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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한동안 송강호의 포스터 속 미소는 슬픔의 양만큼 등가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통상 웃는 송강호는 아버지의 표정을 표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독재 시절 말을 하는 입을 닫는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아빠-효자동 이발사, 지리멸렬한 밥벌이의 조폭-우아한 인생 등등. 그렇다면 아버지 뿐만 아니라 나라 아버지 노릇을 해야 하는 조선의 왕이 된 사도 속 송강호는 어떤가. 그는 웃지 않으며(웃기는 한다), 이미 모든 것의 파국이 지난 후에서야 운다. 좋지 않은 부자 관계를 넘어 애초부터 연을 맺지 말았어야 할 두 단독자가 만나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 안의 비극을 형성한다. 여기서의 송강호 역시 언제나 그렇듯 훌륭하다. 분장의 미숙함을 넘어 일그러진 눈매와 쇳소리만으로도 그는 노후와 호령을 모두 소화해낸다. 여기에 ..
그레타 거윅의 전력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런데 시얼샤 로넌이 토악질하고 난 뒤의 다음날(?) 맑은 볕 아래서 걷고 달리는 모습을 보니 그의 작품들이 보여준 정서가 뭔지 어렴풋이나게나마 감이 왔다면 오만일까요. 주인공이 면허를 취득하고, 둘러보는 고향 마을의 풍광과 고즈늑함에서 [보이후드]와 [패터슨] 등이 떠올랐다. 미국은 참 품이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니 이처럼 층위가 제각각인만큼 여러 생각을 던지는 영화를 만드는구나. 좋겠다.
악당은 정말 악당처럼 생겼고, 조력 캐릭터는 정말 조력할 듯하게 생겼고, 심지어 고릴라가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 타이밍조차도 자로 잰 듯이 정확하다. 대중영화라는 것은 무릇 그럴진대 그걸 배신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없이 가벼워 보이고, 굉장히 폄하하기 쉬운 이야기일텐데 그래도 충실히 재현해내고 불평불만을 일소할 본전치기의 역할은 충실하니 뭐 할 말이 없다. 브래드 페이튼 감독은 차세대 롤랜드 에머리히가 될려나? 아니 이미 된건가. 아무튼 마이클 베이의 길로만 빠지지 않으면 될 거 같다. 드웨인 존슨을 페르소나로 삼은 감독이라니 하!
원인모를 일에 의해 삶의 근간을 모두 뺏긴, 얼마 남지 않은 인류. 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종족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겠다는 욕구를 분간없이 실천하는 백인 남녀를 뭐 또 어떻게 말리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가족들을 빠짐없이 챙기며 생존의 지혜와 해결의 단초를 남기겠다는 삶의 성실함을 어떻게 또 비난할까 싶다. 소리를 내서는 안된다는 단단한 서스펜스의 조건이 갖춰져 있음에도 의외로 관람의 숨통을 위해 음악이 제법 배치되었고, 대사도 나름 있다. 무엇보다 남녀의 역할 분담에 대해 비난도 제법 있는 모양인데, 아무튼 최종 마무리에 에밀리 블런트의 손을 맡긴 것은 효과적으로 보인다. 다소 기계신으로 처럼 보이는 사건의 해결책 역시나 이것마저도 M.나이트 샤말란의 [사인]을 닮아 급작스러운 감이 있으니 근..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데이 오브 모닝 「Wretched Flesh」 잘게 썰린 젠트가 정갈하게 나열하여 줄을 서며 난무한다. Carlos Gurrero의 탁월한 보컬이 클린과 사타닉을 오가듯, 드라마틱한 그루브감과 아르페지오가 교대하는 연주는 곡 내내 변화무쌍하게 탈바꿈한다. 멤버들의 역량과 저력을 염두하면 왠지 라이브 무대 때 100%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정규반을 통해 확실히 반론을 제기하는 듯하다. 슬슬 심상치 않은 최근 2년여 간의 Watchout! Records의 행보와 성취를 가장 잘 설명하는 싱글 중 하나. ★★★★ 티어파크 「Kinder」 김세희의 드림 팝 멜로디 위에 얹어진 청아한 보컬은 곡의 진행이 계속될수록 리드미컬한 변덕을 ..
강동원은 신비의 배우다. 그에게 모처럼 영남 방언 대사를 줘도 그는 그것을 연기답게 소화하지 못한다. 이 정도면 역량이다. 그래도 용서가 되는 것은 그가 동북아시아 대표급 외모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극중 역할도 그런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극중에서 사기꾼이며 그가 눈길을 주면 모든 여성들이 마음에 들어한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좀 어지럽다. 문장을 줄이고 싶다) 문제는 황정민 쪽 배역이 더욱 심각하다. 그는 폭력 검사다. 그런 그를 선의 위치, 우리가 구해야 한다고 감정을 이입할 대상에 놓는 것이 온당할까? 작품은 끝에 변명을 하고 정당성을 넣는데 이미 늦었다. 곱게 볼 수 없다. + 넷플릭스에서 봤다. 이렇게 바보 같은 작품을 보고 굳이 글로 기록해서 너무 죄송합니다?
[그램그림] #gramgrim 이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거창하진 않아도 실천을 해보려 합니다. 일상툰이라면 일상툰인데,내용의 귀결이 매 에피마다 엥? 이게 끝? 싶은엽전들이 올라갈 겁니다. 도구와 매체가 있는데, 가만히 있는게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어해보려구요. 현재까지 1화 (링크) 2화 (링크) 올렸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으신 분은 좋아요 눌러주셔도 아주 좋겠습니다 ㅎㅎ
한재림 감독의 필모를 흝어 보았다.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 각본까지 맡았다니 그는 인간 개별 군상들의 속내와 크게는 권력에의 탐식을 다루는데 능한 모양이다. [더 킹]도 그 연장에 있다. 이번에는 그는 권력 위의 권력인 검찰로 대표되는 무소불위의 집단을 주시하며, 현대 한국의 역사와 함께 그들의 욕망과 좌절을 드라마로 빚어낸다. 재미는 그냥 있는 편인데 편한 이야기는 당연히 아니고. 중후반부 가면서 끝내 버리는 못하는 가족의 문제와 결과적으로 '당신들이 더 킹이다'라는 말로 대변되는 시민 사회에 대한 전망과 긍정이라는 해괴함으로 귀결된다. 중간에 함유되는 조폭 드라마의 어떤 애잔함(정말 필요없는 부분)까지 상기한다면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다뤘다 뭐다 이런건 별 소용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