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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그림체를 볼 때마다 윤태호의 작품이 생각나던 작가 조금산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인데 실제로 그런 연상작용이 있다. 지방 소도시 번화가의 모습은 거의 류승완의 [짝패]의 바로 그 현장 같다는 생각마저. 아무리 소박한 규모의 작품이라도 적재적소의 시점에 폭력과 머리를 쓴 액션을 놓은 조합은 영락없는 외유내강산 작품이다. 캐스팅이 좋다. 일단 등장인물 여성들이 남성들 패는 영화라 좋고(...) 무능력한 남자애들이 웃음을 위해 헌신하게 배치되었다는 것이 좋다. 그중 마동석 캐릭터는 활용이 좋다가, 결국은 '폭력 치트키'로 활용되는 것을 보고 역시나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기본적으로 익숙한 패배감에 만연되어 방황과 시행착오를 전제로 살 수밖에 없는 가진 게 없는 젊은 아이들 이야기..
유덕화라는 배우가 왜 오래도록 온전한 이미지를 계속 간직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그게 이미지 메이킹의 혼신으로 쉽게 답하긴 할 텐데 그래도 한쪽으로는 어쨌거나 성실함으로 쌓은 자산이 아닌가 한다. 너무 호평이었나. 그래도 그런 배우의 이미지를 살린 아무라와 실화의 배합이 이런 작품이 아닐까 한다. 홍콩과 대륙 시장에서 여전히 신뢰를 받는 유덕화라는 이름의 가치를 잘 살린 작품이다. 극 중 배우의 캐릭터가 납치로 인한 복수와 성격 대폭발의 장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움츠려 들고, 그의 침착하지만 섣부른 시도는 매번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래도 납치의 시간 동안 수사관들이 범인 쪽과 대립하며 폭을 줄여가는 서스펜스가 괜찮고, 그 균형이 깨지는 시간이 지나도 끝까지 지켜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드래곤 퀘스트 유어 스토리를 둘러싼 팬들의 (좋지 않은) 반향을 보니 이 IP에 대한 현지 팬들의 높은 애정을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사실 캐릭터 디자인이나 모션 등의 기술적 완성도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도리야마 아키라 기반의 디자인을 지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극적인 재해석을 가하지 않은, 나름 정석이라 거부감도 없었고 무엇보다 이 기준으로 기존 드래곤 퀘스트를 리바이벌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다. 이야긴 아주 익숙한 5편(천공의 신부) 기반의 서사이다. 그런데 정작 디렉터가 5편을 플레이하지 않은 사람이라나. 우려는 여기에서 시작됐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문제가 된 클라이맥스 부분, 이게 문제인데 나같이 시리즈의 열렬한 충성도가 있는 사람이 아닌 입장에선 무난해 보였다... 그래 왜 화..
신문 4컷 만화 시리즈가 지브리의 극장판에 올라온 것이 이례적이고, 그림체 역시 지브리 하면 언뜻 떠올릴 것이 아니다. 저 간략한 그림체와 4컷에 기반한 단순 명쾌한 서사에도 놀랍게도 100% 디지털 작업이라 제작비의 물량은 놀라울 수준이고 그 완성도도 보기와는 다르다. 딱딱 끊어지는 움직임이 아닌 애니메이션 본연의 쾌감과 운동의 활기가 느껴지고, 들려두는 이야긴 언뜻 가족물 [아따맘마]를 연상케도 하는데, 당연히 결과적으로 아주 다른 작품이 되었다. 참 얄궂게도 지브리 =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등식은 남의 탓을 하기도 힘들 정도로 디렉터 본인의 탓이 크기도 하다. [모노노케 히메] 작품 자체를 넘어서 '살아라'라는 문구는 지브리를 대표하는 일종의 생태주의, 인류학 본연의 상징이 되었고 그 자체가 시대의 ..
론스타 사태라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정지영 감독의 작품이다. 현실 정치권에 대한 공분과 항의를 담았다는 점에서 전작을 연상케도 하고, 그 다운 행보라고 생각한다. 문성근 등의 출연이 아 작품에 힘을 실어주고픈 주변인들의 의지도 짐작케 하는데, 아무튼 작품이 여러 의미로 '한국영화'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궤도에 닿기 전, 그리고 궤도에 올라 관객을 바쁘게 태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술의 생략과 설득 부족이 아무래도 걸린다. '예견된 실패'를 향해 걸어가는, '그래도 정직한 사람들'을 향한 응원이 서려 있다. 희망의 일보, 가능성의 단초도 섣부르게 말하지 않는 현실적 감각만큼은 그래도 끄덕이게 한다.
리카코 같은 인간관계 참 힘들지. 하지만 주인공은 그 힘겨움에도 그걸 감안하고 그 아이를 좋아하고 의지를 가지고 대화하며 대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 의지엔 단순히 우리가 첫사랑에 대한 찬사 이상의 진심이 있고, 일본 대중문화 속 첫사랑 특유의 징그러움이 분명히 있... 그래 있다. 있어.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졌을 당시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보니 뜻하지 않은 레트로 무드의 시티팝 취향이 곁들여졌다. 그래서 참 의외의 힙함이 느껴지는 작품이 되었다. 당대엔 지브리 내의 미야자키 하야오의 괜한 미움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론 뜻밖의 성취를 얻은 작품이 되었다. 하.
스필버그를 굳이 나누자면 진보보다는 보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 보수의 움직임은 그저 정체되거나 되려 뒤로 걸으며 반동하며,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며 시대의 움직임에 동행조차도 하지 않는 그런 발걸음이 아닐 것이다. 보수라는 미명으로 버티는 수구. 우익의 명분이 아닌, 스필버그의 보수는 생명 본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공정과 공평을 말하는 보수일 것이다. 최근 [더 포스트]도 그렇고 스필버그의 이런 톤은 톰 행크스라는 예상치 못한(?) 페르소나의 힘으로 설득력을 받았는데, 내 입장에선 [스파이 브릿지]가 조금 더 훌륭해 보였다. 실존 인물 제임스 도너반의 '자랑스러운 미국인상'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인데, 보다 더 많은 사람을 지키는 기본적인 휴머니즘의 법칙이 극 내내 유연한 격랑을 만들어낸다. 그걸 지켜보..
[글래스]는 히어로물 애호와 히어로물 전통에 대한 재고와 비웃음이 서려있고, 그를 통해 리얼리즘에 입각한 자신만의 히어로물 역사와 해법을 수립하는 M. 나이트 샤말란의 자신감이 가득 찼지만 보는 입장에선 그게 좀 귀엽고 같잖다는 생각이 든다. [언크레이커블] 이후 긴 간격 이후 [23 아이덴티티] 등으로 회생한 샤말란은 3부작 완결의 형태로 [글래스]를 매듭 한다. 이 3번째 작품은 엘라이저를 위한 헌정이다. 특별한 능력치는커녕 현저히 연약한 신체적 한계를 지녔음에도 '마스터 마인드'이자 설계자로서의 입지가 확실한 엘라이저는 언크레이커블의 데이비드와 23 아이덴티티의 케빈을 탄생시킨 가히 창조주인 셈이다. 이 기원이 존재하기에 히어로물의 영웅과 빌런의 탄생이 성립하고, 그 역사적 유례가 장르적 법칙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