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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심야의 다양한 군상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심야 식당] 같은 선례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소시민들의 소박한 다짐을 휴머니즘의 색채로 답답하게 긍정하고 응원한다는 점에서 엔카 음악을 연상케 하는 심야 식당과는 구분이 가는 게 야쿠자에게 상납을 해야 하는 도심의 잉여 인생들과 범죄자(와 협박을 당한 희생자), 비일비재한 가정 폭력을 겪은 등장인물, 초라한 꿈의 실현을 갈구하는 아이돌 산업 종사자, 그 주변부의 인생들, 로또에 당첨된 청년 그리고 그의 당첨금을 노리는 어둠의 손길, 떡상을 노리는 유튜버, 매번 경쟁에 도태되는 한물간 스탠딩 코미디언 듀오, 모바일 게임 중독으로 인해 정신이 긁힌 캐릭터 등 제법 다양한 이들의 사연을 흝어본다. 안도가 되는 점이라면 제법 엉켜있는 이런 군상의 사연이 그래도 종내엔 나..
[코다]는 제37회 선댄스 영화제에서의 반향을 시작으로 지난 오스카 작품상 수상에 이른 작품이다. 수상 결과에 대해서 매번 그렇듯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음악과 가족이라는 휴머니즘 있는 테마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나라 관객에겐 익숙한 분위기의 작품이다.(가령 [빌리 엘리엇]의 전례를 생각한다면 비슷한 톤의 온기를 확인할 수 있으리라.) 애초에 애플 TV를 통해 론칭한 작품인데, 최근 넷플릭스에 제공되어 이번 기회에 볼 수 있었다. 작품이 아닌게 아니라 극 중에 아이폰이 나오는데, 평소에도 장애인을 위한 UI/UX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자처했던 회사의 라인업다운 분위기의 작품이라 칭할 수 있을지도. 주연 배우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출연진 모두 실제 청각장애인이고 그들의 일상과 세상 속 불화와 충돌..
최근 어떤 분의 팟캐스트를 챙겨 듣기 시작했는데 마침 [날씨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더라. 그렇지 않아도 올해 여름 여러 곳에서 비로 인해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는데, [날씨의 아이]가 그 비로 인한 예상치 못한 수난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 이 작품 [표류단지]가 그치지 않는 비와 그로 인해 범람한 대양을 그저 떠다니는 주택 단지를 다루고 있어 심정적으로는 맞아떨어졌다. 물로 가득찬 세상을 두둥실 떠다니는 허름한 단지 건물, 그 건물을 배 같이 여기며 정상적인 세상으로의 경로를 모색하는 '소년소녀 표루기'라는 점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 boy meet girl의 원칙을 나름 준수하거니와 사적으론 둔촌 주공의 기억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소년소녀의 모험과 그에 따른 귀결은 사실 실제로 벌..
시즌 3과 4의 전환을 만드는 사건은 척의 자살이다. 지미에게 콤플렉스의 대상이자 생활의 난관 자체였던 척이 실은 그 자신이 성장기 때부터 꾸준히 지미에게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가지고 있었음을 극은 여러모로 실토한다. 여기에 꾸준히 누적되었던 '미끄럼' 지미의 처세와 사기꾼으로서의 면면에 대한 뿌리도 확인할 수 있다. [브레이킹 배드]와 비교해 한결 확 와닿지 않았던 극의 매력이 뭔지 조금이나마 짚였던 시즌들이었다. 지미를 단순히 변호사로의 길을 향해 헤매는 자연인이 아닌, 기형적인 캐릭터 '사울'로 진화(?)하는데 도움이 된 양분이 킴에게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질 시즌 5부터 이런 요소들이 아마도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거스의 카르텔 독립국도 서서히 형성될 듯한데, 자연히 여기엔 마이크..
