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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서점에 배치되어 있는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류의 서적에서 언제나 최상위의 위치에 자리한 절대 걸작, [시민 케인]이 비단 오손 웰스만의 성취가 아니라고 말하는 작품. 이게 데이빗 핀처의 손길에 의해 만들어졌다. 1930년대, 미국 현대사의 후유증을 만든 대공황의 공기를 핀처는 당시 할리우드 영화들처럼 의당 흑백 필름 분위기의 색채로 물들였고, MGM과 각본가 노조의 관계성을 충실히 옮기는데 주력한다. 여기에 게리 올드먼의 믿음직한 연기, 아만다 사이프리드 같은 젊은 연기자의 의욕이 한데 모여 작품의 살집을 채워준다. 트렌트 레즈너, 애티커스 로스의 음악은 자연히 데이빗 핀처의 수작 라인업을 하나 더 추가시킨다. '아는 만큼 보인다'의 전제는 [맹크]에도 자연히 해당하는데, 어쨌거나 기본적인 바..
리키 저베이스의 명성(악명?)이야 여기저기의 경로를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가장 잘 알려진 몇 년 전 골든 글로브 시상식 진행자로서의 독설과 농담 등에서 드러난 그의 기질과 재기, 한국의 모 유튜버가 제일 존경한다는 사소한 사실 등으로 감이 갔으니 넷플릭스를 통한 이 드라마의 시즌 1의 모습은 익숙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보내고 남은 것은 주변에 대한 독설과 심술 밖에 남지 않은 중년 남자의 일상이라... 과연 이렇게 극의 형식으로 묘사되는구나 끄덕이면서 시청할 수 있었다. 시즌 1이라고 거창하게 적었지만 회당 길이 35여분 정도, 총 6화 구성이니 무엇보다 보기 편했다. 물론 거리의 마약 딜러나 성노동자들의 주변 인물과 연을 잇는 주인공의 걸음걸이가 땨론 덜컥 우려는 되었으나, 시즌..
작품의 원안은 이 극을 처음 독립영화 형식의 SF로 만든 최항용 감독의 작품(2014)이다. 배우 정우성은 아마도 이 작품에서 장편의 비전을 발현한 모양이고, 그의 제작 주도와 넷플릭스를 통한 배급이 아시다시피 순항의 과정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월드와이드 배급을 통한 덕에 자연히 [오징어게임] 이후 한국에서 내놓은 본작이 얼마나 차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지가 관건이었던 듯하다. 배두나와 공유 등의 넷플릭스 공무원(?...) 등의 출연진, [승리호] 이후 이곳에서의 SF라는 장르를 향한 시도 등 어설퍼도 어느 정도 사전에 관용을 전제로 한 듯한 분위기로 보였다. 한없이 어두운 암흑만이 존재하고, 사운드. 진동이 애초에 배제된 우주라는 낯설기만 한 공간은 [그래비티], [마션] 등의 작품을 통해 창작자들의..
나쁜 작품은 아니지만, [알라딘]의 마술 램프 지니의 서사를 가져온 발상과 창안의 안이함, 중화권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기량 강화 외엔 큰 주안점이 없어, 이제 텐센트에서 온 작품들과는 안녕 인사를 건네어도 되겠다. 용이라는 크리처를 두고도 털의 질감을 보다 더 강조한 점은 근간 애니메이션 기술을 내세우기 위한 시도임은 짐작이 가지만, 이런 디테일이 본편에서 중요한 것이 아님은 명확해서 유감이었다. 다만 빈부 격차의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는 저쪽 자본주의 사회의 풍경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요소가 있었다. 자식의 입신양명을 바라는 부모 세대, 어린 자식을 위해 뭐라도 희생해도 뭘 해도 아깝지 말하는 그들의 존재 등 여기에도 익숙한 어떤 갑갑함이 전달했는데, 이게 아무래도 텐센트에서 온 작품과는 이제 벽..
