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02.19 20:39

스포츠 매니지먼트 세계관 안에서의 개인 위상의 추락과 극복, 부활, 종내의 해피엔딩. 이 분야는 이미 [제리 맥과이어]에서 관객들을 만족시킨 바 있고, 사실상 이 직종에 대한 허튼 낭만성을 불어넣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 세계관의 무대가 NBA 판으로 이동하고 - 실제 종사자 선수들의 인터뷰도 삽입해 있다 - 각본가가 [문라이트]의 작가라면? 어떤 것이 나올까 조금은 궁금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기세있고 의욕 충만하게 일하던 젊은 에이전시 소속 주인공이 어떤 시장 안의 불합리로 인해 위기에 봉착하는데... 이런 이야기 아무래도 스티븐 소더버그가 날렵하게 이야길 잘 들려줄 수 있는 장기의 대목이 아닐까.

끝내주는 농구 경기 장면이나 음모를 이겨내는 절체절명의 순간보다는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제재 중 하나는 ‘넷플릭스를 위시한 매체 환경의 변화’이다. 아이폰으로만 촬영했다는 이 작품의 ‘이제는 좀 흔해진 야심’과도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고, 한편으로는 ‘양키들에게 도둑질 당한 아프리칸 미국인들의 즐거움’을 다시 가져오자는 경쾌한 반란의 기운도 좋다. 물론 그래봤자 백인 감독의 제스추어일수도 있겠지만, 90분에 딱 떨어지는 이 작품의 길이와 맞는 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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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2.14 21:24

가령 한국이라고 치자. 현대카드 마케팅식의 아이템을 기획한 사람이 전도유망하고 의욕적인 20대의 스타트업 CEO고, 이 사람이 카드 사업과 연계한 신 서비스 런칭을 위해 쇼미더머니 멘토로 출연한 얼간이 중 한 명을 끌여들여 서해 무인도 중 하나에 3,000명이 수용 가능한 아시아 최고의 음악 페스티벌을 하겠다고 발표를 한다고 치자. 일단 예매를 받을 것이고 얼리버드들에겐 더 큰 혜택을 줄 것이고 당연히 더 많은 비용을 지급한 이들에겐 확장된 액티비티와 즐거운 유희, 무엇보다 안정적인 숙소롤 제공할 약속을 하지 않겠는가. EDM, 힙합 등 온갖 장르의 것들이 소환되고 특별한 뮤지션들이 초청되어 이 페스티벌의 흥을 배가시킬 것이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수많은 파워 블로거(는 이제 퇴물들이죠), 인스타그래머 등의 SNS의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들의 채널이 붙을 것이고,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들이 붙어 스타 마케팅이 확확 붙을거다. 무엇보다 당장의 이윤창출, 그래 이윤창출은 아니더라도 그놈의 신 서비스 런칭을 위한 후속 기대효과를 위해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해야지 않겠는가.

그런데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투자비용은 들어오는대로 돈은 쏙쏙 빠져나가고, 지자체/민간/이익단체 등 온갖 것들이 붙어 지갑을 열고 돈을 달라고 하는데 줄 돈은 없고 수많은 수량의 기자재들은 배치될 기미가 안 보이고 얼리버드들을 위해 약속한 제반 환경이 갖춰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들 모두가 기한이 다가오는데도 기본적인 약속도 못 지킬 품질로 그마저도 미완 상태다. 이러면 관객들에게 멱살 잡히고 맞아죽지 않을까? 현실이 다가온다. 수십, 수백만원 티케팅을 걸고 항공기 편으로 공항에 도착해 방문객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바다와 음악, 인스타그램 인싸질을 즐기러 오는데 어쩌려고 저러는걸까. 그런게 정말 현실로 다가온다. 꿈을 이야기한 사업가와 힙합퍼, 기타 달라붙은 홍보 인력들에게 불행이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가장 불행한 것은 이들 뿐일까?

