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7/07 (15)
Rexism : 렉시즘
웹진에서 글 써요. 별점은 매번 낯섭니다. / [링크] 마이애프터눈 - SEOUL CITY 2012년 정규 데뷔반 이후 무료 수년 뒤다. 곡 만들기를 맡고 있는 황현과 주 보컬을 맡는 신아녜스 두 사람 다 건재하다. 데워진 채로 그을림 남기는 두툼한 베이스 라인이 도입을 열 때 보컬의 색을 닮은 청명한 톤의 신시사이저는 곡 전체를 뒤덮는다. 일견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강한 (한국)팝을 듣는 기분도 주는데, 이는 황현이 작업한 그간의 이력들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그럼에도 '욕망의 도시', '희망은 환상', '가면' 등 이 도시를 묘사하는 흔한 수사들을 촌스럽게 만들지 않는 능숙한 진행과 기량은 곡의 의도를 살리는데 기여한다. ★★★1/2 칵스 - 부르튼 외래적인 성향의 이식이라는 점에서 이름이 빠지는 경..
귀결에 닿을 때 결국 매달리는 것은 (불교적)구도라는 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같은 김기덕 본인의 전작을 상기시킨다. 아닌게 아니라 그의 전작에서 나왔던 몇몇 코드들, 골프채나 권총, 대사없음과 타인의 육체-어깨너머의 남녀의 키스 같은 요소들이 다이제스트처럼 나온다. 무엇보다 근친상간과 종교적 구원/세속적 참혹함 이런 요소들은 아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누가 처음봐도 알아챌 김기덕의 영화이다. 성공적이라고 하기엔 보기 어려울 듯하다. 논쟁적이라고 하기엔 말초적으로 보일 공산이 크고, 이미 그의 전작들에서 진작에 답을 얻었을 듯한 대목들은 감독 본인이 다시금 문답을 풀지 못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제목 '뫼비우스'마냥 뱅글뱅글 이야기는 수미쌍관의 고리를 돌지만, 김기덕이라는 패턴 자체가 회..
기억의 재현과 꿈과 현실의 아랑곳하지 않고 넘나드는 경계, 장소의 반복 문제는 홍상수 영화에서 익숙한 요소들이다. [그 후] 역시 마찬가지인데, 유독 [그 후]에선 불륜을 둘러싼 날선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게 남들 싸움 구경하는 것만큼 재밌기나 힘든, 삼키기 불편한 대목이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말다툼과 날선 대목들은 홍상수 영화에서 언제나 봐오던 진경들이다. 또는 그것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 대한 여러 상찬들은 유럽 평단에 넘기도록 하자. 홍상수는 김민희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좋은 대목, 예쁜 화면을 주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번에도 그 노력은 빛을 발한다. 흑백 화면 안에서 자신이 좋은 연기자임을 입증해내는 김민희를 보는 감정이란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다. [화차]에선 소재와 감독 ..
초인적인 인내를 요구하며 변변찮았던 인턴의 성장을 바라보던 보스의 시선 변화. 당연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작 원작은 이미 발간된 한국 소설에 있나봐요. 소설 내용은 알 순 없으나 영화로 나온 모양새는 예고편이 주던 인상을 넘지 못하거나 열심히 뒤로 간다. 박보영의 여전한, 그은 선 위에서 충실하게 해내는 연기력. 그리고 정재영의 혈압 폭발 연기가 배합된 좋은 앙상블로 내비치다가 - 전반부는 그럭저럭 웃을 수 있었다 - 후반부 연예계 기획사의 공작 부분으로 넘어가면 침몰한다. 그 내러티브 자체가 이야기를 망친다기보다는 영화가 추구했어야 할 얄랑한 방향(기.자.정.신.!)을 박살내는 SNS의 힘 찬양이라는 요소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에 저렇게 되어버리니 도대체 무슨 소릴 하..
