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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엔 엔딩을 보고 난 뒤의 후기가 아닌, 출시 이후 다시금 잡은 'Re' 타이틀 게임의 시작 지점에서 적는 '라떼는 말이야' 풍 소회를 밝히는 글이라니.. 참 별걸 다하게 만드는 판국이다. 현지에선 레저렉티드(fessurected), 한국 출시명은 레저렉션(ressurection)으로 통칭되고 있다. 리마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되겠으나, 제작사의 입장에서도, 이 시리즈를 따라온 팬덤의 입장에서도 묵직한 의미를 지닌 타이틀이니 거창한 분위기 조성은 그런가 보다 하다. 아닌 게 아니라 블리자드와 한국 사이의 유별난 유대의 역사야 국민 타이틀로 불렸던 [스타크래프트]나 나름 충실했던 한글화 작업의 역사나 [디아블로 3] 출시 당시 '왕십리 사태'로 불리던 사건 등으로 익히 익숙했던 의미로 대변되기도 하다. 공..
최근 론칭한 [D.P]가 형성한 붐 덕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꺼내 들고 시청했으나 사람 마음 가라앉히는 어떤 참혹한 기운에 그렇게 흥이 가진 않았다. 아무래도 사람 생명 값 한 명당 1억 원의 가치를 매기는 금전 만능주의와 더불어 낭자하는 피비린내 서사에 호감을 두고 보기엔 한계가 있었다. 막바지, 주인공이 선택하는 행보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즌 2의 탄생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이미 이번 한 시즌으로도 충분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겠고, 마음도 거리감을 두었기에 동행은 여기서 끝. 주식과 코인으로 행여나 자신의 인생길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라도 품어보는 지금 세대에겐 이 작품의 온도는 맞겠으나, 그런 의미에서 정을 주기가 더 힘들더라는...
이제 종료가 되었다. 예상대로 시즌 1에 이어 예의와 위트를 겸비한 이 의사들은 여전히 가족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고, 결과적으로 각자의 연애 라인을 잘 지켰고, 여전히 노래 연주하고 부르는 행위에 대한 애착을 보이거니와 무엇보다 사람들이 말하는 인술을 발휘하며 작품 나내 휴머니즘과 온기 가득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 덕에 이 보드라운 질감은 보는 내게 어쩔 수 없는 거리감을 주곤 했다. 이건 어쩔 수 없지. 그냥 시즌 3을 바라는 적지 않은 사람들과의 나의 갭을 어쩌겠어. 어쨌거나 작품의 주 무대가 되는 병원이 엄연히 삶과 죽음의 경계선 구역에 있음을 마지막 회에 여지없이 보여준다. 가족을 먼저 보낸 경험자이자. 내 자신이 연초에 병원 입원 기간을 보낸 환자 당사자로서의 입장에서 대개의 순간들은 예사롭..
아리안의 혈통, 그 위대함을 강변하던 제국주의의 오만함은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허약한 인류를 비누로 만들고, 대량 학살하는 광기의 현대사를 수립한다. 여기까지는 우리들이 책과 영상자료를 통한 기억의 기록을 빌려 인식하는 역사의 사실이다. 때마침 올해도 EIDF 2021이 시작되었는데, 다른 이들과 청취 환경이 다른 나 역시 넷플릭스의 다튜멘터리 라인업을 통해 여러 작품 중 한두 개를 볼 결심을 하였다. [미샤와 늑대들]이 드런 맥락으로 시청한 것인데. 트위터의 누구의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마음을 주더라. 역사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인간 그 자체가 무엇일까 하는 마음을 주더라. 파시즘의 광기를 피해 부모를 찾아가는 국경을 통한 행보 중, 추운 눈밭에서 늑대와 공존하며 생존했다는 소녀의 기록이..
원작을 맡은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는 지금도 볼 용기가 부족한 작품이다. 가족 중에 한 분이 암으로 인해 세상을 먼저 떠난 것이 지금도 아픔으로 기억되기에 이를 변명 삼고 있긴 한데, 반면 이 작품의 원작 [D.P]는 잘 읽긴 했다. 군대 안의 진통은 만만하게 읽히더냐?라고 되묻는다면, 싱겁게 웃으며 화답할 듯하다. 입술이 얇게 생겨서 시비받은 현역 시절을 곱게 기억할리가. 아집과 꼬장, 쓸모없는 자존심이 충돌하던 한국 남성 사회의 흔적 모두 내게 경험이 있던 바다. 한마디로 짜증 나죠. 네. 원작은 내가 읽지 못한 [아만자] 쪽보단 잘 읽혔다. 군 생활 묘사의 드라이한 웃음의 감과 구조리의 쌉쌀함이 예의 마른 연출 안에 잘 살아있고, 영상 작품 역시 매한가지다. 특히나 하사관과 장교 출신 간부들 사이..
병동 생활 전후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어쨌거나 내 주변을 장식했던 취미인 건프라의 전면 정리 완료였는데, 그렇다고 취향 자체가 변질된 것은 또 아닌지라 [에반게리온 디카포] 같은 목록의 OTT 방영은 군침 도는 소식이긴 했다. 그것의 대체품이라고 하기엔 이상하지만 본작의 넷플릭스 론칭은 이채롭긴 했다. 일부 퍼스트 시절 건담 라인업 방영은 웬일인가 했고, 실제로 접한 본작은 생각보다 좋은 작화로 [건담 유니콘] 등을 상회하는 성취를 보여주더라. 공중전과 우주전에 쏟은 품질은 실상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생각을 잠시라도 덜 아쉽게 했다. [F91] 시대를 연상케 하는 도심 전투와 시민 피해 양상은 그 안에서라도 그나마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그들의 화법을 끄덕이게 하더라. 사실 제일 문제는 연방 세력의 태..
[브레이킹 배드] 이후 순수하게 재밌다고 여긴 미드가 오래간만이라 반가웠다. 당장에 뉴스 서치하고 제작 브레인 중 일부가 관계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내용이 다소 짜게 식히긴 했다. 요즘 세상에 믿고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문화 콘텐츠 찾기도 참 운이 받춰져야 하는 듯? 시즌 1이 좋앆던 이유는 선하고 약한 이들의 그들의 한계를 딛고 사건의 내막에 접근했다는 점, 그리고 어쨌거나 해결했다는 점에서였다. 상처 입은 공감대를 안고 살아온 정의롭고 투박한 경찰 서장의 캐릭터, 사고의 내막 어딘가의 진실의 벽에 닿는 가까운 희망을 놓지 않는 여인, 어린 나이의 우정을 무기로 세상에 덤벼드는 아이들 모두 좋았다. 그리고 말미에 다음 시즌을 위한 밑밥을 까는 여실한 서사들.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80년대 미국 ..
작품의 도입부를 보고, 하루아침에 양친을 잃고 천애 고아가 된 영민한 소녀가 기숙 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공간과 유가 서사의 다른 작품 몇몇이 떠올랐다. 계속 보다 보니 생의 어느 순간까지도 이어지는 약물 홀릭이나 천장 위 문양에서 체스 패들의 패턴을 시뮬레이션하는 범상치 않은 천재성 묘사에서 작품이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들이 선명해지더라. 약물 중독에 관해선 그의 일생에서 소중한 시간을 공존했던 양모가 계승(?)해준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고, 이는 그의 경력을 뒷발 잡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체스 선수로서의 천재성을 발견해 성장시킨 보일러실 관리인을 시작으로, 주인공의 인간관계를 형성한 숱한 인연을 형성시키기도 한다. 연애 감정과 우정 등, 결정적으로 역사적인 라이벌인 보로노프까지. 극이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