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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21세기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 중 에반게리온 언급과 그 자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달링 인 더 프랑키스]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애초부터 태생이 가이낙스가 낳은 인력과 줄기가 연관된 트리거 작품이라 더욱 그렇다. 가이낙스처럼 세계의 질서와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음모를 관장하는 묵직한 중년의 목소리들, 트리거처럼 우주 멀리서 온 문명 초월적 집단의 침공은 확실히 그 훈적을 숨기지 않는다. 여기에 달링 인 더 프랑키스는 제목처럼 '육체적 사랑'과 애정이라는 중심을 초반부터 중요시 여기는데, 이게 좀 지나쳐서 메카닉 콕핏 안에서의 포즈 등은 후배위 등을 연상케 하는 '불필요한 파격'을 감행하기도 하다. 작품 자체가 [신혼합체 고단나] 류의 또 다른 메카닉과 다른 기조의 '소년소녀 장르'..
드 니로에겐 실례지만 프랭크 시런이 참 송강호식 인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민하기는커녕 또 그렇다고 우직함의 미덕만을 내세운다고 표현하기엔 그저 둔하지 않은 채 성실히 살아온 조직친화적 인간이다. 지가 속한 세계관의 사람들의 이전투구를 보며 "에헤이 와 이라노. 마 자꾸 지들끼리 싸울라고만 크게 각만 세우나 으이-."라고 속으로 뱉을 사람이다. 여기에 한국영화 속 남자들의 항변인 "내가 자식새끼들 먹여 살리고, 가족들 맘 편히 지내라고 이 한 몸 희생하며 살아온 게 아니냐!" 식의 사고방식도 탄탄하다. 문제는 이 투명한 성실함과 한 방향의 사람이라는 미덕(?)으로 인해 러셀 버팔리노에도, 지미 호파에게도 먹힐 매력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원하든 원치 않은 방향이든 역사 속 격랑 안에서 제 앞길도 모르는 ..
"발매일 해보고 제일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 게임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슨 반덴베르크는 10여 년 넘게 구상하고 수년간의 공정을 지닌 타이틀 [포 아너]의 완성 후, 이렇게 뭉클한 고백을 한다. 매번 남들이 만들다가 공정을 놓은 타이틀을 수습하는 것으로 이력을 채우던 이 사람에게 인생의 꿈이 서린 게임이었고, 그의 비유를 빌자면 '대학 입학을 앞둔 자식' 같은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정식 발매 4주를 앞두고 유비소프트 몬트리올과 프로듀서 스테판 카딘은 그를 이 프로젝트에서 뗀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포 아너]가 발매하는 시점 더 이상 작품은 제이슨의 자식 같은 존재가 되지 못한다. 게임의 역사나 게임 시장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은 이 작품이 그러하듯, 어제도 오늘도 수면..
일단 시작은 좋지 않다. 노동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위기 관리를 이유로 초반 여론에 진화를 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던 제작진의 태도가 곱게 보일리가 일단 만무하다. 극 자체의 매력도 막상 높지 않았다. 디렉팅을 변명하기엔 어쨌거나 계비 조씨를 맡은 배우의 톤이 극과 맞다고 생각하기엔 어려웠다. 그외에 주력 캐릭터의 진가를 보여주기엔 일단 짧았다. 최종 판단은 언급을 않거나 짧게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재로선 무책임한거 같다. 주지훈도 모르겠고 배두나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류승룡만 무슨 톤을 보여줄지는 전형적으로 보여 잘 알겠고, 어째 한국판 [지정생존자]의 배역 분위기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허준호의 매력이 되려 돋보이긴 했다. 시즌 2 일단 따라 가봅시다. 시즌..
영국산 시리즈답게 시즌 당 회차 개수가 차라리 적다 싶을 정도로 경제적이고, 문체의 맛은 참 맵다. 못됐다 싶을 정도의 발상을 근접한 미래의 상황에 빗대어 기술 이상주의의 양면을 보여주며 녹여낸다. [공주와 돼지]는 시즌 1 첫화답게 가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선전포고에 가까워 보였다. 우린 이런 거 만들고 보여줄 테니 각오하라는. 하겠냐 싶은 것을 꼭 시키고야 마는 짙은 심술이 느껴졌다. [핫 샷]은 다이어트 산업 비웃고, 인앱 결제 및 구독 서비스 플랫폼 비웃더니 급기야 [갓 탤런트] 시리즈 및 여러 서바이벌까지 조소하더니 급기야 섹스 산업의 이면을 예의 그 더러움으로 흥. [당신의 모든 순간]은 최근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판권을 아예 샀다는데, 하기사 아이언맨 시리즈 연상케 하는 시스템의 ..
음악인으로서의 아이유에 대한 흥미는 오히려 데뷔 당시와 그 다음 음반, 그 초창기의 호감정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것 같고 음악 자체보다 미디어와 미디어 종사자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나 활용 방법에 대해 흥미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넷플릭스의 [페르소나] 시청도 그런 이유였는데, 아무튼 총 4편 중 임필성 감독의 작품은 이번에도 악명이 높은 모양이라 일단 피하고 여성 감독 작품부터 먼저 보았다. [드림 세트] : 운동을 통한 행위에서 나오는 숨가쁨과 땀방울을 성행위 중 나오는 교성 등과 연관짓는 짖궂은 작품인데, 어떻게 보면 영화감독으로서의 이경미 보다 글에서 욕망에 대해 뱉는 글작가 이경미가 더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타는게 아니라 그냥 대놓고 아이유를 데리고 작정하고, 관객들의 당혹감..
Hired Gun. 청부업자, 음악계와 엔터테인먼트 계에도 존재한다. 단순히 땜빵이나 머릿수 채우기가 아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를 정확하고 정밀하게 엄수해야 하므로 프로페셔널이어야 한다. 흔히들 이런 이들을 우리는 세션 뮤지션이라고 부른다. 대중음악의 역사 속에서 기억될 멜로디 라인과 깊이 새겨지는 기타 리프, 이름 석자보다 순간을 남긴 그들. 이들을 다루는 음악 다큐다. 수년 전 극장에서 개봉한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이 문득 떠오른다. 그땐 백보컬의 세계를 다뤘는데 이번엔 스튜디오와 무대 위에서 숙련된 연주와 음악인과의 연대로 인해 역사의 틈새를 채운 이들을 다룬다. 음악 다큐의 재미란 역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다. 메탈 팬들에겐 스티브 바이 Steve Vai, 앨리스 쿠퍼 Alice ..
수상 경력은 화려하지만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은 영화로 기억할 생각은 없다. 편집은 단선적이고, 서사는 평이하고 명곡들의 행렬에 기댄 작품이었고 결과적으로 과대평가다. 그래도 그럴싸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밥 말리, 레드 제플린, 이 수북한 록의 만신전엔 영상화할만한 이름들의 후보 목록이 가득하다. 이미 진작에 대기의 행렬에 줄 맞춰 기다리는 이름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런 맥락에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가 선택한 이름 중 하나가 머틀리 크루(Mötley Crüe)라는 것은 적당히 전복적이고 적당히 도전적으로 보인다. 8,90년대 음악 듣기의 이력이 가장 풍성했던 일부 사람들에게 머틀리 크루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것을 생각하면, 악몽판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그럴싸한 문구 정도 만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