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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냉소와 쿨함으로 가득찬 임상수 [그때 그 사람들]과 실상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들의 모임이 거짓 우정과 유대로 형성된 협잡의 모임이었고, 일부 인물들이 바꾸고자 한 세상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든 뒤틀려 현재의 망한 꼬라지를 만들었다는 진한 냉소. 그런게 분명 있다. 그러나 감독 우민호의 발전이 다소 드러났다. [마약왕]의 방향 표류가 없고, 소재가 가진 함정에도 불구하고 [내부자들]에서 푹 빠진 여체 전시의 추한 결과물이 없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들의 평면화된 캐릭터성을 가져왔음에도 그 안에서 "혹시 나의 직장 상사는, 행여 나의 직장 동료의 속내는 이런게 아니었을까" 매초 매분 갈등할 수 밖에 없었던 한국 직장남자(ㅎㅎ)들의 고뇌가 가진 입체성이 잘 살았다. 그 입체성이 예상된..
실패를 예견하는 일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고통인가. 선대가 물려준 가난이라는 유산, 그리고 겨우 들어올린 인간적 삶의 바탕을 모조리 앗아간 은행 자본. 이 모든 것을 제자리로 놓고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애초부터 파탄을 예고한다. 은행 강도라니. 타인의 재산을 획득하고자 내미는 총탄은 다시 자신들의 뒤통수에 돌아오기 십상인 일이다. 불황을 대변하는 담보대출 광고 문구와 이제는 내라막길의 행보로 쇠락한 정유 산업, 이 토양 위에 21세기의 서부 영화 회고가 만들어진다. 결국은 매듭을 지어야하는 마지막 대결도 교과서적으로 보는 이를 기다린다. 이런 장르 어순에 대한 가벼운 변주도 용납한다. 어디까지나 멸망한 총잡이 사나이(들)의 쓸쓸함은 극단적으로 충실히 재현한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토미 ..
베리 케오간의 '볼빨간 외모'를 보고 [나니아 연대기]의 제임스 맥어보이가 떠올랐다. 실사 영화에서 데미갓들을 묘사하는 유용한 분장은 '볼빨간'이군요. 색조가 확연한 안구와 저이의 연령은 과연 얼마일까 짐작을 계속 하게 하는 마스크. 인간의 세계에 내려와 모호하고도 한계를 내포한 채 권능을 계속 발휘하는 존재들의 느낌은 이렇듯 비슷하구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작품 [더 페이보릿 : 여왕의 여자]는 산소의 질량을 낮춘 방에 초청객을 위해 전시하는 치정극의 외연을 가졌다면, 되돌아보니 그것은 비교적 '쉬움 난이도'였구나. 작품 초반에 생생하게 움직이는 심장의 시각적 전시로 엄포를 주던 작품은 차분하고 차갑게 4단계를 거친 가족 참극의 서사로 치닫는다. 그래도 나즈막한 속도의 단속, 파국을 그리되 작품 속 지..
등장인물 각자가 각기 자신의 영역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가 다큐가 진행될수록 무의미해진다. 왜냐면 서로가 서로에게 최악의 존재들이고, 서로를 겨누고 사태는 이들이 얽혔다는 이유로 최악으로 치닫고, 이 재난의 근원은 각자의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헤테로지만 금전적 보상과 제공되는 약물 덕에 다처제 형태로 게이 섹슈얼인 척하는 남자들, 맹수에게 물려 팔을 절단하지만 고용주에게 신뢰를 버리지 않는 사람, 최저 임금 또는 무임금 조건으로 근로하면서 월마트에서 쏟아내는 폐기 직전의 햄과 고기를 지급받으며 연명하는 사람들, 구타를 가하는 남자들, 구타를 감수하는 배우자와 연인들, 동물원 환경 개선과 동물 처우를 말하면서 국회 출두할 때마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무늬를 매번 착용하는 소셜 인기인, ..
타란티노의 목소리가 들리는 기분이다. "여러분들은 제가 심야상영 용도의 B급 홍콩영화, 소니 치바가 출연하는 재팬 무비가 저를 키운 양식인 줄 아시죠. 그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저를 키운 것은 명백히 할리우드의 역사와 그 전통과 역사에 예우입니다, 그걸 표현할 수 있는 역량과 필름 메이커로서의 자존은 더욱 중요합니다, 나는 그걸 할 수 있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걸 여실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밌고 여전히 잘 만든 타란티노 무비고, 여전히 이 사람에겐 넉넉한 상영시간을 줄수록 의모에 맞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을 실감한다, 특히 샤론 테이트에 대한 분량은 온기도 느껴진다, 하지만 타란티노에게 여전히 폭력과 응징은 과잉된 딸딸이다. 여기엔 선의 한계가 없다. 그걸 의식하면 도덕율의 문제가 개입하니까 ..
넷플릭스 덕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지브리 작품 봐서 좋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개인 취향이 반영된 반전 메시지와 비행체에 대한 애정이 문득 묻어 있는 장면과 연출이 출중하다 비행의 활공과 비상 등이 보여주는 성실함과 설렘은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유효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여성 공동 노동에 대한 예찬은 [원령공주]에도 충실히 이어질 텐데 새삼 놀랍고 좋았다. 이러던 입장이 [바람이 분다]에 들어서 왜 그렇게 확연히 퇴보했는지 알 도리는 없다. 그저 사람의 역량은 최선과 최적의 시기가 있을 테고, 그것 또한 그 너비와 크기엔 한계점이 있는 듯하다. 그저 그리 짐작할 뿐이다.
[차이나타운]의 감독이래. 그래서 포스터만 보고 상상했던 가볍고 코믹한 기운의 경쾌한 극이 아니라 나름의 시리어스함이 있다. 게다가 감독 본인이 인천이라는 도시를 특수하고 의미 있게 바라보는 듯하다. 작가의 전작에 이어 여전히 지배 시스템 바깥의 소위 '불량한 아이'들을 대하는 특별한 시선이 있는데, 전작이 그들을 일종의 괴물 히어로 비슷하게 보던 시선이 공동체의 협력자이자 재선 되어 가는 개체들로 보고 있는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좋고 심지어 엔딩 크레디트 쿠키엔 아예 [차이나타운] 출연 배우의 잔영까지 소환해 일종의 감독식의 유니버스를 형성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드러내는데 아무튼 귀엽다고 치자. 그런데 문제는 포스터만 보고 예상한 공효진-염정아-전혜진이 형성하는 트리오 활극의 분위기는 실현되지 않거니와(..
시즌 1에 대해 개선되었다. 다음에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갈지 보게 만드는 최소한의 원동력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즌 1을 국산이라는 명분만으론 계속 보기 힘들었는데, 이젠 캐릭터들의 움직임들과 선택이 시청의 이유를 만들더라. 그래도 잘 간다 싶었을 때 뭔가 다급해 느껴지는 전개는 한계를 보이긴 했다. 회당 분량의 한계인지 시즌 3으로의 확장을 통한 분량 조정에 따른 불가피한 전개인지 알 순 없으나... 아무튼 시즌 3 정도는 예고하며, 새로운 캐릭터를 다시 각 구역에 배정하는데 그 기대감에 합당하는 이야기가 나올지 화제성으로 연명하는 시리즈가 될지는 우려반 기대 반이다. 시즌 2까지 이야기를 버티게 한 것은 어쨌거나 조 씨 문중의 힘이었다. 그들이 사라진 이후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