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고감상정리'에 해당되는 글 579건

  1. 2020.01.23 [해치지않아]
  2. 2020.01.18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3. 2020.01.14 [더 킹 : 헨리 5세]
  4. 2020.01.09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5. 2020.01.05 [결혼 이야기]
  6. 2019.12.22 [두 교황]
  7. 2019.12.21 [포드 V 페라리]
  8. 2019.12.13 [나이브스 아웃]
posted by 렉스 trex 2020. 1. 23. 17:53

영세한 영업실적으로 인해 무너진 동물원이 있고, 여기에 의기투합해 이상한 영업방식을 통해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이 있다. 자 동물원을 다시 회생하는데 필요할 수 있는 최소인원은 어느 정도일까? 마케팅이나 현장 감시 및 진행의 업무를 겸한다 치더라도 수의사, 시설 관리, 수익관리 등 할 일을 생각하자면 4,5인으론 절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을까? 그래도 영화적인 장치로 작품은 관객들에게 '그냥 대충 알아서 속아주십시오.'라고 꾸벅 고개를 숙인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달콤, 살벌한 연인]을 필두로 정말 취향이었던 비정합이 형성되었던 작품 [이층의 악당]으로 독자적인 성과를 보여준 손재곤의 간만의 신작이다. 그의 전작들을 알기에 이런 영화적 장치의 속임수를 용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이상한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 정체불명의 개인들, 되게 분위기를 망치는 불편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전시하던 전작의 맛을 [해치지않아]에선 웬만해서 살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착하고 말쑥한 타협의 작품을 보여준다. 이번 작품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기 바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수년간 동물원이라는 테마가 주는 공간에 대한 고민은 어쨌거나 가치가 있고, 여러 의견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현명한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이 작품 안에서 여러 인간 군상들이 알려주는 착한 기운과 진심도 온도가 느껴진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마치 [엑시트] 세계관 어디에선가 존재하는 또다른 경기도 사람들과 유사한 스케치와 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전여빈 배우 캐릭터 쪽 연애 풀이는 요즘 작품이 아니라 90년대 톤이 나던걸...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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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18. 16:45

시대가 금기한 제도적 장치에 묶여 사랑과 열정이 예고되었으나 닫힐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라는 예정된 진행 외에 작품이 이야기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을까 궁금해질 때, 작품은 대답을 한다. 그것도 풍성한 주제의 제안과 암전이 내려앉은 객석에서도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침묵의 시간을. 예정된 운명의 차원을 넘어선 누군가를 사랑하고 마음을 새긴 후의 항구적인 감정의 영속성. 이 불멸의 문제에서 예술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응시와 창작자와 뮤즈 사이의 권력의 문제, 주체와 객체, 그리고 넓게 보자면 서구 미술사의 한 순간. 무엇보다 여성은 창작사로서의 권능과 입지를 언제쯤 차지할 수 있게 되는가? 그것을 인정하고 허락하는 권력 자체의 온당함을 묻는다.

쌓인 질문과 여운에 깊게 홈을 파게 하는 비발디 협주곡 2번 사단조, 작품번호 8번, RV. 315 "여름" - iii. 프레스토가 영상과 색채와 더불어 길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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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14. 14:50

귀두 컷과 투 블록 헤어. 역사가 기록한 헨리 5세의 실제 초상을 티모시 살리에의 캐릭터 안에 재현하였다. 티모시 살리에가 그간 작품들을 통해 구현한 캐릭터성을 그 위에 충실히 덮어씌운다. 한 번도 지배와 집권을 꿈꾸지 않으며 자신만의 거처에서 여러 여성들과의 관계를 맺어온 개인주의자. 외형과 캐릭터가 바로 상상되지 않을까. 역사가 기록하듯 그는 불가피든 필요에 의해서든 왕의 자리에 올라갔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치른다. 요즘 영화들이 그러하듯 작품은 이 전쟁의 참상을 극적이고 신화적 방향이 아닌 '표현 그대로의' 진흙탕 개싸움'으로 연출한다. 프랑스 왕세자 역할을 맡은 오만한 표정의 로베트 패틴슨은 비 온 다음날 전장이 오간 진창 위에 폼 잡다가 엉덩방아를 찍으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훗날 역사가 기록하길 영국은 다음 세대에 프랑스에 참패를 당하지만 아무튼 당시는 영광스럽고, 학살을 통한 잔혹한 승리의 기록이다. 감독은 고뇌와 명예가 서린 승리 대신 나른한 평온함을 바란 한 개인의 변화를 다루는 한편, 그가 역사의 무대에 오르며 승자가 되는 과정에서의 불가결한 정치적 음모와 꼬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그려낸다. 기억할 수 있는 장면과 그를 묵묵히 잘 받쳐주는 음악이 있다. 넷플릭스산 준작.

