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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글렌체크 「Follow The White Rabbit」 「60`s Cardin」을 재현해야 할 의무는 당연히 없음에도 음악 듣는 사람들이란 이토록 잣대가 엄정하고, 변화에 대해 그다지 열려있지 않다. 제목처럼 소녀 앨리스가 두려움과 두근거림을 안고 따라간 ‘이상한 세상’의 관문으로 초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펙터를 가한 김준원의 목소리는 울리다가 짓눌리다 변신을 거듭하고, 변덕스러운 곡 안엔 옅은 트립합의 분위기가 낮게 흐르고 어떨 때는 올드스쿨 힙합의 공기와 90년대 테크노의 터치가 벽을 채색한다. 여전히 과거의 질료들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변함이 없지만, 매체의 배경음악 역할이자 대중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가진 나르시시즘에 봉사할 생각은..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씽씽 「사시랭이소리」 어어부의 장영규가 맡은 베이스가 낙천적인 경기민요 소리에 더욱 넘실거리는 탄력을 부여한다. 그의 베이스는 여기서 일종의 가창 밑바닥에 깔려 묵묵하게 트램펄린 역할을 맡는 셈이다. 그가 수년간 관심을 기울여 온 전통악기와 미학적 퍼포먼스의 관심사와 관련해, 몇몇 공연과 더불어 이렇게 음반으로서의 결실을 보인 셈이다. (공연 속 다양한 레퍼토리를 모두 온전히 담은 음반이 아닌 것은 서운하지만) 이것은 관 주도적인 '우리의 소리가 세계의 소리' 운운 언사와도 거리가 먼 것이며, 한편으로 애국적 발로에서 나온 예술가의 책무도 아닌 듯하다. 소리와 소리가 만나고 연주자와 연주가가 만나는 장르 어우러짐에 관련한, 꾸준한 탐구욕의 결..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애프니어 「Direction」 애프니어가 연주 위주의 밴드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류혜진의 보컬이 주는 환기는 남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를 관장하는 듯한 보컬과 함께 절절한 베이스의 맥박은 곡을 지배하는데, 여기에 파열하는 덥스텝 사운드는 록킹한 구성 안에서 트랜스코어에 근접 조우하는 순간을 조성한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곡이 딱히 유행 추수적으로 보이지 않으며, 한 밴드가 현재 닿은 변화에의 지점을 짚어준다. ★★★☆ 턴포아워 「STYG : Stick To Your Guns」 올드스쿨 하드코어의 뻑뻑함에 수년 간의 응축된 힘을 내재한 밴드의 아성이 빛난다. 장르상의 짧은 길이에도 유연한 기복을 만들며 발산하는 분노와 연대의 싱얼롱은 굳..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넬 「부서진」 록킹하고 직선적인 넬이라는 수식어를 보고, 헐벗은 펑크 에토스라도 뒤집어쓴 공격적인 면모를 상상했었다. 하지만 낯설지 않게 처리하는 아르페지오 섞인 마무리와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래 / 죽을까 / 그러면 만족할까’ 같은 울부짖는 자멸적인 가사를 건네는 넬을 보고, 『Speechless』(2001) 당시가 문득 떠올랐다.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았다. 언제나 내재하여 있었던 듯하고 은연중에 다시 꺼내든 듯한 과거의 재현 또한 토막.★★★ 예서 「Deeper Than Love」 알앤비의 근원을 숨기지 않는 목소리와 연주 편성에 대한 고민이 담긴 편곡 (「Deeper Than Love」) 등은 예서가 근래 등장한 일렉 아티스트 중 주..
웹진에서 글 써요. 별점은 매번 낯섭니다. / [링크] 마이애프터눈 - SEOUL CITY 2012년 정규 데뷔반 이후 무료 수년 뒤다. 곡 만들기를 맡고 있는 황현과 주 보컬을 맡는 신아녜스 두 사람 다 건재하다. 데워진 채로 그을림 남기는 두툼한 베이스 라인이 도입을 열 때 보컬의 색을 닮은 청명한 톤의 신시사이저는 곡 전체를 뒤덮는다. 일견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강한 (한국)팝을 듣는 기분도 주는데, 이는 황현이 작업한 그간의 이력들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욕망의 도시', '희망은 환상', '가면' 등 이 도시를 묘사하는 흔한 수사들을 촌스럽게 만들지 않는 능숙한 진행과 기량은 곡의 의도를 살리는데 기여한다. ★★★1/2 칵스 - 부르튼 외래적인 성향의 이식이라는 점에서 이름이 빠지는 경..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김각성 – 인연이란 비관으로 밴드(얼스바운드)에서 솔로 작업으로 옮긴다고 김각성의 시선이 다른 곳을 보는 듯하진 않는다. 여전히 술병이 뒹굴고, 상대에 대한 푸념 같은 고찰이 베어었다. 그런 일상을 고스란히 취한 듯 글적글적 옮기는 듯하다. 듣는 귀에 밀착하는 것을 지향한, 당시의 오리지널을 가급적 근접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레코딩이 인상적이다. 이런 것도 일종의 진심 전달자의 노력이라 칭할 수 있겠다. 밴드와 솔로 작업 양쪽으로 믿음직한 싱어송라이터의 목록의 추가. ★★★1/2 페이데이 – Reminisce 80년대 팝 DJ들의 멘트 방식을 빌리자면 이런 식이다. 한국은 꼭 애상적인 선율이나 정서가 들어가면 더 인기를 ..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더쓰리페이크스 「Gravity」 공명하며 공간과 상상력을 환기하는 보컬이 도입을 연다. 파문을 낳는 리듬 파트가 가세하며 곡이 본격적인 걸음을 걷는다. 여기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중후반부의 기타 위에 아우라처럼 덧씌워진 전자음의 파장이다. 그리고 다시금 공백의 상태로 마무리. 싱글 음반 앞과 뒤에 배치된 짧은 곡들도 본 곡의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절대 길지 않지만,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구성과 연출이다. 음반 커버와 몇몇 티저 영상들이 합심하여 마음의 저울추를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근간의 몇몇 밴드들이 영상과 디자인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며 자신들의 세계관을 조성하여 피력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짙은 「Astronaut」 이번엔 우주다. 광활한 대지 위에서 「백야」(2011)의 가슴 저미는 설득력(한국인들은 이토록 가슴 저미는 정서를 얼마나 좋아하냐 말인가!)으로 깊이 인상을 새긴 짙은의 세계가 대기권을 돌파한 것이다. 이젠 별이 촘촘하게 박힌 아득한 공간 위에서 신시사이저와 기타가 로맨틱한 조율을 낳고, 「백야」가 얻은 보편타당한 지지를 다시금 재현하려는 듯한 아련함의 우물을 파기도 한다. 이제 짙은이 이곳의 모던 주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 했음을 여기서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완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경지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때론 그 완강함 다음의 행보를 상상하기 힘들다는 아쉬움을 주기도 하고.★★★ 코드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