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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매해 성탄 시즌이 오면 넷플릭스에서 뭐라도 한편 챙겨볼까 하는 생각을 해왔다. 올해는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덕에 나름의 목적을 충족시켰는데, 기대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개봉 당시 관람하다 기겁했던 - 나 본인보다 앞 좌석의 모녀가 경악했었다 - [판의 미로]와 공교롭게 가장 닮은 작품이기도 했다. 전체주의의 압제 아래서 억압당하던 [판의 미로] 속 등장인물들은 여기에선 무솔리니의 통치를 통해 무의미한 전쟁의 포화에 내던져진 소년들로 대치되는데, 전자엔 소녀의 죽음이 있었다면 후자엔 소년의 죽음으로 이야길 연다. 이탈리아의 덩화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작품을 원안으로 최근의 디즈니 플러스 실사에 이르기까지 목공 제페토와 목각 인형 피노키오의 이야긴 이 나라에도 친숙한데, 내겐 요즘 들어 [애프터 양..

짧게 설명하자면 마이클 베이 무비다. 이 사람다운 작품이고, 그 이름에 걸맞게 폭죽 잔치 속처럼 수많은 차량이 전복하고 충돌한다. 이어지는 총격전에 검붉은 피를 쏟아내는 희생자들에게 동정심을 느낄 새도 없이 정신없는 편집으로 보는 이를 아연하게 만드는 재주는 여전하다. 그가 CG를 공세를 편 [진주만], [트랜스포머] 시리즈 등은 물론, 그 노선에 반하던 작품에서도 그의 파괴 공세는 일관되어 보이는데 여기에 그는 [더 록], [나쁜 녀석들]에 대한 언급을 극 중에 농담조로 넣는 자기 반영까지 행한다. 극 중 주무대가 되는 LA의 풍광을 역광으로 잡는 과도한 수려함과 더불어 이번 작품에서 힘을 주는 대목은 아무래도 제이크 질렌할의 기용으로 보인다. [나이트 트롤러]을 기점으로 최근의 [더 길티]에 이르기까..

이랜드 계열의 캐주얼 패션 브랜드들이 이랜드-브렌따노-언더우드-헌트의 순서로 줄을 서있던 시절이 지나고 김성수 감독의 [태양은 없다]이 존재했고, 이정재-정우성이라는 상징적인 듀오가 탄생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형성하는 비주얼로 인해 팬픽은 자연스러운 붐을 소비했고, 당사자 모두 이 사실을 아는 것으로 보였다. [헌트]는 이런 현실의 연장선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 감독으로 입봉한 이정재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표현 그대로 계단을 데굴데굴 구르는 몸싸움 배틀이 벌어지고, [쉬리]의 탄생 이후 한층 발전한 총기류 액션이 극 전반을 수놓는다. 일본과 방콩 등지에 안기부 국내파/해외파의 대립은 물론 남/북 간의 총격은 실상 이제 한국영화가 국제적 민폐도 가차없이 묘사하는구나라는 싱거운 실감을 ..

프로 스포츠에 대한 기피가 강했던 터라 올해의 월드컵 역시 별반 기대가 없었는데 웬걸 올해는 그간과 달리 피부로 체감되는 불편한 국뽕의 기운이 약했거니와 16강까지의 여정이 나름 설득력이 있어 좋았다. 좋거나 말거나 결과적으로 세계의 벽이 높다는 것을 이번에도 실감케 했고, 그간 팀이 보여준 노고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 생각이 닿아 지난 시즌 1로 끝났던 [죽어도 선덜랜드]의 남은 시청을 완료하였다. [라스트 댄스] 같은 프로 스포츠 다큐 시리즈와 달리 당연히 [죽어도 선덜랜드]을 채우는 것은 영광의 연속과 승전보를 향한 도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익숙한 패배와 항구적인 지역 구단에 대한 사랑의 고백에 가까운 서사다. 항만 도시의 노동자 계층이 중심이 된 지역에서 무승부와 패배의 고리를 끊을 희..