+ 중요한 배역을 맡은 조엘 에저튼은 이 작품에서 공동 시나리오 집필을 담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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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9. 13:27

초반에 왜 이렇게 진행이 바빠보이지 싶을 때부터 우려는 들었다.  [깨어난 포스]가 새로운 젊은이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표현하는데 시간을 소비하느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고, [라스트 제다이]가 그 가능성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발현하는데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어서 그런 것일테다 싶었다. 결국은 [새로운 희망](인재를 발견하다), [제국의 역습](수련하고 배우고 복귀하고, 전체적으로 약간의 어두운 암운을 깐다)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셈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짐작했고 이미 루카스 본인이 프리퀄에서 반복했음을 학습했다. 그 학습 덕에 밀린 이야기를 쌓아둔 3편에 들어서 진행이 빨라지는 것도 이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굉장히 조급해 보이고 좀 불안해 보였다. 그냥 그럴 수 있다고치자.

그런데 서두부터 좀 뜨악하다. 그 바쁜 호흡의 근원이 펠퍼틴의 재등장 때문이란다. 그런데 왜요? 그게 그렇게 정당한 이유인가? 독립적인 젊은이들의 새로운 사가라는 조그만 기대를 저버리고 설마...설마 실상 9부작 내내 스카이워커 집안, 공화국의 타락 이야길 반복할 셈은 아니겠죠? 마음의 암운이 막 드리우려 한다. 펠퍼틴은 제국의 부활은 물론 최강의 전력과 수많은 지지자들을 기반으로 다시 일어선다. 그 수많은 자본과 인력은 다 어디서 수혈을? 은하계의 자본주의와 인구증가 관련한 정책은 지구인의 상식으로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다. 아무튼 넘어가야겠다. 

슬슬 알게 된다. 왜 펠퍼틴이 부활했는지에 대해 J.J.식 서사와 설득에 의하면 그게 등장인물 중 누군가에게 '그놈의 부계 혈통과 이름'을 지어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맙소사. 그게 그렇게 중요했던 모양이다. 그 계승 문제는 그 성씨 문제가 펠퍼틴으로 최종 결정이냐 스카이워커로 최종 결정이느냐의 당락을 결정지을 문제로 9부작 내내 중요한 테마였던 모양이다. 정말요? 네? 스타워즈 세계를 80년대 처음 접해서 따라온 나로선 그게 그토록 중요한 문제인 것을 몰랐다. 이제야 알았다. 

은하계 변두리 어딘가에서 또다른 소년 소녀에게 태어날 포스를 긍정했던 [라스트 제다이]의 비전을 당연히 계승하지 않고, 그렇다고 감독 본인이 맡았던 [깨어난 포스]의 화법과도 다르다. 성급하고 무거운 과제들이 산재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엔 시리즈 최강의 우주쇼와 시리즈를 대망라한 도의가 깔린 피날레가 기다린다. 누구나 쉽지 않았을 일이다. 그러나보니 심사는 복잡하다. 픽픽 쓰러지는 트루퍼들은 [제다이의 귀환] 재현인지, 키스를 왜 굳이 넣는지, 이것은 J.J.의 [나의 은하계 문화유산답사기]이고 그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인가 싶고, 이 바쁜 와중에 그래도 다들 차곡차곡 포스와 '저항'을 꿈꾼 덕에 이런 마지막 전투는 가능하구나 하는 짧은 감동을 느낀다. 그 정도면 양호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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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5. 21:41

결혼과 이혼 이야기의 전설 같은 고전이 된 메릴 스트립과 더스틴 호프먼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이후, 이런 소재는 한두 번 나온 것이 아닐 텐데 그동안 좋은 작품은 극히 드물었던 모양이다. 이 항구적 테마에 대중예술 시장 안에서 남과 여의 선명한 입장차가 개입되어 천장의 높낮이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디테일이 배가 되었다. 첫눈에 반하고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이들의 사랑과 결실은 자연히 빛 바래기 시작했고, 이혼을 결심한 시점에 극이 시작한다. 그래도 아이를 희생양 삼지 않는 구성이 좋았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로 대변되는 로컬과 법적 배경의 차이를 가미한 갈등 구조가 좋았다. 배우들과 많은 대화와 리허설을 거친 듯한 흔적이 보이는데, 둘의 기량을 담보로 한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하는 연기 대결풍 장치가 인상적이었다. 완벽한 균형의 추는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전제에서 애덤 드라이브(찰리) 쪽에 조금 무게가 간 듯한 전개도 도드라진다. 당연히 스칼렛 요한슨의 양보나 패배 쪽이라는 표현이 아니고, 아무튼 시각의 문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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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22. 19:38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당연히 현재형이다. 이는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첫인상처럼 판이하게 다르다. 한반도에선 인터넷 개그를 통해 스타워즈의 펠퍼틴 황제 취급을 받았지만, 한참 비판받던 시절엔 - 하필 그가 독일 출신인 탓에 - ‘나치’로까지 불린 적도 있었던 베네딕토 16세는 쉬이 짐작하겠지만 보수 성향을 대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교회 개혁을 대변하는 프란치스코와는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셈이다. 다만 이것은 일견 보기에 따라 그렇다는 것뿐이며, 현재 시점에선 교회 개혁 이미지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몇몇 발언 역시도 단순히 그를 개혁이라는 대변하기엔 힘든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이렇듯 다루기 힘든 실제 인물의 스케치에 있어 감독은 과감히 극화의 형식을 끌어들인다. 다양한 각도로 평가가 가능한 인간적 품성에 대해 살며시 답을 얻으려는 시도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품격을 해치지 않는 조심스럽고 사려 깊음으로 접근한다. 나이가 제법 든 두 사람의 대화가 수없이 오가는 작품이라 행여 만연체 투성에 인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근심은 덜어도 된다. 실제 인물을 판박이처럼 재현한 두 배우의 외양은 물론이며, 두 인물의 품성까지 재현하기 위한 노력과 역량이 극 내내 빛을 발한다. 배우 연기하는 것 구경하는 맛만으로도 배부른 작품이다.

