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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정작 원전이 된 레트로 시대의 [젤다의 전설 꿈꾸는 섬]을 해본 적은 없다. 레트로 시대가 아닌 이제 나이가 들어서야 즐기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던져주는 새삼스러운 경험은 매회 특별한 감이 있다. 게다가 그것이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옛 타이틀이지만 낡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연출과 그래픽의 일신 등은 닌텐도가 IP 관리를 위해 넣은 정성을 실감하게 한다. 물론 기본적인 골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퍼즐 기반의 난이도와 인내가 필요한 미션 등은 좀 화를 나게 하지만... 그마저도 성취감을 위한 허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무엇보다 외전이라는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그저 덤으로 즐기는 타이틀이 아님을 실감하게 하는 여러 장치와 정식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몇몇 요소들 - 음악, 가..
그렇다. 최종 시즌이다. 예상대로 모든 공적은 서세이 라니스터와 킹스 랜딩이었다. 모든 것을 눈폭풍으로 덮어버릴 거대한 위협이었던 화이트 워커는 시리즈 내내 수수께끼이자 떡밥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스펙터클한 전쟁 씬 용도의 위기였다. 대신 최종판의 공적은 서세이 였으나... 원작이 될 소설이 일단 완간이 아닌 이 미조립의 세계관인지라 모든 것은 미덥지 않게 조성되었다. 앞으로 드라마판 [왕좌의 게임]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따라갈 약점의 대다수는 '대너리스 붕괴'가 아닐까. 물론 그런 행보는 시리즈 몇몇 대목에서 예고는 보였으나, 한정된 에피소드 분량(다른 시즌보다 회당 시간이 보다 부가되었으나) 안에선 그래도 무리수였다. 해당 배역을 맡은 배우에게는 스크래치, 극 중 배역들에겐 합당함이 부족한 갑작스러운 ..
21세기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 중 에반게리온 언급과 그 자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애초부터 태생이 가이낙스가 낳은 인력과 줄기가 연관된 트리거 작품이라 더욱 그렇다. 가이낙스처럼 세계의 질서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음모를 관장하는 묵직한 중년의 목소리들, 트리거처럼 우주 멀리서 온 문명 초월적 집단의 침공은 확실히 그 훈적을 숨기지 않는다. 여기에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제목처럼 '육체적 사랑'과 애정이라는 중심을 초반부터 중요시 여기는데, 이게 좀 지나쳐서 메카닉 콕핏 안에서의 포즈 등은 후배위 등을 연상케 하는 '불필요한 파격'을 감행하기도 하다. 작품 자체가 [신혼합체 고단나] 류의 또 다른 메카닉과 다른 기조의 '소년소녀 장르'..
[보좌관]이 한국에서 '전문가가 등장하지만 전문가가 연애하는 드라마'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고민한 결과는 이지적인 인물의 고안이었다. 기시감을 자극하는 등장인물 - 경찰 출신의 이정재,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에 입성한 깁갑수/청와대에 입성하려는 김갑수 - 출연진 라인업을 비롯 단순한 정치혐오를 자극하기 위한 연출과 인물 설정에 대한 고민들이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였다. 그래도 정치혐오의 탈을 벗었다고 보기엔 현실정치의 풍경을 어쩔 수 없이 연상시키는 장관 vs 일관된 의지의 불도저 검찰 인사의 구도는 결국엔 피로를 만드는 설정이었고, 완전히 연애 이야기의 함정을 벗었다기엔 그것도 애매한 구석이 분명 있다. 그래도 매번 반 정도의 성과를 얻는 시즌제의 도입, 시즌에 따른 주제의식을 드러 대는 인물들의 등퇴..
제시를 위한 에필로그다. 잘 죽은(!) 월터에 이어 제시에게도 합당한 매듭이 주어져서 아무튼 다행이다. 사실 이야기가 덧붙여지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는 이유는 [브레이킹 배드]가 참으로 보기 드물게 완결성이 좋은 작품인 덕이다. 물론 시즌이 쌓일수록 결국 여러 캐릭터를 헤아리지 않은 무리한 경로가 드러났고, 그게 참 아이러니하게 월터를 위한 가장 탄탄한 서사를 만드는데 기여를 한 셈이다. 덕분에 제시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는데 세계관의 부스러기 같은 요소들과 절묘하게 추출해낸 디테일로 [엘 카미노]는 마치 부두교의 시체처럼 살아 일어났다. 적당했나? 난 이 정도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창작자들의 자신들이 탐닉했던 과거에 대한 팬픽을 추가한 것을 시청하는 기분.
"발매일 해보고 제일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 게임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슨 반덴베르크는 10여 년 넘게 구상하고 수년간의 공정을 지닌 타이틀 [포 아너]의 완성 후, 이렇게 뭉클한 고백을 한다. 매번 남들이 만들다가 공정을 놓은 타이틀을 수습하는 것으로 이력을 채우던 이 사람에게 인생의 꿈이 서린 게임이었고, 그의 비유를 빌자면 '대학 입학을 앞둔 자식' 같은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정식 발매 4주를 앞두고 유비소프트 몬트리올과 프로듀서 스테판 카딘은 그를 이 프로젝트에서 뗀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포 아너]가 발매하는 시점 더 이상 작품은 제이슨의 자식 같은 존재가 되지 못한다. 게임의 역사나 게임 시장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은 이 작품이 그러하듯, 어제도 오늘도 수면..
일단 시작은 좋지 않다. 노동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위기 관리를 이유로 초반 여론에 진화를 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던 제작진의 태도가 곱게 보일리가 일단 만무하다. 극 자체의 매력도 막상 높지 않았다. 디렉팅을 변명하기엔 어쨌거나 계비 조씨를 맡은 배우의 톤이 극과 맞다고 생각하기엔 어려웠다. 그외에 주력 캐릭터의 진가를 보여주기엔 일단 짧았다. 최종 판단은 언급을 않거나 짧게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재로선 무책임한거 같다. 주지훈도 모르겠고 배두나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류승룡만 무슨 톤을 보여줄지는 전형적으로 보여 잘 알겠고, 어째 한국판 [지정생존자]의 배역 분위기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허준호의 매력이 되려 돋보이긴 했다. 시즌 2 일단 따라 가봅시다. 시즌..
영국산 시리즈답게 시즌 당 회차 개수가 차라리 적다 싶을 정도로 경제적이고, 문체의 맛은 참 맵다. 못됐다 싶을 정도의 발상을 근접한 미래의 상황에 빗대어 기술 이상주의의 양면을 보여주며 녹여낸다. [공주와 돼지]는 시즌 1 첫화답게 가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선전포고에 가까워 보였다. 우린 이런 거 만들고 보여줄 테니 각오하라는. 하겠냐 싶은 것을 꼭 시키고야 마는 짙은 심술이 느껴졌다. [핫 샷]은 다이어트 산업 비웃고, 인앱 결제 및 구독 서비스 플랫폼 비웃더니 급기야 [갓 탤런트] 시리즈 및 여러 서바이벌까지 조소하더니 급기야 섹스 산업의 이면을 예의 그 더러움으로 흥. [당신의 모든 순간]은 최근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판권을 아예 샀다는데, 하기사 아이언맨 시리즈 연상케 하는 시스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