최근 넷플릭스의 [샌드맨]과 게임 [페르소나 5 더 로열]의 에피소드 진행상 꿈과 현실의 경계의 문제를 가볍게 오락으로 즐기고 있다. 꿈의 영역은 심리학의 문제이기도 하고 신경외과와 인지의 문제기도해서 여건상 흥미로운 과제다. 본작 [슬럼버 랜드]의 캐릭터 플립은 어떤 의미에선 어린 시절의 꿈과 여행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빙붕을 닮기도 하다. 친부를 상실해 천애고아가 된 소녀 주인공의 모험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꿈속 유영은 [프리 가이] 같은 작품들의 메타버스/멀티버스 여행담에 못지않다. 제인스 모모아의 캐스팅이나 웬걸 물량공세가 느껴진 화면 속 투자를 보니 더더욱 그랬다. 감독 프란시스 로렌스의 필모를 보니 [콘스탄틴]. [나는 전설이다], [헝거게임] 3부작의 연출자였다. 적어도 투자..

오래된 기근과 어둑한 아일랜드의 추적거리는 풍토. 여기에 금식으로 제대로 된 식사 없이 생존하는 기적의 성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사회를 맴돈다. 이 기이한 기족 같은 소문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한 간호사와 수녀, 기자 등 수많은 이들이 이 성녀에게 찾아온다. [레이디 멕베스]를 통해 금기된 비밀과 인간들의 속내를 파헤친 바 있었던 플로렌스 퓨의 작품이니 이번에도 익숙한 톤이 느껴졌다. 세반스찬 레리오 감독의 연출은 초반의 무대 세트와 현실을 오간다는 점에서 라스 폰 트리에의 [도그 빌] 같은 작품을 연상케 했다. 작품이 줄곧 말하는 안과 밖의 경계, 실상 예수의 오래된 서사인 죽음과 부활의 모티브를 가져 온다는 점에서 성녀의 기적을 어떻게든 봉인해 존속하려는 오래된 원로들의 완강한 세상과 그를 뚫..

달에 가고 싶어 하는 여성과 극 중 배경이 되는 나이트 시티에서의 삶에서 성공을 획득하려는 남성이 만나 전형적인 BOY MEET GIRL의 공식을 이어가는 저패니메이션이니 한편으론 멜랑콜리한 엔딩은 피하지 못했을지도. 그보다 작품 자체에 대한 외부 평가가 좋았고, 원 세계관을 다룬 콘솔 게임이 최근 몇 년간 여러 이유로 여러 이야길 만든 타이틀이어서 애니메이션 발표 이후 게임 마켓 서비스 STEAM에서의 동시 접속자 수를 다시 상승세로 이끌었다. 가뜩이나 이런 붐 덕에 넷플릭스 코리아의 내부 심사가 본의 아니게 타 국가보다 늦어져, 이것 또한 여러모로 원성의 이유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런저런 관심에 부합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일찌기 일본의 대중문화 토양 자체가 [사이버펑크 2077]은 물론 [공각기동대..

시리즈 후반에 지미는 심심치 않게 혼미한 정신과 여건 안에서 주변인에게 타임머신에 대해 말을 하곤 했다. 월터에 의하면 타임머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물리학으로 성립이 안되거니와 현실에선 존재할 수 없다는 설명이 덧붙여진다. 둘의 대화에 더불어 놓여있던 H.G 웰즈의 이름도 그렇고, 설마 하니 [브레이킹 배드] 유니버스에 SF가 스며드나 싶었는데, 그걸 회상 속 마이크가 일깨워준다. 문제는 타밈 머신이 아니라 댁은 후회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고. 아하... 이렇게 유니버스로서의 최종작인 [베터 콜 사울]의 최종 에피소드는 지미의 인생 자체를 '미끄럼 지미', 즉 RISE가 아닌.... AND FALLEN으로서의 묵직함으로 마무리된다.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형을 엿 먹이고, 하워드를 엿 먹이고, 더불어 적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