놀란은 평소의 묵직한 연출 톤에 역사를 영화적 방법으로 진실되게 구현하는데 또 한번 심혈을 기울인다.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과학적 진경에 대한 노력처럼, 그는 여전한 필름 사랑과 아이맥스의 위력에 대한 신뢰를 보낸다. 이야기 만들기는 시간과 공간의 배열에 대한 영화라는 이름의 효과적 거짓말을 사용하기에 [인셉션]도 떠올랐다. 그것이 잔재주로 내비치지 않는 것은 역시나 역사를 재현하는 톤에 있는 듯하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큐브릭의 비전을 영향받은 것이 놀란 보다 마치 짐머 자신인 듯했던 [인터스텔라]와 또 한 번 톤이 바뀌었는데, 지나치게 부각된 몇몇 톤은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짐머와 놀란 두 사람에게 모두 문제가 되는 대목은 역시나 영국이란 국가 자체에 대한 헌사가 깃듯 후반부 대목들일 것이..
앉은 자리에 간츠:O를 다 보고 말았다. 파이널 판타지의 이름을 빌어 온갖 삽질을 해 온 일본 CG애니메이션의 최선의 결과인 듯.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의 흔들리는 흉부 묘사에 대한 쓰잘데기 없는 천착은 조상이 뜯어 말려도 포기 안할 듯. 제목의 O는 무대인 오사카의 약어이기도 하겠고, CG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오리진을 뜻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아무튼 시작은 순탄하다. 파이널 판타지의 이름을 빌어 온갖 삽질을 해 온 일본 CG애니메이션의 최선의 결과인 듯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의 흔들리는 흉부 묘사에 대한 쓰잘데기 없는 천착은 조상이 뜯어 말려도 포기 안할 듯하다. 원작이 그러니 이것까지 충실하다. 아무튼 액션이나 캐릭터의 표정 연출은 이제 나름 발군의 경지이다. 게다가 출판본의 초중반까지만 따라간 ..
별점은 고통의 제도 / 거의 매주 웹진 음악취향Y에 글을 던집니다. [링크] 김각성 – 인연이란 비관으로 밴드(얼스바운드)에서 솔로 작업으로 옮긴다고 김각성의 시선이 다른 곳을 보는 듯하진 않는다. 여전히 술병이 뒹굴고, 상대에 대한 푸념 같은 고찰이 베어었다. 그런 일상을 고스란히 취한 듯 글적글적 옮기는 듯하다. 듣는 귀에 밀착하는 것을 지향한, 당시의 오리지널을 가급적 근접하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레코딩이 인상적이다. 이런 것도 일종의 진심 전달자의 노력이라 칭할 수 있겠다. 밴드와 솔로 작업 양쪽으로 믿음직한 싱어송라이터의 목록의 추가. ★★★1/2 페이데이 – Reminisce 80년대 팝 DJ들의 멘트 방식을 빌리자면 이런 식이다. 한국은 꼭 애상적인 선율이나 정서가 들어가면 더 인기를 ..
총 감독 안노 히데아키 - 물론 이게 그의 첫 실사 연출작은 아니다 -, 음악의 사기스 시로(덕분에 에반게리온 사운드트랙 재활용이...), 이 정도면 뭔가 두근거리는게 있을지도 모른다. 언제 나올지 모를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최종판의 자금을 메우기 위한, 전력투구라는 점에서 동정심으로 모인 원기옥의 기적일지라도. 2016년의 시점에서 리뉴얼된 고질라의 면모나 진화의 과정은 매니아들에게도 고무적이었을 것이다. 그 자체가 뜨거운 열광선을 뿜는 고질라인만큼 상영관 안의 열의는 뜨거웠을 것이다. 정작 이야기에 내포된 것은 일본 특유의 내각과 관료제로 꼬여있는 언뜻 태만해 보이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풍자들이다. 안노 히데아키는 이것을 다소 과격한 방식이나마 - 데스 앤 리버스! - 모두 리셋하지 않는다면, 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