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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어쿠스틱 라이프]의 웹툰 작가 난다의 에세이. 웹툰이 본업이라고 큼직한 일러스트와 단상 텍스트 몇 줄이 담겨진 책이라고 여기면 오산. 그림이라는 수단을 놓고 글이라는 수단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필요성을 대변하듯 충실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짐작하겠지만, 아이의 출산과 성장이라는 인생 처음의 경험을 둘러싼 환희와 단순히 몇 마디로 요약할 수 없는 심경들을 담고 있다. 넌 내게 기쁨과 기적을 전해주기 왔구나라는 정서만 담겨있다면 끝났겠지만, 공교롭게 최근 다른 작가의 웹툰 [아기 낳은 만화]가 연상된다. 아이를 낳는 경이로운 경험과 예상할 수 없는 훗날의 경험치만을 강조하는 작금의 출산 장려 무드로는 결코 풀 수 없는 난제들도 이야기하고 있다. 모유 수유의 미덕만을 강조하는 세태, 노 키즈존으로 대변되는..
냉면의 품격국내도서저자 : 이용재출판 : 반비 2018.06.15상세보기아시다시피 평양냉면은 올해를 기점으로 더욱 큰 우리 생활의 논쟁 테마가 되었다. 그것을 더욱 촉발시킨 것이 올해의 남북의 만남이기도 한 것은 저자 역시 서두에서 거론하는 바이다. 이런 특징적 사실을 제하고도 평양냉면의 입맛과 식사를 위한 덕목은 셰프와 요리블로거, 요리평론가 등이 공존하는 사회적 배경 안에서 더욱 담론들이 부풀어져가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미 평양냉면을 단순한 서민음식이라고 명하는 것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일정 수준의 교양과 각오(!), 결코 저렴하지 않은 식대는 평양냉면을 둘러싼 논의와 서비스 제공처의 수준 이상의 변화를 요하는 현실을 체감케 한다. 가격에 부합하는 재료와 연구의 필요..
카오스 멍키국내도서저자 : 안토니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Antonio Garcia Martinez) / 문수민역출판 : 비즈페이퍼 2017.10.15상세보기한국의 벤처 붐이 그랬듯 그 생태계적인 진원지였던 본토의 IT붐과 실리콘밸리의 중흥엔 수많은 허언증 환자들과 피해자들을 양산해냈다. 천민 자본주의의 생리가 그러하듯 지식노동과 테크놀러지 혁명엔 눈먼 돈과 그것들의 도박을 조장하는 숨은 세력이 있기 마련일 터이다. 헐리우드 영화들의 회고가 증명하듯 월 스트리트의 몰락은 리먼 브라더스라는 키워드와 모기지로 인한 경제적 난민들을 양산케 했는데, 저자 역시 이 자본과 인력의 흐름이 실리콘밸리라는 신 영토로 이동하였을 때 창업과 애플의 기기-구글의 데이터-페이스북의 소셜 등이 엉킨 이 영토로 발걸음을 옮긴다. ..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국내도서저자 : 이다혜출판 : 현암사 2017.04.30상세보기 이다혜 기자하면 잡지 씨네21 또는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라는 몇몇 이미지들이 떠오른다. 짧지만 핵심이 또렷하게 현재의 어린 세태들을 위해 남긴 이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부제다)라는 가이드는 발간 이후 1년 뒤에도 유효하다. 남들보다는 보다 자식의 선택에 개방성을 열어둔 가풍 속에 지냈음에도 기자 역시 글쓰기라는 직업군을 택한 이후에도 그전보다 더 마음 다스리기 어렵게 만드는 남자들의 언어와 시선이 기다리고 있었고, 이 완강한 외벽 속의 삶엔 고민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고전부터 영원한 베스트셀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에 이르기까지 그가 예시를 드는 고민의 원천과 진행중인 과제들은 ..
