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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아리안의 혈통, 그 위대함을 강변하던 제국주의의 오만함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허약한 인류를 비누로 만들고, 대량 학살하는 광기의 현대사를 수립한다. 여기까지는 우리들이 책과 영상자료를 통한 기억의 기록을 빌려 인식하는 역사의 사실이다. 때마침 올해도 EIDF 2021이 시작되었는데, 다른 이들과 청취 환경이 다른 나 역시 넷플릭스의 다튜멘터리 라인업을 통해 여러 작품 중 한두 개를 볼 결심을 하였다. [미샤와 늑대들]이 드런 맥락으로 시청한 것인데. 트위터의 누구의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마음을 주더라. 역사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인간 그 자체가 무엇일까 하는 마음을 주더라. 파시즘의 광기를 피해 부모를 찾아가는 국경을 통한 행보 중, 추운 눈밭에서 늑대와 공존하며 생존했다는 소녀의 기록이..
원작을 맡은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는 지금도 볼 용기가 부족한 작품이다. 가족 중에 한 분이 암으로 인해 세상을 먼저 떠난 것이 지금도 아픔으로 기억되기에 이를 변명 삼고 있긴 한데, 반면 이 작품의 원작 [D.P]는 잘 읽긴 했다. 군대 안의 진통은 만만하게 읽히더냐?라고 되묻는다면, 싱겁게 웃으며 화답할 듯하다. 입술이 얇게 생겨서 시비받은 현역 시절을 곱게 기억할리가. 아집과 꼬장, 쓸모없는 자존심이 충돌하던 한국 남성 사회의 흔적 모두 내게 경험이 있던 바다. 한마디로 짜증 나죠. 네. 원작은 내가 읽지 못한 [아만자] 쪽보단 잘 읽혔다. 군 생활 묘사의 드라이한 웃음의 감과 구조리의 쌉쌀함이 예의 마른 연출 안에 잘 살아있고, 영상 작품 역시 매한가지다. 특히나 하사관과 장교 출신 간부들 사이..
병동 생활 전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어쨌거나 내 주변을 장식했던 취미인 건프라의 전면 정리 완료였는데, 그렇다고 취향 자체가 변질된 것은 또 아닌지라 [에반게리온 디카포] 같은 목록의 OTT 방영은 군침 도는 소식이긴 했다. 그것의 대체품이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본작의 넷플릭스 론칭은 이채롭긴 했다. 일부 퍼스트 시절 건담 라인업 방영은 웬일인가 했고, 실제로 접한 본작은 생각보다 좋은 작화로 [건담 유니콘] 등을 상회하는 성취를 보여주더라. 공중전과 우주전에 쏟은 품질은 실상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생각을 잠시라도 덜 아쉽게 했다. [F91] 시대를 연상케 하는 도심 전투와 시민 피해 양상은 그 안에서라도 그나마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그들의 화법을 끄덕이게 하더라. 사실 제일 문제는 연방 세력의 태..
고객으로 인해 수북하게 쌓은 검색 조회 결과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와 그것으로 성장한 테크 기업, 바로 그 기업의 기술력과 CEO의 비전으로 탄생하게 된 인공지능의 안드로이드. 결정적으로 이런 개체를 탄생시킨 것에 대한 자긍심과 오만함을 자신의 입으로 신의 권능에 비유하는 경영자. 가깝게는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조금 멀게는 [프로메테우스]의 피터 웨이랜드(가이 피어스 분)가 떠올랐다. 아름다움과 지성, 미적 감미안 등의 예민함을 보유, 여기에 하이 테크놀로지가 만든 완성도의 아슬아슬함이 배합 되었으니 욕망의 대상이 되는 이 안드로이드들이 야기할 불편한 파국은 이미 예상되었달까. 게다가 창조주를 자처하는 이가 거진 섹스돌의 위치로 이들을 포지셔닝했으니 비극의 자처는 필수불가결일지도 모르겠다. 이케아 ..
극의 초반은 한반도에 거주하는 시청자로서 마치 [조선여인수난사]의 서사를 연상케 했다. 조부까지 시선의 압제로 누르며, 시종일관 강요하는 정숙한 처자로의 행태. 부부간의 생식에서 가해지는 폭력과 통제엔 당연히 반발과 훗날의 비극을 예상하게 한다. 이에 자연스럽게 내재한 반발에 따라 결국 터지는 불륜과 상대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해 더불어 불행의 바퀴에 더불어 함몰되는 주변의 사람들. 급기야 그 자체가 욕망의 탐식에 빠녀나갈 생각의 여지가 없는 끝 간 데 없는 파국의 귀결로 마무리된다. 이 모든 상황을 조성하고도 관장하며 주도하는 플로렌스 퓨의 존재는 그 자체로 존엄의 힘이 넘치는 생명체이다. 길지 않은 러닝 타임과 정제된, 그리고 창백한 공간은 사람의 온정과 배려라곤 자리하지 않는 작품의 톤을 반영한다.
[브레이킹 배드] 이후 순수하게 재밌다고 여긴 미드가 오래간만이라 반가웠다. 당장에 뉴스 서치하고 제작 브레인 중 일부가 관계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내용이 다소 짜게 식히긴 했다. 요즘 세상에 믿고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찾기도 참 운이 받춰져야 하는 듯? 시즌 1이 좋앆던 이유는 선하고 약한 이들의 그들의 한계를 딛고 사건의 내막에 접근했다는 점, 그리고 어쨌거나 해결했다는 점에서였다. 상처 입은 공감대를 안고 살아온 정의롭고 투박한 경찰 서장의 캐릭터, 사고의 내막 어딘가의 진실의 벽에 닿는 가까운 희망을 놓지 않는 여인, 어린 나이의 우정을 무기로 세상에 덤벼드는 아이들 모두 좋았다. 그리고 말미에 다음 시즌을 위한 밑밥을 까는 여실한 서사들.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80년대 미국 ..
작품의 도입부를 보고, 하루아침에 양친을 잃고 천애 고아가 된 영민한 소녀가 기숙 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공간과 유가 서사의 다른 작품 몇몇이 떠올랐다. 계속 보다 보니 생의 어느 순간까지도 이어지는 약물 홀릭이나 천장 위 문양에서 체스 패들의 패턴을 시뮬레이션하는 범상치 않은 천재성 묘사에서 작품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선명해지더라. 약물 중독에 관해선 그의 일생에서 소중한 시간을 공존했던 양모가 계승(?)해준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고, 이는 그의 경력을 뒷발 잡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체스 선수로서의 천재성을 발견해 성장시킨 보일러실 관리인을 시작으로, 주인공의 인간관계를 형성한 숱한 인연을 형성시키기도 한다. 연애 감정과 우정 등, 결정적으로 역사적인 라이벌인 보로노프까지. 극이 마..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가 처음 공개 되었을 때,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시도임을 드러내듯 몇몇 이들은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전례를 언급했던 모양이다. 거창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외양 보다는 '우주쓰레기'를 줍줍하는 우주 속 나부랭이 NPC급 마이너리티들의 팀 구성 등 정서상 연관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늑대소년] 당시 연을 맻었던 송중기와 다시 합을 맞춘 본작은 국내 환경상 투혼을 발휘한 기술적 노고로 아주 정색으로 만든 사이파이 액션물이기도 하다. 감독의 변칙적 걸작 [남매의 집]엔 닿진 못하지만 자신의 전작,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연상케하는 줄기를 여전히 드러낸다. 아역 캐릭터와의 어쩔 수 없이 엮인 연을 무시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노고와 세상을 향한 판 뒤집기라는 전개는 여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