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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시즌 2의 시청엔 1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확연히 떨어지는 재미와 몰입도. 여전히 폭력과 총격, 무정한 복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관심이 떨어지는 광경이다. 언제나 이야기하지만 나르코스 오리지널엔 콜롬비아의 파블로 에스코바르라는 괴물이 존재했다. 현재 시점 마약 시장의 규모에 있어 압도적일 멕시코의 카르텔을 낳은 산파인 펠릭스가 존재함에도, 서사의 재미는 콜롬비아 편에 비해 크지 않다. 나쁜 범죄자들 이야기하는 드라마에 몰입도와 재미를 말해야 하는 이 곤란함. 전 1 시즌 이후 키키의 빈 곳을 채우는 것은 월터 요원이다. 그와 피할 수 없는 대치를 만드는 펠릭스는 더욱 거물이 성장했고 멕시코 현대사의 거대 부정 투표에도 관여하는 등 판을 키우고 있고, 카르텔 패밀리 사이의 분열도 ..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도트 CG로 처리한 도입부와 에 대한 사랑을 언급하는 등장인물, 등장인물의 등장과 퇴장을 코인 획득으로 처리한 것 등에서 게임 세대에 대한 애정을 바깥으로 표출한다. ([스콧 필그림 원작 자체가 벨트 스크롤형 액션 게임으로 주요 플랫폼 타이틀로 발매되기도 했다.) 그보다 사랑스러운 대목은 류와 켄이 등장하는 격투 게임의 외양을 따라한 것보다 안나 켄드릭,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타드, 키에란 컬킨, 크리스 에반스, 브리 라슨, 앨리슨 필 등 출연진들의 면면이다. 브리 라슨은 지금과 과거를 비교하면 목소리 톤이 달라졌고, 크리스 에반스는 당시의 학교 체육부 캐릭터에 비하면 [나이브스 아웃]은 거의 배우 선언 수준의 환골탈태가 되었다. 무엇보다 에드가 라이트 자신이 당시엔 본작으론 차가운 반..
지난 시즌들보다 볼륨을 늘었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다소 상향되었다. 사람들에게 평가가 좋았던 에피소드가 내겐 그저 태만하고 평이했던 현실 비판 에피소드였는데, 이젠 블랙 미러 특유의 근미래 배경 비관론의 톤은 각각 완성도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톤을 가장 잘 지킨 에피소드가 평이한 수준이었고, 는 이 프로그램을 지지할 세대들이 제일 호응했을 이야기였다. 레트로 취향 자극에 퀴어 서사, 그리고 블랙 미러가 고집스럽게 가지고 있는 비관의 톤을 탈색하게 해주는 색채를 가진 덕이다. 물론 이 희망적인 이야기에도 현대 기술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가 숨지 않고 스며들어 있다. 각 에피소드 별로 인스타그램, 정부 백도어 프로그램, 난민 차별, 성윤리 등을 두루두루 비판한 블랙 미러의 폭넓은 모두 까기 정신답..