제목에서 예상했겠지만, 결코 일상성과 범상함을 강조하는 작품이 아님을 위장한 타이틀이다. 언뜻 시장이 낳은 공전의 히트작이었던 [아즈망가 대왕]을 연상케하는 그림체와 유사한 학교라는 배경을 삼고 있어 오해할만 하나, [일상]이 추구하는 것은 작금의 움직임 중 하나인 '슈르한 분위기'다. 갑작스럽게 출중한 연출을 자랑하는 운동성을 부각한 액션 컷이나 장르 팬들이 아니라면 쉽게 익숙하기 힘든 서사와 결말, 거창하게 만화라는 프레임 에술에 질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에피소들이 나른하게(!) 담겨있다. 추천이라기 보다는 익숙할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 보시길... 일상 10국내도서저자 : 아라이 케이이치출판 : 대원씨아이(만화/잡지) 2018.06.14상세보기일상 1~9권 세트국내도서저자 : 아라이 케이이치출판 : 대..
마블스국내도서저자 : 커트 뷰식(Kurt Busiek) / 최원서역출판 : 시공사(만화) 2018.04.25상세보기알렉스 로스라는 어찌하여 이런 초기작을 낼 수 있는가. 이 정도 수준이 초기작이라니, 이것은 지나친 천재성 아닌가요. 알렉스 로스 특유의 화풍으로 그려내는 마블 코믹스 클래식의 몇몇 이슈들 - 휴먼 토치와 네이머의 대결, 엑스맨의 탄생과 뮤턴트 혐오, (실버 서퍼와)갤럭투스의 지구 방문, 그웬 스테이시의 사망과 그린 고블린 vs 스파이더맨 이 총 4개의 주요 에피들을 순서대로 싣고 있다. 각 에피소드들은 세계관 설정 당시 관련된 미국 현대사의 스케치와 직간접적으로 조우하고 있으며, 이는 극중 주요 인물인 한 저널리스트의 시각으로 서술되고 있다. 그의 주변 인물들 중 일부는 마블 세계관에서 중..
보건교사 안은영국내도서저자 : 정세랑출판 : 민음사 2015.12.07상세보기 예민함과 눈에 확연한 기복으로 대변되는 학생 시절의 소위 감수성. 이 마음에 틈입하는 기복신앙 속 존재들과 주변의 이상 현상들. 하지만 걱정마시라. 우리 사학엔 보건교사 안은영이 있다. 경쾌하고 잘 읽히고, 그리고 단편이 진도를 나갈수록 그 본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들의 면면들이 좋다. 역사 교과서, 타자를 배제하는데 있어 가장 손쉬운 장기를 발휘하는 못돼 먹은 이곳의 실정들을 부담스럽지 않게 터치한다. 때론 장르 코믹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가볍게 대하게 되는 연작 같기도 하지만 때론 뾰루퉁하면서도 결국 조심스럽게 세상과 타인을 대면하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조성하는 이야기가 일단 재밌다.
4월 16일은 예술가들에게 망연자실한 침묵과 발언의 통로가 막히는 협심증, 그럼에도 발언을 해야 할 책무감을 씌우게 한 계기가 되었다. 고통의 시간은 황정은 작가에도 주어졌을 것이다. [아무도 아닌]은 물론 세월호에 대한 단편집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월호 이후의 모든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 그 징후를 발견하고자 하는 충동을 삼키기 힘들게 한다. 나의 진의가 그렇지 않을진대 그럼에도 삼키게 만드는 말과 움츠러들게 만드는 세상살이의 압제가 있고 - , - 모든 것이 복원하기 힘든 지경이 된 이후의 상실이 존재하고 - , - 죄책감과 힘든 되짚어보기가 있다.() 도처에 슬픔, 이곳에 죽음, 저곳에 상실이 있다. 황정은의 펜은 여전히 다다다다다다다 쉼 없이 잔혹하게 헤집는다. 그리고 누추하게 보이나 여전히 아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