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3화 본문

음악듣고문장나옴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3화

trex 2011. 8. 6. 10:24

[노래 한 곡과 A4지 한 장]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기획.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입니다. 이 시리즈는 한 사람의 청소년 시절부터 거슬러 올라오는 음악 편력기를 통해, 취향이 한 인간의 성장과 사고 전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인류학적 고찰...이 아닌 그냥 글을 써서 흔적을 남기는 성질머리의 한 예시입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이 연재물을 통하여 이문세, 뉴키즈온더블럭, 건즈앤로지스, 신해철, 마를린 맨슨, 툴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알차게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엔 너무나도 죄송할 뿐입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지금까지의 줄거리] 90년대 중반은 한국 대중음악의 황금기...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떤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 대학에 입학한 후 전람회, 서태지 3집, 듀스, 솔리드 등 들을 것들이 많아졌다.


+ 음악취향Y 게재 : http://cafe.naver.com/musicy/13961

생각해보니 김종서도 내게 이 당시 중요한 뮤지션이었다. '겨울비' 이후가 내겐 더 중요했는데, 그 곡 발표 당시엔 제법 무던했었지만 입수하게 된 라이브 앨범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더블 앨범 구성에 '새가 되어가리' 같은 옛 넘버부터 '어머니의 노래' 같은 대곡 지향성 넘버들도 라이브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괜찮은 뮤지션이라고 생각했고, 94년도엔 처음으로 그의 앨범을 구매했다. 솔로 3집은 지금도 김종서의 앨범 중 제일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호소력이나 가사면에서나 좋은 앨범이었고 '대답없는 너' 같은 곡을 다소 '뽕짝' 같이 여겼던 나를 설득시킨 앨범이라고 기억한다.

 

넥스트에 대한 애정도 죽 이어갔다. [존재] 앨범 이후 '99%' 그대로(?) 담았다고 한 라이브 앨범 역시 더블 앨범이었다. 구미 시내에서 등에 땀줄기가 흐를 정도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어디에는 1 사이드, 어디에는 2 사이드 따로 팔던걸 찾아낸 기억이 난다. 그 앨범이 [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Live Concert Chapter 1 & 2]였다. 클릭 네 다섯번이면 주문이 완료되는 요즘 세상과 달리 뭔가를 구할 때 수소문하던게 익숙하던 때였다. 3집 [The Return Of N.Ex.T Part 2] 구매 당시도 제법 강렬했다. 하루 종일 시 외곽 지역 교통량을 조사하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시내에 도착했다. (6시간씩 교대하는 아르바이트를 그냥 연신 12시간 이은 탓이다. 돈 욕심에...) 여자친구 선물을 찾던 선배형을 따라 레코드점에 아무 생각없이 들어갔다 발매된 걸 보고 환호하며, 봉투 안에 들었던 아르바이트비를 꺼내 계산한 앨범이었다. 설레임에 하숙방에서 플레이하니 공장에서 잘못 찍어내서 A사이드 후반 트랙('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의 잘린 부분이 먼저 재생되는 괴상한 불량품이었던 슬픈 기억도...(물론 교환하였다)

 



95년에 가장 많이 들은 해외반은 스키드 로우의 [subHuman Race]와 머틀리 크루의 [Motley Crue]였다. 전자는 곱상메탈(?)의 선두주자였던 밴드가 얼터너티브에 기죽지 않기 위하여, 역설적으로 얼터너티브 시대의 기운을 수혈한 방향전환작이었다. 그게 타협으로 들리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내겐 쾌작으로 남아있는 앨범이다. 이 앨범 이후 밴드는 위기를 맞이하지만... 밴드에게 방향전환은 확실히 혹독한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머틀리 크루 역시 만만치 않았는데, 특유의 보컬색을 가진 빈스 닐의 탈퇴 후 받아들인 새 보컬 존 코라비의 가세작이다. 그런데 머틀리 크루 앨범 중 이 앨범을 제일 좋아하는게 나도 참 취향이 그렇다. 뻑뻑하면서도 유려하고 빈틈없는 역작이라고 (내딴엔)생각하고 있다. 두 앨범 공히 2000년대 이후 CD 듣기로 전환했을 때 하나둘 빈칸을 채워 CD로 다시 구매한 앨범들이다.

 



너무 듣는것만 듣는 체질이 아닌가 좀 걱정이 되어 시선을 넓힐까 싶어서 몇가지에 눈길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 용돈 얼마나 된다고 아무거나 살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조심스럽게 구매한 앨범이 K2의 1집이다. 요즘도 락발라드, 소위 파워발라드 계열을 그다지 안 좋아한다. 심플한 앨범 커버가 맘에 들어서일까. 혹시나해서하는 기대였을까. 지금은 기억도 흐릿한 '황금제국' 같은 심각한(?) 트랙부터 '잃어버린 나', '슬프도록 아름다운' 같은 대표 트랙, 일부 말랑한 트랙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좋았는데 여전히 구매에 대해선 헤프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사놓고도 이 란에 미처 기재하지 못한 지나간 앨범들이 수두룩하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적는 와중에도 93년도의 (존 맥티아난 감독의 재난에 가까운 컬트 걸작)[라스트 액션 히어로] 사운드트랙이나 (재지 제프 앤 프레시 프린스 당시의)윌 스미스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Now](Hitz였나?) 시리즈 앨범, 락세트 같은 뮤지션들의 이런저런 앨범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듀스가 해체를 한다. 앨범 발매와 더불어 들은 소식이 해체 소식이니 조금 입이 안 다물어질 지경이었다. 동시대의 자랑 같은 팀 하나가 해체를 한다니 충성팬 정도는 아니었지만, 14트랙들이 예사롭게 들리진 않았다. 지금 들어도 세월의 풍화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예사 팀은 아니었던게다. 95년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또다른 들을거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110805]

 

- 14화에 계속 [국내반 이미지 출처 : www.maniadb.co.kr / 사이즈 편집입니다] 


2011/04/22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화
2011/04/26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2화
2011/04/29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3화
2011/05/02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4화
2011/05/04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5화
2011/05/09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6화
2011/05/12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7화
2011/05/17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8화
2011/05/24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9화
2011/05/30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0화
2011/07/06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1화
2011/07/12 - [음악듣고문장나옴] - [가늘고 짧은 취향 편력기.R] 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