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7/07/25 (3)
Rexism : 렉시즘
기억의 재현과 꿈과 현실의 아랑곳하지 않고 넘나드는 경계, 장소의 반복 문제는 홍상수 영화에서 익숙한 요소들이다. [그 후] 역시 마찬가지인데, 유독 [그 후]에선 불륜을 둘러싼 날선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게 남들 싸움 구경하는 것만큼 재밌기나 힘든, 삼키기 불편한 대목이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런 말다툼과 날선 대목들은 홍상수 영화에서 언제나 봐오던 진경들이다. 또는 그것에 불과하다. 이 영화에 대한 여러 상찬들은 유럽 평단에 넘기도록 하자. 홍상수는 김민희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좋은 대목, 예쁜 화면을 주고 싶어하는 듯하다. 이번에도 그 노력은 빛을 발한다. 흑백 화면 안에서 자신이 좋은 연기자임을 입증해내는 김민희를 보는 감정이란 문장으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다. [화차]에선 소재와 감독 ..
초인적인 인내를 요구하며 변변찮았던 인턴의 성장을 바라보던 보스의 시선 변화. 당연히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정작 원작은 이미 발간된 한국 소설에 있나봐요. 소설 내용은 알 순 없으나 영화로 나온 모양새는 예고편이 주던 인상을 넘지 못하거나 열심히 뒤로 간다. 박보영의 여전한, 그은 선 위에서 충실하게 해내는 연기력. 그리고 정재영의 혈압 폭발 연기가 배합된 좋은 앙상블로 내비치다가 - 전반부는 그럭저럭 웃을 수 있었다 - 후반부 연예계 기획사의 공작 부분으로 넘어가면 침몰한다. 그 내러티브 자체가 이야기를 망친다기보다는 영화가 추구했어야 할 얄랑한 방향(기.자.정.신.!)을 박살내는 SNS의 힘 찬양이라는 요소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에 저렇게 되어버리니 도대체 무슨 소릴 하..
놀란은 평소의 묵직한 연출 톤에 역사를 영화적 방법으로 진실되게 구현하는데 또 한번 심혈을 기울인다.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과학적 진경에 대한 노력처럼, 그는 여전한 필름 사랑과 아이맥스의 위력에 대한 신뢰를 보낸다. 이야기 만들기는 시간과 공간의 배열에 대한 영화라는 이름의 효과적 거짓말을 사용하기에 [인셉션]도 떠올랐다. 그것이 잔재주로 내비치지 않는 것은 역시나 역사를 재현하는 톤에 있는 듯하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큐브릭의 비전을 영향받은 것이 놀란 보다 마치 짐머 자신인 듯했던 [인터스텔라]와 또 한 번 톤이 바뀌었는데, 지나치게 부각된 몇몇 톤은 좀 과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짐머와 놀란 두 사람에게 모두 문제가 되는 대목은 역시나 영국이란 국가 자체에 대한 헌사가 깃듯 후반부 대목들일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