하이라이트 순간에 소연이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네가 좋다고 고백한 강백호의 [슬램덩크] 이후, 일본 스포츠 만화는 각자 쿨의 계보와 가난과 고생 역경의 계보의 흔적들이 크게 양 갈래를 이어온 듯도 하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거칠게 정리하니, 연애 감정 경향의 아다치 미츠로 동어 반복들이 여전히 생명을 잇고 있고, 또 한편으론 슈퍼 히어로 배틀물 모드의 [테네 프리] 엄연히 공존하고 있다. 이후의 이런 갈래들은 캐릭터 팬덤을 장려하는 풍의 [Free!], [슬램덩크] 풍의 배구식 계보 같아 보이는 [하이큐]로 변형하여 꾸준히 파생하고 있구나 싶다. 살펴보니 이외에 구기 도구 없이 그저 달리는 목적에 충실한 작품도 있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여성 문인의 소설 2권을 원작으로 멀티 유즈로 만들어진..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후에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만들었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가 훌륭한 감독이 아닌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필두로 TV 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 [퍼시픽] 그리고 최근의 [1917]까지 할리우드는 현대전의 걸작들을 낳아왔다. 개별 작품들 역시 하나둘의 결점을 가지고 있으니 그 길은 굉장히 다난한 여정인 셈인데, [퓨리]는 오죽하겠나. 음악은 다소 장르적이거나 좀 관습적으로 들리고, 철학적이고 사색적 고민은 애초부터 들어가기가 힘들다. 브래드 피트가 프로듀싱에 이름을 올린 것을 보면 알겠지만 그의 캐릭터가 아무래도 나치 사냥꾼의 전력을 다시금 연상케 하는 부분도 느껴졌다. 그래도 데이비드 에이어는 단순한 탱크전의 고정된 인상을 지우기 위한 ..
어떤 사건으로 인해 삶을 지탱하는 의지 대신 허무가 차지하게 되고, 간헐적인 죽음충동을 향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액션 장르 안에서 들어오면 그게 굳이 크리스 헴스워스가 아니라도 상관이 없고, 설사 덴젤 워싱턴이 되거나 제라드 버틀러가 되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즉 캐스팅이 실상 중요하지 않다. 이런 요소가 나르시시즘과 만나면 그게 [아저씨]의 원빈 사촌 같은 사람이 민들어지는 거니까. 뭐가 그리 중요하겠나. 그래도 스턴트맨 출신 감독이 만든 야심 있는 12분 롱테이크(기법) 장면이 경천동지 할 구경거리를 만들고, 투자자를 흡족하게 하고 시청자에게 만족을 준다. 그럼 넷플릭스로선 만사 오케이 아니겠어요. 그런 작품이 만들어졌다. 작품이 배경을 삼은 정세와 등장인물의 처지는 안타깝게도 장식이다..
사람이 컨디션이 안 좋으면 엎드리거나 누워서 별 것을 다 보는 법이다. 이런 일상생활이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좋아할 순 없었다. 넷플릭스에서 나름 목록 챙겨서 제공되는 모양인데 본다는 마음은 안 먹게 되더라. 이문세 4집은 내 추억의 거리가 아니라 그냥 성장과정의 음악이었고, 언제나 그렇게 기록했고 토로한 목록이었다. 추억이라는 낭만의 포장을 굳이 씌우진 않게 되는 목록이었다. 간지럽게 분장한 유명한 연예인의 화사한 포장 같은 것은 애초부터 필요가 없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딱 그 정도 수준이었고, 가뜩이나 로이 엔터테인먼트 관련한 불쾌한 이슈와 엮인 곳이니 소비 대상이 아니라 보이콧 대상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애청자가 된 것은 민망한 일이었고, 민망함에 비례해 솔직히 ..
이제 판은 조리돌림의 시간이 [사냥의 시간]에게 주어진 모양이다. 가혹하다. 그렇게까지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었다. 감독의 전작 [파수꾼]의 2인조 이제훈과 박정민의 관계성을 다시 연장시키는 대목들이 있다. 죄책감과 망자의 귀환, 이로 인해 환기시키는 목소리 그리고 예정된 파국, 조성하의 캐스팅 역시 전작의 잔영을 결코 무시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어떤 의미에선 그게 노골적이라 아직 [파수꾼]의 존재가 감독의 성취에 대한 자긍심 같아 보여 좀 안쓰러워 보일 정도였다. 문제는 어디서 발생한 걸까. 사운드와 플롯 곳곳에 넣은 긴장의 장치는 출중한데, 이야기의 중심 얼개의 난도가 높지 않았다. 누구나 실패할 것이 명백하리라 판단할 예상된 앞날. 그럼에도 그 길을 뚝심 있게 걷는 등장인물의 행보를 이해하기 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