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생각하고뭐라칸다/시사/매체/게임등등 (435)
Rexism : 렉시즘
한 성인 남성이 어린 여자 아이의 진학과 생활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생전에 외조부가 생에 어떤 인연인지 알 수 없는 일로 아이의 부양을 자처한 모양이고, 외손자인 주인공은 역시나 어떤 알 수 없는 동기로 그 부양을 승계하게 된다. 일본 서브 컬처물에서 간혹 은밀하게 소재로 발탁되는 음험한 코드가 다행히도(!)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를 다룬다는 점에서 [요츠바랑!] 등의 작품을 연상하게도 하는데, 육아를 포기한 여성 쪽의 문제가 엄연히 있다는 점에서 나름 현실상의 책임감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하는 여성, 천장 위로 나가고자 하는 개인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원작 코믹스를 실사화한 [버니드롭]은 아무래도 매끈하고 따스한 소위 힐링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13기병방위권]은 잘 알려지다시피 [오딘스피어 레이브스라시르], [드래곤즈 크라운], [오로로 무라마사] 등의 액션 RPG 라인업에서 수작을 내놓았던 바닐라웨어 소프트웨어의 근작이다. 출중한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웬일인지 알 수 없는 음식 묘사 디테일에 대한 출중한 장기를 발휘해왔으며, 여성 캐릭터 묘사에서 서브 컬처 팬층에게 지지를 받아온 곳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전형적인 서구 중세 무용담의 서사부터 사무라이극 등의 기반은 물론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벨트스크롤 액션 RPG 같은 주변 장르의 화법을 수용해 나름 다양한 타입의 작품을 기획해 개발했었다. [13기병방위권]은 역시나 이런 움직임을 바탕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고, 제명처럼 13명의 캐릭터 군상의 스토리의 얼개를 엉키면서도 흐트러지지 않게 ..
매일 올라가는 등굣길의 언덕이 주는 무료함과 관성에 일상의 염증을 느끼는 아이가 있었고, 본의 아니게 학교 옥상에서 쉬던, 불량한 기운의 동급생 녀석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키워드는 재즈 트리오 연주였고 이로 인해 연애 감정과 우정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갈등을 빗기고 하고 간혹 충돌과 반목이 자연스럽게 야기되고, 어느새인가 아이들은 성장해서 각자의 경로로 갈라진다. 아이고 여름이었다... 빌 에반스, 존 콜트레인 등의 넘버 등이 함께 흐르는 소박한 애니메이션. 그동안 청춘물 하면 쿄토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익어버렸던 기준이었던 탓에, 그림체와 세계관에 익숙하는데 약간의 곤혹스러움을 감당했어야 했다. 에너지와 활기를 발산하고 싶었는데, 어디로 분출 해야는지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던 나이대. 그런 가운데 스..
디즈니 플러스를 등에 걸친 갑주 삼은 루카스 필름의 공세는 지금까지의 [만달로리안], [북 오브 보바 펫] 등은 물론 앞으로도 예정되어 있는 [오비완 케노비]. [아소카], [안도르]로 이어질 모양이고, 팬층의 지갑을 안정적으로 놔두진 않겠다는 당당한 엄포로 보인다. [- 비전스]는 포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이런 시청자를 위한 시리즈 작품이며, 특징적으로 일본 애니메이터들이 제작한 작품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작품 '결투'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시대의 흑백 영상물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어, 이미 [만달로리안]을 통해 스타워즈 클래식 분위기와 웨스턴 취향의 결합을 봤던 이들에게 낯설지 않은 방식일 것이다. 일본 검객류의 코드인 스승과 제자의 관계, 곤란한 처지가 된 힘없는 서민과 그들을 위협하는 무..
영화 말고 드라마 이야긴 처음이네. 지난 주말 JTBC의 [나의 해방일지]가 막을 내렸다고 하네. 시청률을 2%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6%로 마무리했다고 해. 방송국 간부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박해영 작가의 전작 [나의 아저씨] 이후 나오는 차기작이라 여러모로 기대한 바가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겠지. 너와의 통화로 내가 간혹 [나의 아저씨]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한 적도 있었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 드라마라는 표현에 스며있는 버터 내음이 적지 않게 불편했어. 다들 그렇게 쉽게 인생이란 명제를 무슨 당근마켓 네고 적용한 헐값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심술. 이 심술과 별개로 아무튼 이번 작품에 대한 시중의 반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보이더라. OTT에도 시간 간격 두고..
성인 시청자를 대상으로 사랑과 관능, 로봇과 테크놀로지가 교합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생명의 존엄성, 영속을 질문하던 시리즈였고 이에 자연스럽게(?) 그 전제에 대한 조소와 유머, 잔혹한 장난기를 가미해왔고 어느새 3번째 시즌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과 아이디어에 가세한 것이야 그렇다 해도 제작 파트너인 팀 밀러가 [데드풀] 1편 초반의 액션과 디렉터로서의 능력치를 보여주기 위해 CG 공정물을 보여줬던 전례를 생각한다면 여러 - 실사를 방불케 하는 - 수려한 에피소드들이 한편으론 이해가 간다. 총기류 사용에 제한이 없는 여러 시대의 밀리터리 배경의 에피소드들, 어쟀거나 장대한 수수께끼의 영역에 있을 우주 무대의 에피소드들, 탐욕과 오만함에 자멸로 향한 인류 문명에 대한 회의 등이 여러 곳에 묻어있다. 여..
쿄토 애니메이션이 거의 사풍으로 밀어붙이는, 고교 특별활동부 서사가 있다. 스포츠물 등의 유사 장르처럼 정상과 극복의 목표치를 향한 성장의 줄기가 있고, 이를 위한 동료들과의 화해와 단합이 있다. 쿄토 애니는 이미 [프리!!]라는 수영부 애니메이션을 통해 훤칠한 미남자 캐릭터 물을 냈던 만큼 이 방향으로는 완숙한 BL 코드를 넣을만치 대중이 원하고, 장기적인 머천다이징의 방법론을 잘 아는 곳이기도 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한결 절제된 분위기와 절도를 요구하는 궁도라는 점에서 주인공에게 벽으로써 자리한 것은 이른바 하야케라 불리는 속사병(일종의 활병?)의 존재다. 실제로 구글링을 해보니 이 속사병이라는 장벽은 한국의 국궁을 하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징크스인 모양이다. 차분함과 성실한 재활의 태도를 요구하는,..
쿄토 애니메이션의 [타마코 마켓]의 주 무대는 망원 시장을 연상케 하는 시장 안에서의 소박함을 미덕으로 여기는 인물들을 내세우고 있고, 주인공은 대대로 떡 방앗간에서 성장해온 고등학생 타마코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떡을 사랑하고 매일 도시락 안에서 떡을 싸온다거나 자신의 매장에서 어떤 메뉴를 새롭게 내느냐 아이디어에 몰두한다던지, 유년기 시절부터 친숙하게 성장한 옆집-옆 매장의 동년배 남자아이 오지 모치조 군의 존재, 어느 날인가 자신의 거처에 생활한 어느 남쪽 소국가에서 날아온 '말하는 새' 데라의 존재 등이 이질감 없이 스며든다. 그만큼 천진한 톤의 애니메이션이다. 작품이 실상 동그란 떡의 속성으로 대변되는 '모찌모찌'함, 즉 말랑말랑한 귀여움을 내세운 덕이다. 선량한 인물들이 있고, 일상극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