파이어 페스티벌은 이렇게 시작하고 진행되었다. 페스티벌 입장 바로 전날 밤부터 폭우가 쏟아지고, 예약 사이트에서 약속한 평온한 숙소 대신 마련된 텐트 안의 침구류들이 물에 푹 젖고 식사는 빵 조각 안에 들어간 살라미 조각과 치즈 한 장, 그리고 아비규환과 비난... 이어지는 것은 대참사다. 주최자들은 사라지고 헌신한 현지 노동자들에겐 임금 미지급, 회사내 주요 임직원들의 카드로 결제된 수많이 쌓인 빚, 제일 중요한 것은 관련 연루자들의 몽상 같은 안이함이다. 바하마 제도의 코첼라를 꿈꾸고, 악몽 같은 조건 안에서 탄생한 우드스탁 전설의 재림을 꿈꾸던 얼간이 책임자들의 뒤에 남은 변명과 연대 책임 회피는 압권이다. 물론 최악은 이 페스티벌을 처음 기획한 빌 맥팔랜드라는 인물 그 자체. 보석으로 잠시 자유가 되었던 그는 감옥에 가길 두려워했고, 후속 사기(랄까 그냥 불치에 가까운 관종의 연장선일지도)에 연루된 듯하고 최종적으로 현재 6년형을 얻은 ‘벤처 몰락’의 의인화 자체 같은 행보를 보여준다. 너무너무 흔한 표현이지만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아니 그냥 백인쓰레기 참극이라고 해두자.

+ 넷플릭스에서 시청 / 또 한 명의 남자 자 룰은 혐의를 피한 모양이다.

posted by 렉스 trex 2019.02.14 10:28

웹진에서 매해 연말결산을 합니다. 

우리가 선정한 싱글 1위부터 10위권 발표 이후 순위 외 장르별 추천 싱글들의 목록을 지난 포크/팝 장르 부문 이후 이어 공개합니다. 연결 링크 (1) (2)​], 제가 추천의 변을 적은 곡은 다음과 같아요.


==

샤이니 「데리러 가:Good Evening」: 지나치게 특정한 곳에 집중하는 한가지 감정과 한정된 상황에 결부된 감정으로 이 곡을 감상하기엔 곡 자체가 가진 청명함과 온기가 스며든 적당한 환상성 등의 매력을 뿌리치기 힘들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그룹이고, 경중은 있겠으나 여전히 좋은 곡이다.


에이핑크 「1도 없어」: 시장 안에서 수년간 익숙한 인상과 관성으로 듣고 넘기는 곡을 내온 걸그룹을 이젠 그만 들어도 되겠다고 다짐한 순간, 어떤 반전처럼 다가온 곡. 편하게 들리지 않아 신경쓰이는 훅과 이런 낯선 인상을 정리하는 정은지의 언제 들어도 낡은 시대를 대변하는 목소리의 후렴구. 그 충돌이 제법 인상깊게 다가왔다.


posted by 렉스 trex 2019.02.13 22:15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취향의 계승이라는 점에서 [레고 무비] 1편은 두근거리는 작품이기도 했지만, 부계 전승이라는 점에서 좀 찝찝한 구석도 있던 작품이었다. 이제 이것은 남매애와 가족 사이의 유대라는 것으로 확장된다. 다만 ‘남자 아이들의 취미’를 방해하는 ‘여자아이의 존재’라는 위험한 발상이 들어있는 듯해 우려가 된 대목도 있긴 했다. 물론 작품 전체의 흐름이 이런 우려를 종식 시켜주긴 하였다. 레고가 모든 구성원의 유희라는 점을 엔드 크레딧에서 더욱 강조하고 있고, 여전히 즐거운 작품이기도 하다. 다만 기상천외한 액션의 자유로운 발상과 웃음의 빈도는 전작 보다 도드라지게 감소하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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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2.13 21:26

한국대중음악상2019 홈페이지 오픈했습니다. 후보 당사자와 성취물의 면면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



