깊게 뿌리박고, 반복된 삶을 보내는 두 남자의 강렬한 예술에 대한 욕구를 다루고 있다. [패터슨]은 보다 더 아트 영화의 외형에 치중하는데, 극중 부인이 추구하는 흑백 대비의 일상 예술품들과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쌍동이 캐릭터들의 극적 환기가 그렇다. 사실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아트를 향한 욕망도 만만치 않은데, 극중 내내 흑백 화면으로 비춰지는 금산군과 서울시의 적막한 공기는 끊임없이 한 남자의 나즈막한 인생을 반추하게끔 한다. 적절한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의 다소 잘 안 먹히는 웃음과 ..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어렵고 이상하죠 (링크) 빌리카터 「I Was Born」 로커빌리, 컨츄리, 블루지한 로큰롤 등의 장르로 다채롭지만 일관되게 열정적인 무대 매너와 확고한 성취를 보여준 밴드. 일주일 간격으로 연작 EP를 내놓은 생산성 있는 기획력의 원동이 뭘까 궁금해졌다. 가사의 내용으로 유추할 수 있는, 생명의 태동을 비유하는 듯한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일렉음이 시작되면 이어서 목가적인 넘버와 풍경이 확 펼쳐진다. 세 멤버의 목소리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제각각 여기저기 박히고, 대지와 풍경을 장악한 햇살 같은 따스한 피아노톤이 인상적일 때 곡은 포크를 닮아가되 이어지는 곡 「새벽의 노래」이 가진 애시드 포크스런 분위기를 예고한다. 그리고 이들이 이번에 만든 연작의 마지막을 담..
[깨어난 포스]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의 몇가지 명제 중 한 두가지는, 첫째는 다스 시디어스 목 하나 쳤다고 은하계 공화정의 평화가 돌아오진 않았으며 제국군의 잔당의 규모는 생각보다 거대하는 점. 둘째는 여전히 클래식 시대 3인방이 시대 뒤로 퇴장을 하지 못하는, 정체 상태(그러나 그들이 없다면 스타워즈라는 세계관의 향수를 지탱할 수 없다)의 시간선이라는 점이겠다. J.J. 에이브람스는 덕분에 [깨어난 포스]를 클래식 시대에 대한 예우와 일종의 판단유보를 통한 여지를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사실상 타투인 2지구나 다름이 없는 자쿠라는 척박한 환경 안에서 성별이 역전된 '포스가 발현될 주인공'의 설정이나, 우수한 파일럿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설정과 도망갈 궁리만 하는 회색 지대의 한 솔로의 설정 모델..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 제도는 어렵고 이상하죠 (링크) 데카당 「우주형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도입부를 열다 서서히 확장하다 상승하고 확대되는 곡에 약할 수 밖에 없는 취향이다. 그들 식의 신 인류의 탄생을 묘사하는 가사를 홀리듯 뱉는 보컬과 얼기설기 조립하듯 맞춰지는 연주가 치밀하게 이어진다. 탄생한 새로운 인류를 격려하는, 또는 얼렁뚱당 한 해를 살아간 모든 이들을 안심시키는 위안의 가사가 휘청하는 사이키델릭한 연주와 맞물려 이들만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계속 주목을 요하는, 규정 불능 밴드의 지속적인 활약. 블랙 뮤직의 색채를 간혹 프로그레시브/익스페리먼트의 붓칠로 휘젓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인상적인 순간을 만드는 장기가 여전하다. ★★★1/2
[먹는존재]의 출판본은 총 7권 발간되었고 최근 완간이 되었다. 먹는존재는 웹툰 작가 들개이빨의 두번째 장편이며, 그의 이름을 보다 더 알린 계기가 된 작품이다. 수많은 웹툰과 플랫폼 서비스가 난립하는 가운데, 웹드라마라는 형태로 컨버전 되었고 1부와 2부의 형태로 적지 않은 분량의 회차를 가지게 되었다. 들개이빨의 첫 연재 작품 [들개의 지하철 방랑기]가 서울이라는 중심 도시에서 느끼는 쓸쓸한 변두리 감성을 담았다면, [먹는존재]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느끼는 씩씩한 주인공의 세상과의 쓸쓸한 충돌을 다루고 있다. 이빨을 뿌득뿌득 가는 주인공은 빠진 기운과 허기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남들이 하는 식사로 에너지를 채우고, 다시금 별반 달라지지 않는 세상의 투박함과 부딪힌다. 상당수 독자들은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