작품에 조금 더 비중이 할애하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연기하는 배우 조너선 프라이스 쪽이긴 하다. 극 전개의 중앙에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에 초점을 둔 것은 남미는 물론 전 지구적 폭력과 만행이 오갔던 20세기 현대사에 대한 고해이기도 하다. 완벽한 인간은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한 참회와 죄사함의 고난이 오갈 수밖에 없는 종교적 고민을 어렵지 않게(보기에 어렵지 않으나 깊은 고민을 대변하는 대목들) 보여준다. 21세기에 들어와 어린 성직자 성추행으로 얼룩진 현재 종교계의 반성을 대신 답해야 하는 몫은 베네딕토 16세를 맡은 배우 앤서니 홉킨스 쪽으로 넘어간다. 이는 군부 독재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수없는 죄인들의 일을 드러내고 밝혀야 하는 종교계가 반드시 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편 [두 교황]은 어떻게 보면 전임자와 후임자가 각자의 사정에 의해 사표 수리를 기다리고, 은퇴를 말해야 하는 난처함을 설명하는 직업 인간 군상 드라마이기도 하다. 베네딕토 쪽은 자신이 차마 얻지 못한 대중적 인기에 대해 못내 부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프렌치스코 쪽은 딱딱하고 완강한 상대편이 못내 아쉬워 설득하려는 접근을 조심스럽게 한다.

더 이상 신의 목소리가 전과 다른 톤으로 들리는 교황이 끝내 은퇴를 결심하고, 이를 위해 높은 목소리를 내며 분노하는 대목들에서 앤서니 홉킨스는 실로 그 진가를 보여준다. 그래도 곡을 안정감 있게 쓰다듬고 편하게 우리를 안도시키며 데려가는 것은 조너선 프라이스의 힘이다. 이 뚜렷한 대비가 종교적 고민은 물론 배우 앙상블 영상물로써의 극을 관객으로부터 시선을 이끌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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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21. 17:17

유럽판 제명은 [르망 66]이라고 하는데, 그게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제목에서 포드와 페라리의 대립각을 내세우고 실제로도 마지막 경기는 그 경쟁 구도에 초점을 맞추긴 하지만, 오히려 그걸 희석시키는 장치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포드라는 거대 회사 내에서 자신들만의 혁신을 일궈낸 두 남자에 시선을 맞춘 덕이다. 이 여정을 가기 위한 과정에서 몇몇 대목은 실제로 국뽕으로까지 보이기도 하다. 미국적 대량 시스템과 미국적 분투와 자부심! 그래도 말미엔 제임스 맨골드의 전작 [로건]에 유사한 여운을 안겨주기는 하다. 여기에 엔딩 크레디트에 크리스천 베일의 이름 외에 왜 맷 데이먼의 이름이 배치되는지에 대한 어떤 설득도 보여주는 듯... 무엇보다 기술적 성취와 완성도에 공을 들인 대중적인 준작이다. 어떻게 보면 보다 더 목소리가 커지고 비중이 늘어날 여성의 시대에 마지막 미덕과 침착함을 보여줄, 그렇게 서서히 사라질 남성 영화의 전범 같아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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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2. 13. 20:47

추리물을 잘 못 본다. 이유가 2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머리가 나빠서이고 둘째는 해결과 정답이 알려지는 과정에서의 길이와 인내 면에서 내가 아주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KBS판이었던가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더빙 방영분은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특히나 공동 살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무튼 [나이브스 아웃]은 나의 근심에도 불구하고 아주 재밌는 작품이었고 비교적 이해도 쉬었다. 물론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기억 덕인지 공동 살인이 아닐까 자기 혼자 착각했고, 피해자인 척하는 인물의 트릭이나 자작극 아닐까 하는 나 혼자만의 추리는 보기 좋게 틀렸다 ㅎㅎ 좋은 배우들이 몰린 캐스팅도 좋았지만, 트럼프 시대에 대해 또 거론하게 만드는 현 미국의 고민을 담은 서사도 좋았다. 백인 쓰레기로 출연한 크리스 에반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캐스팅이었다...

+ 감독의 전작 [라스트 제다이] 아무튼 좋은 영화라니까. 이 한남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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