베터 콜 사울이 현지에서 종방 했다는 말을 듣고, 팟캐스트 PD이자 본인이 힙합퍼라 미국 대중문화 속 정키에 대한 언급과 농담을 즐기던 UMC/UE의 추천도 있고 해서 시청을 재개했다.(넷플릭스라고 어서옵쇼라고 편하게 보라고 제공하는데, 이참에 보는 게 좋겠지) 잘 알다시피 이번 종방이 [브레이킹 배드] 세계관의 최종 정리라는 의미도 있어 본편이 정말 훌륭한 시리즈라고 생각한 입장에서도 믿고 재개했다. 이제 시즌 2 마무리. 전체적인 줄기에서 아직 열매도 안 맺혔지만, 이제 슬슬 거스도 등장할 듯하고 뉴 멕시코의 평온한 동네에 암운이 드리울 것 같다. 아- 나초와 투코 등 익숙한 인물들은 진작에 등장했고, 지미 못지않게 고뇌의 축을 맡을 마이크 아저씨도 여전하네. 얄궂은 소리지만 검사 출신 집권자가 있는..
1시간짜리 6편 구성의 시리즈물의 편성이라는 점에서 윤종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채롭다고 생각했는데, 윤종빈의 익숙한 페르소나 하정우와 [공작]의 황정민, 그 외에 조우진, 유연석의 가세(심지어 장첸까지) 덕에 본작은 나름 언더커버 등의 요소가 있는 국제 첩보물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마약 유통은 물론 개신교의 교리로 적지 않은 희생자를 현혹시킨 악당의 존재, 서로가 상대방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망을 형성해 나름 흥미로운 6부작을 만들었다. [곡성]의 범 아시아적 무속 빌런이었던 황정민이 여기선 부동산 범죄를 시작으로 남미 칼리 카르텔의 영역까지 넘보는 빌런으로 등장하는 것도 나름 흥미 있었고, 하정우가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 부계를 빌런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 구성..
닐 게이먼의 샌드맨은 국내에도 그래픽 노블이 출시된 만큼 나름 친숙한 서사물이지만, 성경의 모티브, 신화적 인물 배치, 꿈을 통한 인간의 삶과 욕망을 다룬 작품의 여러 디테일을 보자면 짐작이 가능하겠지만 나름 만만치 않은 질감을 가진, 일종의 인문학적 히어로물의 서사로 보였다. 히어로물이라는 편의상의 표현을 썼다 뿐 여러모로 대형 스튜디오(워너 브라더스)의 투자가 들어간 성의 있는 시리즈물이었다. 찰스 댄스, 그웬돌린 크리스티 등 왕좌의 게임 동문회 출연진 등의 영국 출연진들의 진지한 연기도 제맛이다. 콘스탄틴 가문의 캐릭터가 내세의 세게관을 오가며 가하는 심판, 꿈의 세계관 등지에 존재하던 욕망과 악몽의 캐릭터들이 인간 세상 안에서 잔혹하게 가하는 피칠갑의 소동 역시 볼거리다.(볼거리라는 표현은 당장엔..
SNS에서 호평이던 작품을 이제 다 볼 수 있었다. S. S. 라자몰리 감독의 [바후발리] 시리즈도 비슷한 정도의 유명세 덕에 조각조각 감상한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관람에 있어 그때처럼 쾌청한 기분은 아니었다. 문화의 갭을 핑계로 대기엔 요즘 같은 세상엔 내 역량의 부족함을 자수하는 격일 테니 그만 업급하는 게 좋을 듯. 러닝타임 3시간 동안의 식민지 환경을 뚫는 액션의 몸부림이 유감없이 이어진다. 기본적인 물리법칙을 가볍게 뛰어넘는 자유로운 활공 같은 인물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호랑이와 늑대 같은 야생 동물들이 그쪽 영화계 산업의 물량공세를 입고 활기차게 몸짓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본작이 화법이 중요시 한, 식민지 피해자들의 울분을 발산하는 대목들이다. 고문과 린치의 대상이 피해자에서 침략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