소중한 가족이 실종되었다. 며칠 만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믿을 수 없이 귀가하면 그저 다행이라 안도할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애간장 타는 부모의 속은 이젠 아예 시꺼먼 재가 되어 바스락 거리는 먼지처럼 소멸할 지경이다. 실력 있다는 경찰은 도통 믿을 수 없고, 수사는 핵심을 못 참고 지연되니 당사자도 곤혹스럽다. 이렇게 야금야금 서로의 마음을 좀 먹는 생채기는 생채기가 되어 일상을 지배하고, 황량화된 모든 것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악몽 같은 세상을 만든다. 유괴된 아이들, 증거가 될 물품들, 물증과 추정의 누적, 무엇보다 가족을 되찾고픈 부성이 택한 가장 잘못된 행동 등은 닫연하듯이 파국으로 향하게 된다. 가장 최근의 개봉작 중 하나인 [듄]과 더불어 [블레이드 러너 2049], [컨택트], [시..
2차 세계 대전 참전의 후유증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인물이 극의 서두를 열고, 베트남전 참전을 선언한 라디오 방송이 들리는 말미엔 총과 죽음의 역사로 누적된 미국 현대사의 얼룩이 느껴진다. 서로를 의식하지 않아도 그 존재가 영향을 미치고, '연결되선 안될 악연'이 맺어지는 이들의 아비규환이 성립하는 작품이 있는데, 이 작품이 딱 그렇다. 그렇게 인물을 엉키게 만드는 그 동력이 불행하게도 이 극에선 종교와 신에 대한 믿음이 그 매개라 하겠다. 작품 안에 연신 들리는 내레이션이 내겐 전지적 시점의 발언이라 그 자체가 신이거나 신의 목소리를 대행하는 게 아닌가 했다. 알려진 대로 톰 홀랜드를 위시해 로버트 패틴슨, 빌 스타스가드, 미아 와시코브스카, 세바스찬 스탠, 제이슨 클락 등의 인물들은 권능적이고 방관..
지구에 직방으로 바로 충돌해 인류를 설멸시킬 거대한 혜성이 관측된다. 시일은 앞당겨지고, 정말로 그 일이 실현된다면 인류의 운명은 결코 긍정적으로 예견할 수 없을 것은 명확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서사를 끄집어낸 것이 [빅쇼트]의 아담 맥케이의 입담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주식과 코인 투자의 포로들을 불나방 운명과 더불어 말버릇 같은 '빅쇼트' 백일몽을 심어준 그이기에 여전히 통렬하다. 그가 보는 미국은 여전히 극 중의 묘사처럼 SNS 아귀다툼과 쇼비즈니스 화법이 교양의 세계를 진작에 침식했고, 경박스러운 일종의 자이 가이스트가 된 세상이다.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가 되었고, 칭얼거리는 대통령 자제가 요직에 이름을 올린 절망의 상태다. 인종차별주의가 세상의 구원을 책임없이 약속하는 세상이고, 혜성 충돌을 ..
미국이라는 곳을 형성하던 개척 시대 안에서 성서를 인용한 문구의 제목을 썼다는 점, 음악엔 역시나 조니 그린우드의 - 클래식에 기반했으나 결코 예사롭지 않게 들리지 않은 현악 등 - 음악, 권위적이고 예상을 넘는 언행으로 극을 지배하는 남성이 나온다는 점에서 [데어 윌 비 블러드]의 전례를 연상케 한다. 그러면서도 제인 캠피언의 신작이니 '아하 - 허락되지 않는 관계의 선을 넘는 남녀와 그들을 둘러싼 느슨한 파국이 기다리고 있겠으려나 - 그런 식의 예상을 당연히 넘기는 서사가 기다리고 있다. '사내로 태어났으면 어머니는 지켜야지'라고 내레이션에 존재감을 드러낸 소년은 험한 서부 풍경의 세계관에서 모델로 삼을법한 사내의 이야길 듣고, 그의 물품으로 수음을 하고, 종이로 곱게 접은 꽃들을 곧잘 만드는 감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