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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xism : 렉시즘
영화 [택시운전사]에선 아예 배우 유해진과 류준열의 마스크를 두고 싱거운 우스개를 넣을 정도였는데, 이번엔 결코 이길 수 없는 절대왕정과 정의감을 태운 민초의 대립 관계를 형성한다. 결말엔 실상 판타지에 준하는 매듭을 보여주는데, 이런 아득한 거리감은 계급의 면에서도 시각장애라는 한계 면에서도 설정으로 깔려있다. '올빼미'라는 제명처럼 눈 떠있는 자가 눈부신 날엔 볼 수 없는 것을 홀로 주맹증 환자인 주인공만이 볼 수 있는 진실에 대한 비유가 나름 재밌었다. 덕분에 작품의 개봉 시기에 다소 어긋난 전 정권 보다 현 정권에 어울리는 작품으로 보인 것도 사실이다. 선조와 더불어 조선왕조의 대표적 쪼잔왕으로 불리는 인조와 소현세자 사이의 비화를 픽션을 빌어 악인과 선인의 과계가 선명한 작품을 만들었다. 유해진..
변성현 감독의 작품이자 설경구와의 두번째 만남이라는 점에서 작품은 어떤 의미에선 전작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속 대사 "선천적 또라이다-!"을 다시 한번 설경구가 공연한 상대 배우에게 뱉는 듯한 서사를 품고 있다. 이번엔 남북 대립의 시대에 이어 동서 갈등의 시대, 자신이 품은 대통령 후보에 대한 한결 같은 사랑을 품은 한 '킹메이커'에 대한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실패한 킹메이킹에 대한 토로이자 이런 결과적인 시대상에 대한 미련을 품은 감독의 고백이다. 이른바 이 실패조차도 위대한 실패이자 현재를 위한 자양분, 우리라는 공동체가 풀러야 할 숙제라고 변성현 감독은 말하는 듯하다. 박정희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독재 시대를 향한 청산, 이를 위해 (정치) 인생 동안 헌신한 만년 야당 대권 ..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서비스 진입 후 제작했던 드라마 라인업엔 시행착오가 분명했고 - 광주에 대한 후유증과 죄책감이 아직도 있는 시대에 로맨스로 풀어가는 서사를 밀어 넣는 등 - 성적도 좋지 않았는데, 가 보여준 선방은 나름 고무적이다. 대전 출신 막무가내 맨몸 성장형 한남 중년의 필리핀 입성기라는 점에서 깡패, 사기꾼 융합 타입의 최무식 캐릭터는 다름 아닌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속 최익현의 다른 버전으로 보이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동휘, 허성태, 김홍파, 임형준, 오달수, 송영규, 김뢰하, 이문식, 최무성, 정웅인 등 영상매체에 잦주 얼굴을 비치던 한남 연기자들의 라인업까지 보면 작품이 어떤 냄새를 품기고 있는지 쉽게 짐작이 가리라. 여기에 최근 한국 영화 서사의 지형도에서 일본..
크리스천 베일이 좋은 필모를 유지하길 염원하는 이들에겐 데이비드 O. 러셀과의 협업은 그렇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다. 어느새 3번째니까. [살버라이닝 플레이북]가 그나마 감독의 입지를 안정적으로 만든 덕인지 베일은 물론 마고 로비,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세 주역의 편성을 가능케 했다. 여기에 감독과의 인연을 이번에도 연장한 로버트 드 니로를 필두로 크리스 락, 안야 테일러조이, 조 샐다나, 마이크 마이어스, 마이클 섀넌, 테일러 스위프트, 라미 말렉까지... 비현실적인 캐스팅을 완성했다. 물론 이 정도로 과도한 라인업은 한편으론 기대 이하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낳게도 한다. 작품은 그런 우려처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음 그래도 세계 대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태..
