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04 (20)
Rexism : 렉시즘
갑작스러운 결말은 명확한 위안을 준다. 지근거리에 존재했지만 결코 닿을 수 없었던 디즈니랜드, 영화 시간을 내내 지배하던 사운드와는 전혀 다른 음악이 울려 퍼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우리는 그 세상에 아이들의 발이 닿을 수 없음을 알고 설사 닿더라도 그 세계로 입잡할 수 없음을 안다. 그럼에도 이 엄연한 가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환상을 부여하고 가장 쓰라린 희열을 준다. 이 명확하게 한계를 안겨주는 위안이 그 한계만큼 아프다. + 그 마지막 대목은 아이폰으로 찍어놓은 장면이라 유난히 숨길 수 없는 입자의 거친 면모가 도드라진다. 그래서 더욱 누추한 환상성을 강조하게 된다.
웹진에서 글을 적습니다. (링크) / 별점은 이상한 제도입니다. 완태 「추락」 완태의 음악은 일견 멜랑콜리한 감정을 전시하며 수놓는 모던록의 방계처럼 들리는 듯도 하지만, 때론 지글거림과 이펙트가 오가는 인디 록과 슈게이징, 심지어 포스트 록에 간혹 닿기도 한다. 무게 있게 내리꽂는 건반과 그로 인한 비장함, 공간감 있게 울리는 일렉음은 밴드가 보여주는 인상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 어차피 감정과 연정의 문제는 남의 일일진대 그 서사와 가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은 음악 하는 이의 역량이자 몫일 테다. 끝 간 데 없이 바닥에 무자비하게 추락하는 나락의 찰나를 밴드는 효율 있게 전달한다. ★★★
원소스 멀티 유즈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연재했던 같은 제목의 웹툰은 읽지 않았다. 강대국 사이의 틈바구니 안에서 핵의 위기가 고조된 한반도의 현실을 개탄하며, 이 난국을 타개할 - 또는 최악의 선택을 할 - 시나리오로 핵버튼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는데, 결과적으로 이걸 남한도 보유하겠다 이거지. 여러 입장 차이가 있겠으나 내가 지지할 이야기의 성격은 아니었다. 아직은 흐릿하지만 남북의 현재 완화 모드에 나름 공명하는 바가 뜻하지 않아 생겨 감흥이 달라진 것은 있지만. 북측 VVIP가 남한에 본의 아니게 머물 수 밖에 없고,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의 키를 쥔 것은 서로 환경도 다르고 대립할 수 밖에 없는 남북 양측의 남자라 이거죠. 일을 크게 벌이는 [강철비]에 비해 유사했던 감상 경험을 이미 [의형제]에서..
4월 16일은 예술가들에게 망연자실한 침묵과 발언의 통로가 막히는 협심증, 그럼에도 발언을 해야 할 책무감을 씌우게 한 계기가 되었다. 고통의 시간은 황정은 작가에도 주어졌을 것이다. [아무도 아닌]은 물론 세월호에 대한 단편집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월호 이후의 모든 예술작품들이 그러하듯 그 징후를 발견하고자 하는 충동을 삼키기 힘들게 한다. 나의 진의가 그렇지 않을진대 그럼에도 삼키게 만드는 말과 움츠러들게 만드는 세상살이의 압제가 있고 - , - 모든 것이 복원하기 힘든 지경이 된 이후의 상실이 존재하고 - , - 죄책감과 힘든 되짚어보기가 있다.() 도처에 슬픔, 이곳에 죽음, 저곳에 상실이 있다. 황정은의 펜은 여전히 다다다다다다다 쉼 없이 잔혹하게 헤집는다. 그리고 누추하게 보이나 여전히 아름다..
등장 인물 중 한 명의 퇴장 이후 뭔가 이야기가 뭔가 분산되고 방향을 잃는 듯해 조금 고개가 갸우뚱했다. 무엇보다 퇴장한 등장 인물의 언어가 남아있는 자의 마음을 개심하는데, 영향을 주고 현 시점의 갈등의 골을 개선하는데는 도움을 젼혀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상한 이중성을 느꼈다. 그게 감상에 있어 뭔가를 방해한다는 기분이 강했다. 그는 화해와 희생을 위해 퇴장한 것이 아니라 어떤 국면 전화를 위해 패들 중에서 제거된 것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막판에 공동체의 윤리를 등장인물들이 선택(파행일까)하는 장면과 매듭은 어쨌거나 남게 되었다. 배우들의 연기(굳이 말하자면 둘 중 한 명만 상을 탔음 족할 영화라고 생각했다)와 운동성, 파국과 돌진 등 적지 않은 에너지를 내재한 영화.
미소가 서울 시내 곳곳을 전전하게 된 광경을 보니 [멋진 하루]의 두 남녀가 일단 떠올랐다. 하지만 뭔가 일식 풍으로 개량된 [멋진 하루] 안의 예쁜 서울과 달리 미소의 서울은 부동산의 구매를 매개로 결합된 남녀의 결혼제도, 자녀에게 무조건 내리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중산층의 덕목, 자녀 생산을 위해 맺어져야 하는 고부 관계가 강제되어야 하는 곳이다. 담배와 위스키를 사먹을 경제력 정도만 있다면, 거주 공간조차 문제되지 않는 '이상한 존재' 미소에겐 애초에 맞아 들어가지 않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서울 이곳저곳을 스쳐가는 차량 안의 시선은 마치 [한공주]에서 걸어가던 공주를 스쳐가는 카메라가 그러하듯, 미소의 하얀 머리칼을 스쳐간다. 그리고 어쨌거나 현실에 비추어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는 귀결, 그럼에도 등..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별점 제도는 이상한 제도죠. (링크) 루디건즈 「Why Don’t You Know Me?」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펑크 씬이지만 도전은 계속된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펑크는 장르 자체의 작법도 확고하지만, 태도와 패션 자체의 외연 등으로 고집스러움과 울퉁불퉁함이 도드라진 음악이다. 스카펑크를 앞세운 루디건스의 음악 안에 내재한 쩔렁쩔렁한 리듬감은 펑커들의 태도를 반길 리 만무 하는 게토 바깥세상에서의 절뚝거림을 연상케 하면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뚫고자 하는 고집도 동시에 표현하는 듯하다. 여기에 멜로딕한 융을 깔아주는 나기의 키보드와 보컬은 이 세상과의 불화를 다룬 가사에 반하는 경쾌함과 감상의 즐거움을 담당하는 부분이다. 충돌을 야기하는 장르이면서도 불화를 조성하는 세상 안..
어제도 또 하나의 퍼스트 건담이 완성되었습니다.사진 정보 보니 근 2년만의 완성이네요;;; VER.3.0에 이어 또 퍼스트라니...애초에 [레디 플레이어 원]에 등장한 퍼스트 건담 덕에 흐름을 탄 것도 있지만. 그동안 밀린거 완료하자는 마음이 커서 이 참에 완료하였지요. 아시다시피 [건담 디 오리진] 출간본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만...정사로 인정을 해야 할지...뭐 오피셜이 팬픽 쓰고 자빠진 세상이지요. 완성! 다른 퍼스트들과 다른 무장이 돋보이지요. 담백한 맛의 VER.2.0와 모던한 VER.3.0의 장점들을 합친 듯한 모습이죠. 남들에겐 같아 보이는 퍼스트들이지만 제각각 다릅니다. 하지만... 이제 저도 뭔가 겸허해지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네요.정말 퍼스트 많이(?) 만들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