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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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2화

trex 2011. 7. 12. 10:06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 입학 후, 자신과 음악적 이야길 나눌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그냥 내멋대로 음악을 접했다. 나인 인치 네일즈, 그린 데이, 넥스트...

 

뜨거운 여름이었다. 김일성 사망 소식이 들린 뜨거운 여름방학. 8월에 두번째 학번 방학 MT를 갔었다. 첫번째 MT는 경운기를 타고 자꾸만자꾸만 산을 올라만 갔다. 반면 두번째 MT는 강원도 바다였다. 에이스 오브 베이스의 음악이  넘실거렸고, 새삼 김건모의 음악이 또 들렸다. 김건모의 2집은 실은 예비대학 복귀 버스 안의 배경음악이기도 했다. 나는 그중 '우리 스무살때'라는 트랙을 좋아했다. 스무살에 입문하는 우리들에게 스무살을 거쳐온 이들이 만든 노래가 어떻게 와닿았을지... 사실 만든 의도와는 다른 감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히트 넘버들보다 저 노래가 맘을 끄는 구석이 있었다.  김건모의 2집, 3집을 필수인양 사듣는 주변 아이들 같을 순 없었지만.

 

여름에 발매된 또 하나의 앨범. 서태지와 아이들의 3집은 2집과 다른 의미로 충격이 있었다. 아주 작정을 하고 만들었다 싶었던 교실 이데아 - 내맘이야 -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3연방이 인상적이었다. 타이틀곡과 '영원'은 별로였지만, 이 중앙의 트랙들이 안겨다 준 쾌감과 혼란이 지금도 남아있다. 2학기가 되어 학과 내에서 연극을 준비했는데 쉬는 시간마다 연극 배경음악을 틀기 위해 준비한 플레이어에 이 3집을 넣고 듣곤 했다. 그리고 동기들이 아주 싫어했다. 시끄럽다고. 하하. 그래도 그이들이 좋아할거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트랙 '널 지우려 해'까지 오기로 듣기도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널 지우려 해'는 남녀공학 환경 안에서 연정의 감정으로 슬슬 요동칠 당시의 노래라 참 불행하게도 주입이 잘 되었다. 참 오지게 들었었다.


 

2학기에 복학한 형들 중 한명이 아주 죽이 잘 맞았다. 그이가 11화에서 이야기한 [내츄럴 본 킬러]를 같이 보기도 한 선배였는데, 그의 자취방에서 토스트를 구워먹고 잼을 발라먹고 영화다 음악이다 이야기하기에 바빴다. 좋은 형을 만난 덕에 전람회의 음악도 듣게 되었다. 케이스를 열어보니 신해철이 프로듀싱 맡았다는 정보도 보여서 흥미를 가지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노래방에서 모두가 전멸하여 실패한 '기억의 습작'의 위력까지도 지나보면 즐거운 기억들이다. 김동률의 음악에 대한 흥미는 어찌된게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같지는 못했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전람회 1집의 위치는 견고해졌다. 훌륭한 앨범은 아니더라도 어떤 당시를 각인시킨 앨범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듀스의 [Rhythm Light Beat Black]는 리믹스 앨범을 정규반만큼 좋아할 수 있게 되는 자신감을 준 앨범이었다. 나에겐 '여름 안에서'보다는 '우리는'에 관한 두 곡의 리믹스 넘버가 더 좋았다. 워낙 해당곡을 좋아했던 탓이겠지. 게다가 요즘 표현으로 간지랄까, 부클릿에 있는 사진들이 제법 팬들을 흡족하게 하는 면이 있었다. 이렇게 슬슬 사람들에게 '90년대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좋았어'라고 회상하게 되는 시대가 되었다. 듀스 같은 팀들이 그런 분위기의 최전방이었달까. 한편으로는 학교 캠퍼스에선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1집] 같은 앨범이나 여행스케치의 앨범들("산다는건~ 그런게 아니겠니이~")이 사랑받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좀더 코어한 부분에선 여전히 민중가요들이 불렸다. 나 역시도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들 모아서 내보낸 '열사추모가요제'에서 '바위처럼'을 급하게 외워 단체로 나간 적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왜 그랬을까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저 때가 딱 그랬다.



군대는 2년 마치고 가자 싶어서 1년을 더 다니게 되었다. 2학년이 되니 솔리드라는 팀이 어느새 2집을 내고 나왔다, 국내(방송계)에선 다소 낯선 방식의 보컬 그룹이었다. 난 당시 두 명의 보컬보다는 랩을 맡은 이준의 목소리가 더 듣기 좋았었는데, 덕분에 테이프도 사들었다. 당시가 확실히 본토 팝넘버들과 이 영토의 노래들의 간극을 줄여보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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