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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히어로 폐지라고 해서 귀찮아도 몇 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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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히어로 폐지라고 해서 귀찮아도 몇 줄.

trex 2009. 3. 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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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히어로]가 폐지된 자리엔 소위 '아줌테이너 격투장 + 리턴 오브 브레인서바이버'인 [세바퀴]가 배치된다고 한다. 이로써 '라디오스타' 유닛들의 활약은 [음악여행 라라라] MC 자리 반납, [명랑히어로] 폐지 덕에 다시 [황금어장] 활동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대신 이경규 + 김국진 유닛은 SBS의 신규 프로인 [붕어빵]과 KBS 일요일 저녁 시간대 新 코너로 배치되니 이들의 부활을 반기는 이들이라면 지켜볼만 하다.

[명랑히어로] 폐지의 변을 송유곤 PD는 "시사 토론 버라이어티를 할 때부터 남성 시청자가 많아 요즘 프로그램의 키를 쥐고 있는 여성층을 끌어들이는 데는 다소 미흡했다”라고 설명한다. 외압이라기보다는 '알아서 긴다'는 인상이 강했던 '시사 토크'의 초반 컨셉 버리기를 시도했지만, 이후 여러 컨셉 변화 역시 좋은 결과를 못 얻었다는 짐작이다.

사실 [명랑히어로]의 좋은 장점이었던 맵싸한 시사 잡담이 이런저런 이유로 접히고 난 뒤가 오히려 [명랑히어로]의 진짜 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장례식' 컨셉이 일단 위험했던 것이 시기가 너무 안 좋았다. 잇따른 연예인들의 자살 보도와 더불어 '불경스러운 소재'에 대한 시청자들의 민감한 반응을 짐작하지 못했던 기획의 안일함이 굉장한 패착이었다. 이 컨셉이 '회고전'으로 비슷하게 변경되었지만 역시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몇가지 성과가 있었다면 '최양락'의 발견(물론 비슷한 시기의 SBS의 [야심만만] 방영분과 더불어)과 '유희열'의 발견 정도?

나머지 3/1 시간대를 할애했던 '명랑독서토론회'(결국 진행자들의 스케쥴 각박으로 인해 도서에 대한 이해도가 심히 낮아 '그냥' 토론회로 변경) 역시 '라디오스타'풍의 설전 잡담류였는데, 역할 분담이 명확했던 '라디오스타' 유닛들과 달리 실험적인 편성으로 매주 방영분마다 변화를 줬던 진행자 라인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이하늘은 MBC 예능국 전속 '꿔다놓은 보릿자루'([놀러와]와 더불어)가 되었고, 김성주는 '명랑회고전'에서 [미녀는 괴로워]의 까메오 이범수와 출연자 임창정을 혼동하는 한심한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들이 애초 '시사 토크' 컨셉에 배치되었을 때 보여줬던 기능적인 면모와 달리 컨셉 변경 이후엔 달리 유용할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현재 이 둘은 폐지 1,2주를 놔두고 소리없이 '잘렸다')

이쯤되면 아쉽다. 1년 남짓 이렇게 버티다 쓰러질 것을 알았다면 일단 외압에 무너져도 '시사 토크'로 밀고 갔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청자인 나는 거기 예능국장이 아니잖는가. 그저 볼만한 오락프로 하나 없어진게 아쉬울 뿐. 에잉.

+ 아쉬움 덕에 하나 더 토로하자면, 시사 토크에서 컨셉 변화로 지금까지 이르게 된게 사실 중간부터 투입된 '이경규' 때문이 아닌가하는 음모론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