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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소재 발굴의 난관일수도 있고 새로운 활로가 될 수도 있을텐데, 다양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수많은 소재를 발굴해 온 일본 만화/애니계가 언제부턴가 자신이 속한 직업군에 대한 토로를 하기 시작했다. 소년만화의 형태로 출판만화계의 속을 보여준 [바쿠만]이라든지 출판계의 모습을 드러낸 [증쇄를 찍자] 등이 그 예시일 것이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제작계를 보여준 [시로바코]의 등장까지... 여러 이미지를 언뜻 보자면 또 '네 취향이 뭔지 몰라서 다섯 명의 여성 타입으로 제시해봤어'로 오해(?)할 수 있겠으나,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의 다섯 군상을 제시해 그들의 꿈과 그 느릿하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실제 종사자들을 모델로 하는 조연들과 단역들, 시청자의 상상력을 채우는 실제 현장의 디테..
리암 니슨의 근사한 목소리로 - 그동안 악당 협박 목소리로 숱하게 소모되었죠 - 움직이는 거대한 CG 크리처가 나오는 영화라고 할지라도, 트레일러가 속일 수 없었던 어둑한 분위기로 인해 아무래도 '판의 미로' 등이 떠올랐죠. 정작 관람한 영화는 '렛 미 인' 등도 연상하게 하였습니다. 성장의 시간선 위에 놓여진 숱한 폭력, 어른의 논리, 그리고 마치 이것은 '마이 리틀 자이언트'를 뒤집은 이야기 같기도 했습니다. 성장하는 아이를 더 넓은 세계로 인도하는 확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이야기를 요구하는 억압적인 목소리와 폭력적 분위기! 3가지의 소원을 들어주는 달콤함과 광휘의 순간이 아닌, 도무지 교훈적이지 않은 현실 논리를 박아놓는 3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종의 만담꾼의 존재. 그럼에도 그 이야기의 ..
처음엔 55분으로 편성된 공중파 다큐였(다고 한)다. 연예인 나래이션이 붙었고, 조금 더 등장인물의 감정읖 보충하는 자막이 있었던 모양이다. 85분의 극장판으로 나온 [땐뽀걸즈]는 완숙한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온 조선소가 있는 지방 도시에서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를 앞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앞길에 작은 불빛을 비춰주는 마른 등대 같은 선생님이 있다. 그렇다. [땐뽀걸즈]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결국엔 결정적인 순간에 눈시울을 훔치는 것을 매번 들키는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다. 학업 등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대상을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일로 진로가 달라지는 것조차도 아니지만 학생들과 선생님 사이의 유대와 1,2년간의 짧은 신뢰는 이들 인생에 다른 색채감의 온..
웹진에서 글 씁니다. 별점 제도는 매번 낯섭니다. / [링크] 김재하 「The Essential」 한국 음악 시장 안에서 메탈 기타리스트의 솔로 정규반이 대중과의 친화라는 낮은 담벼락 추구로 인해 밍밍함과 씁쓸함을 안겨주던 짧은 대목이 떠오른다. 지금 이 나라 헤비니스 씬 안에서 메써드가 가진 상징성(과 밴드 구성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상기하자면, 김재하의 음악들이 그럴리는 없다고 믿었다. 역시나 공력에 기반한 테크니컬한 속주가 가미된 바로크 메탈풍의 초반 진행과 서문의 끝과 본문의 시작을 알리는 메써드식 비장미, Cacophony식 오리엔탈한(한국이라는 토양에 대한 고민과 흔적?) 서사와 본류의 서사가 교차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에 멈추지 않고 이 곡이 한 음반의 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