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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유쾌한 분석집. 편협한 팬질과 광역대의 매니아질이 아닌 평준화의 '오덕/덕후'질을 긍정하는 것으로 책의 서두를 열며 미국드라마, 소위 미드들을 테마별로 분석하고 곁가지를 뻗는다. 이 바닥의 전설 아닌 레전드가 된 '고마워요 X파일 전면광고'의 전례을 만든 자긍심마저 서려있다. 정치성과 쾌락을 동시에 담아내고, 시청자라는 대중세력과 제작진과의 알력과 공조가 존재하는 아슬아슬한 재미의 45분. 시즌제의 이름으로 생명선의 연장을 적절히 판단해야 하나, 언제나 현명함을 잠시 망각하는 미완의 걸작들. 세계관을 팽창하며 그들만의 대륙과 캐릭터를 확장시키는 방만한 상상력과 몇몇 토란 같은 알찬 생산물들. 가장 유효하게 대중들을 낚으면서도 즐거움에 젖은 채 흥겨운 발걸음을 멈출 타이밍을 놓쳐 흐느적하는 대중을 제일 많..
+ 한겨레 웹진 HOOK 게재 : http://hook.hani.co.kr/blog/archives/13136 네무 요코의 [오전 3시의 무법지대] 총 3권을 최근 완독했다. 분량이 많지 않은 데다가 내용 주입이 쉽게 되는 장르 만화(본작의 1권 국내 이벤트 응모 사은품은 스킨케어 용품이었다. 타겟층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인지라 어렵지 않게 읽었다. 그럼에도 [오전 3시의 무법지대]를 굳이 웹 지면에 끌어오면서 감상기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 만화가 안겨준 몇 가지의 공감 가는 감정선이 있었던 덕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던 사회 초년생의 좌충우돌 진입기이다. 표지에서 분위기를 감지하셨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사귀던 남자와 헤어지는 과정도 있고 새로운 남자를 알게 되는 과정도 있고..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접했고, 실제로 음악을 했지만 자신이 음악을 하는 것이 자문자답하던 그녀는, 이후 세상의 몇몇 창문 틈새 바깥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겠고 세상의 몇몇 이들이 답하였다. 앨범의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 그녀는 남들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헤집고 꺼내보이는 방법을 써야 했고, 적지 않은 이들이 공명하였고 2집으로 이어졌다. 이야기와 담화가 눈덩이처럼 틀어진 방향으로 구를 때도 있었고, 눈덩이가 당사자에게 직격하는 일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휴식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홋카이도 보통열차]는 그런 연유에서 나온 책인 듯 하다. 몇몇 패션 잡지의 인상적인 한 컷과 짧은 인터뷰보다, 그녀의 홈페이지 글이나 영화 주간지 기고 글을 접한 이들에게 이 책의 문체가 익숙할 것이다. ..
[자학의 시] 1권을 읽고 느껴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은 한 여자의 일상과 과거를 바라보며 느끼는 불편부당함으로 촉발되는 분노감이다. 읽다가 제법 지친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이러다가 2권을 읽을 수 있을까하는 불편함이 뇌를 휘감았다. 2권은 다행히 잘 읽힌다. 1권보다 속도감이 있고, 난데없이 이야기들이 굉장히 풍성해진다. 그러다 읽은 페이지의 두툼함에 비해 남은 페이지가 두께가 표가 나게 얇아진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야기는 급진전되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인생이 전환된다. 그리고 한 순간을 맞이한다. 마치 그 순간을 위해 겹겹이 온 정성을 쌓아 올린 듯, 우리를 이토록 인내하게 한 작가가 밉살스러워진다. 막을 내리는 이야기는 뭉클하고 눈물샘을 자극한다기 보다 좀 묘한 구석이 있다. 여전히 작가의..
오전 3시의 무법지대 (현재 3권까지 발매) 네무 요코 글/그림 | 대원 발매 남의 일이 아니다. 회사 곳간은 부족하지 않게 채워야 하니 영업 담당자는 일감을 따오고, 일정을 재촉하는데 내 능력치는 부족하다보니 하얀 밤을 맞이하는 일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먼저 퇴근하는 선배가 밉살스럽기는 하지만 무턱대고 붙잡을 수도 없다. 눅눅한 회사 이불에 몸을 눕히고 깨어나보면 샤워는 어림도 없고 냉수에 안면을 적시면 또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가 마무리되어 모처럼 퇴근을 하면 2,3일 회사에 갇혀있다 나온 세상 밖 풍경이 왜 그렇거나 이질적인지 알 도리가 없다. 나 혼자만이 거리의 사람들이 간직한 생기를 상실한 듯 바삭거리는 부스러기 스낵으로 점철된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애초에 가지고 있던 총명한 기운은..
울기엔좀애매한 지은이 최규석 상세보기 최규석이 그려내는 한국사회는 없는 이들끼리 서로 숨통 죄고, 조금 가진 자가 많이 가진 양 없는 자를 즈려밟고, 세상 돌아가는 궤의 나쁜 방향성을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 농담으로 하루를 버틸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 가득한 세상이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모른 척'의 밀도가 높은 작품이지만, 결국 '모른체 할 수 없기에 욱'하는 연출의 힘이 중후반부 이후 힘을 얻는다. 내 개인적으로는 '래디컬' 아저씨는 정말 공구함을 이용해서 정성스레 신체를 분리해주고 싶을 정도로 꽤나 보기 싫었다. 역시 아저씨는 개새끼고, 개새끼는 아저씨다. 진리다. 최규석이 그려내는 서울이 내겐 가장 그럴싸한 서울 같다. 내가 가장 잘 이해한 모양새의 서울. 2009/05/18 - [책줄읽고로그남..
2009/11/05 - [책줄읽고로그남김] - 하우스 오브 엠 : House of M [하우스 오브 엠]에서의 스칼렛 위치로 인해 더이상 돌연변이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지구. 이야기는 마블 유니버스로 다시 엑스맨의 이야기로 좁혀졌지만, 이것은 엑스맨, 언캐니 엑스맨, 뉴 엑스맨, 엑스 팩터 등을 모두 포괄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두꺼운 이야기에 각 에피소드별 작화 작가의 차이가 돋보이는 그림체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희망인지 절망인지 알 수 없는' 한 아이의 탄생을 둘러싼 반목과 대립의 드라마가 장쾌하다. 꽤나 볼만한, 그리고 팬들이 떠받드는 목록이니만큼 이 계열에 관심있는 독자들은 주목할만 하다. 지갑들은 안녕하신가. 한동안 DC 유니버스에 맴돌다(정작 한국에 그래픽노블이 발행되면 마블 ..
- 거창하게 말하자면 닌텐도를 만든 남자들의 이야기. [닛케이 비지니스]에 실린 인터뷰를 묶어 출간한 본서는 시간순이 아니라 챕터별로 닌텐도의 과거와 현재를 짚는다. - 닌텐도 역시 하드웨어 스펙의 막강함으로 거대한 육면체를 만든 적이 있었다. 실패와 좌절 후 '게임을 놓아버린 세대/게임을 하지 않는 세대'를 다시금 거실로 나오게 한 고민과 기획의 시간이 꽤나 살갑게 와닿는다. - 게임 영역 이외로 뻗어가는 영향력에 대해 애써 의식하지 않고, 자신들의 본분을 굳건히 의식하는 이 노장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 지금의 닌텐도로 자리잡기 위한 전략의 자리매김이 꽤나 인상적인데, 언젠가 게임 잡지에서 읽었던 대목이 또 나오더라. 기기 고장으로 인한 수리를 맡겼는데, 새로운 외양의 동일 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