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넷플릭스 (186)
Rexism : 렉시즘
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를 보고, 나의 시청 경로는 로 이어졌다. 라이온킹이 있다면 라이온퀸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는 나의 사소한 투정에 걸맞은 제목이긴 한데, 재야 정치인을 '킹'으로 만들려던 참모의 현실적인 노정을 다뤘던 영화판과는 다른 톤의 본작은 노동계 변호사를 시장의 자리에 올리겠다는 여성들의 연대를 다루고 있다. 이미 이명박 시대가 서울시장의 자리를 실질적으로 '소통령'으로 만든 선례임은 익히 익숙한 것이기에 등장인물들 상당수는 극 중에서 이런 논리로 사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자리를 기반으로 한국이라는 장터를 먹어 치우겠다는 야심을 품은 재벌 총수, 그의 야심을 실현하겠다는 충성심을 표출하는 침모, 총수의 야심과 별개로 통제되지 않는 충돌되는 욕망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자녀들, 그리고 그..
전쟁의 역사를 말할 때 가혹함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럽겠으나 한국의 현대전을 말할 때 6.25의 장진호 전투의 혹독함을 빼놓을 수 없는 듯하고, 살을 에는 지옥 같은 전장의 환경과 공산주의의 확산을 어떻게든 봉쇄하겠다는 자유진영의 안간힘 등 여러모로 긴장감이 고조된 시기였으리라 본다. 그로 인행 중공군이 가세한 6.25의 국면엔 공중전으로 대변되는 현대전의 양상이 본격화되었고, 이 당시의 영상 자료는 훗날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같은 작품들에도 영향을 줬던 모양이다. 현대사의 얼룩이 당대의 테크놀로지에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역시나 씁쓸한 사실. 그래도 영화 산업은 이 시기의 실화를 기반으로 적지 않은 예산으로 작품을 내놓았고, J.D. 딜라드 연출의 본작이다. 의도적인 캐스팅일 수 있겠으나 [..
최근 본 드라마 시리즈 중 제일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같이 한인 사회를 묘사한 작품과 비교하자면 매운 속내를 가감 없이 동아시아 이민자 사회를 보여주었다. 한국계가 일본계에 가지고 있는 불편한 심정, 같은 한국계 안에서의 심적 갈등의 폭을 한인 교회의 묘사나 유대가 필요한 가족 관계에서도 불행의 원천인 핏줄의 문제를 말하고 있거니와 근본적으로 나와 상대를 가르는 명백한 소득과 계급 차이는 극 중의 여러 트러블을 설명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성별, 소득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언제 터질지 모를 폭발의 뇌관은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변되는데 결국 이들이 천형적으로 닮아 있거니와 끈끈한 인연으로 불가결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주는 후반주 에피소드는 기가 막히는 광경을 보여준다. 잘못 먹은 베리 열매가 야기한 부작용..
전체 러닝 타임의 초반까지 보고,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을 볼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윤성현 감독은 잘 넘겨지는 만화책 같이 재미난 템포를 조성하는 연출자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황정민을 특별 출연으로 등장시켜 재일교포 3세 야쿠자라는 설정을 넣은 발상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홍원찬 연출)에 대한 코멘트 같아 보였고, 본작 자체가 [킹스맨], [킬 빌] 같은 장르 레퍼런스에 대한 인용을 굳이 감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독의 유희가 느껴졌다.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도 이런 부분에서 고운 소리는 못 들을 듯...) 경우의 수를 가정해 삶과 죽음의 한 끗 차이를 시뮬레이션하는 피바람의 비주얼 등엔 어쨌거나 야심이 서려 보이긴 했다. (킬 빌)의 빌이 베아트릭스 키도가 아닌 버니타 그린에게 애착을 가졌다..
관습적으로 전쟁 배경 대작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현악이 주도하는 사운드트랙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스내어 드럼의 타격이 전자음악처럼 반복되며, 전자 기타의 출력이 이어지는 본작의 사운드트랙은 조금 다르더라. 볼커 베텔만의 음악을 비롯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주지하다시피 독일의 문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소설을 독일 제작진의 역량으로 완성한 본작은 소설만큼 유명했던 할리우드 산 1930년작의 성취를 한결 넘어섰다고 한다. 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상당수는 영화는 물론 TV 시리즈, 게임까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성과를 얻었다.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통해 보여준 전쟁 장르물의 가능성은 그의 TV 시리즈 기획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로 고스란히 이어졌는데, 이런 움직..
알다시피 조던 필의 역량을 초반부터 일찍이 알린 데뷔작이고, 코미디 숏 영상을 통해 재기 발랄함과 인종차별 등의 이슈에 대한 입장을 피력하던 그의 노선이 시나리오와 연출로 빛을 발한 작품이다. 이제야 넷플릭스로 볼 수 있었고, 최근 [놉]도 봤기에 이참에 넷플릭스가 조던 필의 [어스]도 마저 들여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겟아웃]이 조던 필의 뚜렷한 노선은 물론 영상 매체에 대한 매니악한 감식안을 대변함과 동시에, 심술궂은 방식으로 장르의 규칙과 화법을 발산한 첫 시작이었음을 이번에 확인한 덕이었다. 오바마에 대한 지지를 내세우며 표면적인 면죄부를 씌웠다 자처하는 기만적인 백인 중산층 가족, 그 위선의 그늘 아래에 신체의 교체라는 기이한 방식의 매매를 행하는 악인의 행각. 이를 결정적으로 ..
호러물을 잘 못 본다. 눈살 찌푸리면서도 [스크림] 같은 슬래셔 장르는 잘 보는 편이었는데. [미드소마], [유전] 등으로 대표되는 아리 애스터 작품 같은 목록은 넷플릭스로 안정되게 제공되고 있음에도 마음 편하게 재생하지 못할 정도로 호러에 대해선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를 생각하면 청소년 등급에 가까운 조던 필의 근작 [놉]은 상대적으로 볼 수 있겠다 싶었다. 작품 자체가 [죠스], [ET] 같은 스필버그의 초기 걸작의 코드를 가져오는 것과 더불어 영화 산업의 초기 역사에 대한 인용 등 매니악한 화법과 믹스를 통해 조던 필만의 영상 문화 퉁시적 강의를 하는 셈이다. 이런 기조에 걸맞게 작품은 실제로 현대 영상을 중심으로 한 대중문화 전반의 이슈를 다루기도 하다. CCTV를 통한 감시와 통제의 문제, ..
지난 주말엔 한일 양국에서 만든 영화판으로서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두 편을 차례대로 보았다. 교통정리 차원에서 설명하자면, 먼저 일본에서 원작이라 할 수 있을 시가 아키라의 소설이 출간되었고, 이후 나카다 히데오의 연출로 영화판이 개봉되었고, 현재까지 이 작품의 후속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베이스로 천우희, 임시완 배우가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가 최근 공개되었다. 연출은 김태준 감독. 첫 데뷔작인데 필모를 보이 여러 작품들에서 연출부 담당이었던 모양이다. 줄 세우기를 하자면, 결과적으로 한국판이 양호하다. 피의 낭자함과 더불어 촌스럽지 않은 연출로 끈적하지 않게 관객을 덜 민망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쪽에 손을 들어야겠다. 남국의 휴양 시즌 음악 등을 깔며 위악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