최우수 모던록 부문 후보 음반(아도이)에 대해서도 적었는데 지난번 쓰레드에서 누락했습니다. 자기가 쓴 글이 흘러간 길도 까먹는가 이 사람은...;;


​ADOY [LOVE] : ADOY의 음악은 장르의 선을 명확히 그으려는 이들에겐 다소의 곤혹스러움을, 듣기를 즐기는 이들에겐 육체적 즐거움과 정서적 편의를 선사하는 음악이다. 온건히 대중들을 위한 음악이자 시대 위를 걷는 젊은이들에겐 가장 유효한 배경음악이 될 음악이다. 무엇보다 2018년에 발매한 본작은 ‘사랑’이라는 영원불멸의 테마를 껴입고 이젠 온화함마저 선사한다. 유독 소문난 멤버들 간의 유기성과 이를 입증하는 눈앞의 흡족한 무대가 이를 증명한다. 신스 사운드와 그루브함, 새삼스러운 씨티팝의 기조가 섞이어 근사한 세련됨의 총합을 이번에도 들려준다.

posted by 렉스 trex 2019.02.12 10:42

15화에서 월터에게 참으로 간만에 연민을 느꼈다. 그리고 정신을 다시 차리고 그를 일관되게 응징받아야 할 대상으로 정리했다. 그래도 최종화 16화는 대단했다. 월터는 이 한 회 안에서 컴플렉스, 복수, 실해한 화해,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려던 위험한 영웅심 모두를 실천하고 신화적으로 이 무대에서 퇴장 아니 내빼는데 성공했다. 제시가 비교 면에서 뭔가 좀 처지는 시즌과 같았지만, 그 역시 마지막 화에서 형언하기 힘든 표정과 질주로 마저 챙겼다고 할 수 있겠다. 아 이렇게 브레이킹 배드를 둘러싼 저의 3년간의 여정이 끝났네요.

느슨했던 시즌도 느슨했던 에피소드도 드물었다는 점에서 참 보기드문 드라마였고, 옹골차게 꽉 차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이유를 알았다. 박수를 보냅니다. ​


- 브레이킹 배드 시즌5 (Breaking Bad - The Fifth Season) (2Blu-ray + UltraViolet Digital Copy) - 블루레이
배급 :
출시 : 201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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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2.10 19:52
퇴근길엔 카프카를
국내도서
저자 : 의외의사실
출판 : 민음사 2018.08.31
상세보기

작가 의외의사실을 작품 [마루의 사실]을 통해 그림체와 정서를 익숙하게 예습(?)한 나로선 참 놓치기 힘든 도서였다. 과연 그가 이 그림체로 다룰 세계문학의 표정과 이야기는 어떨까 내심 궁금했다. 사실 이런 궁금함은 이미 공개된 해당 출판사의 블로그 연재 시리즈에서 일부 풀리긴 했다. 하지만 문학을 다루는 시리즈이기에 이렇게 묶인 출판물을 읽는 것은 새삼스런 만족감을 준다.

의외로 서사가 명확하거나 통념상 그림과 스토리로 감상을 말하기 쉬울 작품을 다루지 않고 관념과 역사를 다룬 작품들도 포용하고 있다. 물론 출판사 특성상 민음사 세계문학 라이브러리 안에서 선택을 하였겠지만, 일단은 제목처럼 지하철 안의 출퇴근길과 카페 안에서의 독서 안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관조와 감상이 좋다. 그리고 강한 편견에 미리 반성을 하자면, 만화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쉽고 용이한 독서가 아닌 재독이 필요한 진지한 대목들이 쌓여있다. 다루는 해당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그 작품의 인상적인 대목을 재고하게 하는 세밀함을 요한다. 덕분에 가볍게 한 번 읽고 서재에 꽂아질 목록이 아닌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도 좋은 것이겠지.

