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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도입부에 큼직한 오펄을 채취한 제3 국가 인부가 큰 부상을 입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저 큼직한 오펄을 손에 넣은 미합중국 시민이 손에 쥔 욕망을 쥐었다 뺏겼다 다시 쥐는 과정에서 파멸할 것임을. [언컷 젬스]는 전형적인 곤혹함의 연속에 빠진 남자를 다룬다. 불륜의 내연녀와 관계를 가진 부도덕한 인물이고, 그것이 자본이든 약물이 든 간에 중독에 빠져있고 프로농구로 대변되는 열광과 도벽에 영혼이 붙잡힌 사람이다. 파국은 필수인데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숱한 수모와 욕설에 휩싸이고 본인 역시 그것으로 상대방을 동반시키며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정보 값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수많은 대화는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사회와 집단이 어떤 곳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나 유태인 커..
단편작에서부터 [검은 사제들]까지 장재현 감독은 일관되게 한국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이고 오컬트적인 이슈를 적절하게 믹스해왔다. [검은 사제들]이 명동거리 한편의 어두운 공간에서 '그들만이 아는' 일을 그렸다면, [사바하]에선 보다 광범위하게 여러 곳을 오가며 여러 사람들의 입장을 교차시킨다. 보다 더 '그것이 알고 싶다' 풍의 실감 나게 닿는 그럴싸한 설정과 이야기가 깔려 있고, 영화적인 묵직한 거짓말도 섞으며 질료를 채운다. 영화 전체가 불교와 한국적 민간신앙의 역사와 요체를 성실히 공부한 개신교도의 입장 같은 톤이 가득하고, 그로 인한 타입 캐스팅이 도드라진다. 좀 속세의 때를 묻은 목사 역을 맡은 이정재는 마치 이정재의 연기를 따라 하는 이정재 같이 보이고, 유지태의 모습을 보고 괜한 [올..
실상 드라마판은 시즌 1에서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출판본에서 거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그럼 여운을 남기고 매듭한 시즌 1 이후, 새로운 시즌 2에서 더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제작진은 원작의 어떤 요소를 성장시킨 창의성이 담긴 캐릭터 보니를 추가한다. 그리고 그게 잘 먹힌다. '사람을 죽였다'라는 결코 쉽게 지울 수 없는 경험과 진한 상처를 굳이 훼손시키지 않고, 이를 더욱 키우며 시즌 2의 동력으로 회전시킨다. 죄의식, 반성, 죗값, 책임 모든 것을 덧씌우며 궁극적으론 성장과 통과란 잔혹함을 상기시킨다. 살고,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선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들이 있고 삶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임을 실감케 한다. 아하. 설마 시즌 3을 위한 무리수를 발휘하진 않겠지. 이제 잘 가. 근..
동부 유럽의 또는 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던 원작의 기세를 게임판에 이어 넷플릭스 판에서도 이어가고자 했다. CG와 사운드로 대형 전투를 재현하려는 장식은 실패했지만, 여체 전시와 도륙당한 시체들의 전시는 식 영광을 넷플릭스에서도 가능하다는 야심을 표현한 듯하다. 그런데 게임판 안에서도 좀 공부가 필요한 서사와 설정을 드라마 안에서 충실히 시청자들에게 주입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인물별 입장과 시점, 서사의 순서들에 대한 운용의 묘를 발휘한 연출은 여전히 난이도가 있다. [위쳐] 시즌 1의 수훈은 예상외로 호연한 헨리 카빌인 듯. 이어질 시즌 2에선 분명 입체적인 면모를 드러낼 각 진영과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이야길 풍성히 만들 수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큰 기대를 가지게 하진 않는다.
귀두 컷과 투 블록 헤어. 역사가 기록한 헨리 5세의 실제 초상을 티모시 살리에의 캐릭터 안에 재현하였다. 티모시 살리에가 그간 작품들을 통해 구현한 캐릭터성을 그 위에 충실히 덮어씌운다. 한 번도 지배와 집권을 꿈꾸지 않으며 자신만의 거처에서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어온 개인주의자. 외형과 캐릭터가 바로 상상되지 않을까. 역사가 기록하듯 그는 불가피든 필요에 의해서든 왕의 자리에 올라갔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치른다. 요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작품은 이 전쟁의 참상을 극적이고 신화적 방향이 아닌 '표현 그대로의' 진흙탕 개싸움'으로 연출한다. 프랑스 왕세자 역할을 맡은 오만한 표정의 로베트 패틴슨은 비 온 다음날 전장이 오간 진창 위에 폼 잡다가 엉덩방아를 찍으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훗날 역사가 기..
는 에 이은 블랙 미러식 정치의 대영제국 풍자 같은데, 시즌 1에 비하면 많이 싱겁다. 는 블랙 미러가 어떤 시리즈인지 만방에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는 싱거운 양념에 인상적인 쓰린 맛이 없다. 좀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소싯적에 김국진이 나온 MBC 예능 드라마 보는 기분. 좀 흔해진 발상 같기는 해도 나름 여운이 있고, 블랙 미러가 잘하는 근미래 묘사에 기술 우려의 장기가 여전히 살아있다. 여기에 는 정말 너무 못된 에피소드이며 사법 체제에 대한 토론을 이끌고 싶어 하는 의도가 환히 보이고 그게 잘 먹힐 작품이다. 당연히 테크놀로지, 생중계 스트리머 방송 및 리얼리티 매체 예능을 빌려온 세대상에 대한 근심이 진하다. 역시나 걸출하고 '과연 어떤 이야길 꺼내려고 저렇게 이야기의 페이스트리를 덮어씌우지?' ..
요즘 [블랙 미러] 좀 챙겨보는 중인데, 영국 매체 맛이 좀 맵다 실감했다. 사실 제목만 듣고 [빌어먹을 세상 따위]라는 타이틀과 스틸 몇 개만 보고, 세상 엉망이다 어쩌고 저쩌고 잘난 맛 못난 맛 살리면서 허세 떠는 냉소적인 청춘물 정도 수준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맛이 다르더라. 원작은 찰스 포스먼이라는 작가의 그래픽 노블이라고 한다. 서사는 차이가 있다는데, 등장인물들의 딱딱 끊어지는 내레이션이 묘한 속도감과 박자를 만든다. 원작 호흡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듯. 그리고 무엇보다 캐스팅이 좋았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알렉스 로더라는 배우와 제시카 바든이라는 배우를 동시에 알게 되었는데, 정말 영국 남자배우들의 못 생겼는지 잘 생겼는지 알 수가 없는 - 매번 경계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 그 경계선의 매력..
결혼과 이혼 이야기의 전설 같은 고전이 된 메릴 스트립과 더스틴 호프먼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이후, 이런 소재는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닐 텐데 그동안 좋은 작품은 극히 드물었던 모양이다. 이 항구적 테마에 대중예술 시장 안에서 남과 여의 선명한 입장차가 개입되어 천장의 높낮이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디테일이 배가 되었다. 첫눈에 반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이들의 사랑과 결실은 자연히 빛 바래기 시작했고, 이혼을 결심한 시점에 극이 시작한다. 그래도 아이를 희생양 삼지 않는 구성이 좋았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로 대변되는 로컬과 법적 배경의 차이를 가미한 갈등 구조가 좋았다. 배우들과 많은 대화와 리허설을 거친 듯한 흔적이 보이는데, 둘의 기량을 담보로 한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하는 연기 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