재생하자마자 바로 디즈니의 궁전이 나오는 배급사 영상 로고는 물론 제작을 맡은 픽사의 영상 로고가 나온다. 자연스럽게 작품의 태생을 알 수 있는 작품. 역시나 자신들의 노고가 극장이 아닌 OTT나 다운로드 서비스로만 관객들에게 보여줄 것을 적지 않은 인력들이 탄식할 듯. [엔칸토]의 반향이 채 식지 않은 시기라 더더욱 그렇다. 줄을 잘못 선 것을 누굴 탓하리오. 감독이 바로 픽사의 단편 중 하나였던 [바오]였는데, 이의 연장 선상에서 여전히 미주 지역의 아시아 커뮤니티를 다루고 있다. 그 덕에 최근 봐오던 넷플릭스 등의 3D 디지털 애니를 만들어 배급해 온 텐센트의 라인업도 살짝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래도 역시나 기대대로 비교는 불허랄 수준. 이미 트레일러 등을 통해 강조한 붉은 레서판다의 붉고 풍성한 ..
[퍼스트 에이전트]는 지난 작품 [골든 서클]에서 긴장감 풀고 자기가 하고픈 것 아무거나 해놓고 휘청거렸던 감독 매튜 본의 절치부심이 느껴진다. 유니버스 조성 및 프리퀄 서사를 만드는 세계관 확장의 욕망이 자연스러운 요즘, 그에 편승하는 퍼스트 에이전트의 흐름은 실상 자연스럽긴 하다. 그래도 가슴 아프게 실감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즐거움은 어쨌거나 젊은 에그시, 관록의 해리가 듀오로 만드는 이야기였음을. 그 위치에 부자의 관계로 대체하는 서사, 1차 세계 대전을 뿌리로 영국이 만든 첩보 에이전시의 탄생담은 아주 자연스럽게 주입되진 않는다. 목을 동강낸 사체가 뒹굴거리는 짓궂은 인명 경시는 매튜 본의 [킥 애스]에서 봤던 것이지만. 그걸 연타로 시각적 테러를 당할 이유는 없어 보이고, 그가 이미 [엑스맨 ..
[만달로리안]으로 디즈니 플러스 속 스타워즈 드라마의 첫 순항을 마친 루카스필름의 위세는 아마도 앞으로도 여전할 듯하다. [아소카], [오비완 케노비] 등의 라인업은 그간 프리퀄,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채우던 스타워즈 서사의 살을 키울 것이고, [북 오브 보바 펫]은 이런 예외 없는 행보의 확인이라 하겠다. 명예로운 기억보다는 분명 덜컹거렸던, 장고 펫-보바 펫 부자의 이야기는 아예 이렇게 연대기의 조각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물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만달로리안] 시즌 1,2의 평탄한 결실 덕이 아닐까 싶은데, 실제로 [북 오브 보바 펫]의 전개엔 딘 자린은 물론,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아기 요다(...) 구로그의 건재를 확인시켜 준다. 통상 서부극의 외연을 가지고 있던 [만달로리안]에서 이번엔 보..
[고장난 론]은 픽사가 선도하고, 드림웍스나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 등이 후진을 자처하는 근래의 3D 디지털 애니다. 배급과 디지철 스트리밍에 대한 판권은 모르나 현재는 디즈니 플러스 제공작이기도 하고, 실제 작품의 홍보에 있어 픽사와 디즈니 인력을 빌려 말하기도 하고, 아예 극 중엔 스타워즈의 다크 포스 패러디도 있으니 분위기는 나름 짐작이 가시리라. 미국과 영국의 합작, 락스미스라는 제작사가 손을 댄 작품인데, 비슷한 이야기의 작품 [넥스트 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한결 보기 편한 이야기였다. 역시나 텐센트의 손길로 만들어진 [넥스트 젠]의 찜찜한 뒷맛 보다야 [블랙 미러]의 라이트 한 버전 같은 [고장난 론] 쪽이 상개적으로 준수했다. 실제로 극중 론의 기능을 대변하는 여러 장치들은 일견 영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