posted by 렉스 trex 2019.02.09 23:22

정말 제임스 카메론을 가만히 놔뒀으면 그의 손으로 [총몽]이 영화화가 되었을까? [스파이더맨]의 표류를 생각한다면, 매번 ‘이것을 실현할 때까지 기술의 완성도를 기다리는’ 그의 성향을 상기한다면 [총몽]은 지금보다도 더 지연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그는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CG 캐릭터이길 바랐던 사람이다. 지금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다지 실현 불가는 아니었겠지만, 그게 90년대 중후반 이야기라...) 게다가 [아바타] 시리즈에 푹 빠져있는 그를 생각한다면, 다른 감독이라도 잡은게 천만다행이라는 결과론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위축이 되었는지 이 영화를 심오하게 만드는 것도 재밌게 만드는 것도 실패한 듯하다. 힘을 준 프로젝트였지만 평이한 액션과 간혹 지루함을 주는 관성적으로 보이는 이야기의 흐름이 기이한 희열감으로 가득차 생명 경시와 인류애를 동시에 다룬 원작의 독특함을 따라오질 못하고 있다. 절단과 살육잔치가 난무하고 그 안에서도 사랑과 인간됨을 공존시키는 변덕스러운 분위기에 왠지 [플래닛 테러]의 악동 로드리게즈가 어울리는 듯도 하지만, 결국 [플래닛 테러]는 [플래닛 테러]고 [총몽]의 경지엔 닿지 못한다. [총몽]에 매혹되었던 제임스 카메론이 가졌던 비전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아니메의 전설이 만든 [아톰]의 이상한 역전극 같기도 하고 뒷 세대가 만든 [엘리시움]의 원전 같기도 한 [총몽] 아니, [알리타 : 배틀 엔젤]은 예정된 후속편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높은 역전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엔 힘들다. 알리타와 에드워드 노튼(ㅎㅎㅎ)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영상 안에서 보장해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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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픽 림 : 업라이징]에 등장하는 옵시디언 퓨리와 브레이서 피닉스를 완료했습니다. 반다이제 제품인데 HG급에 나름 맞는 조립 난이도와 수긍할 수 있는 가격대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프레임이 없다뿐이지 외부 디테일은 어떤 의미에선 요새 반다이제들이 보여주는 성취를 보여줍니다.

두 기기 모두 작품 본편에선 주력 기체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후반부 파손되는 겉저리 계열이 아닌 나름의 비중을 보여줍니다. 특히나 옵시디언 퓨리가 보여주는 면모는 전작 [퍼시픽 림] 등장 기체와도 다른 그만의 면모가 있지요. ‘착하지 않고, 인류에 헌신하지 않는’ 그 자리매김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킷도 둘 다 좋았고, 포징도 네 나름 둘 다 잘 잡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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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적의 작품이었지만 여전히 지금의 기준에서도 출중했다고 여겼던 [드래곤 길들이기 2]의 비행의 즐거움과 물의 표현은 여전하다. 아니 더욱 강력해졌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날 감탄하게 만든다. 언제나 더 발전하고 더 놀라운 결과물들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인류의 역사상 결국 마법과 용의 이야기는 황혼처럼 저물고 언젠가는 사라질 구성임은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은 관객들에게 희망을 남겨줘야한다. 왜냐면 그게 암묵적이니까 ㅎㅎ 모두가 동의한 암묵적인 사실이다. 용의 역사는 퇴장을 예정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주인공과 용은 각자의 세상을 위해 이별을 해야하는데, 그들의 인연은 끝나지 않는다. 우정은 영원히...

2019년은 관객들이 재밌는 판단을 할 수 있는 한 해다. 예정된 3부의 귀결을 예고한 [드래곤 길들이기]식 3부작 마무리 VS 가장 이상적인 3부작의 마무리를 보였음에도 굳이 4부를 들고 돌아온 [토이 스토리 4]를 비교할 수 있는 해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 드림웍스와 여전히 자신들의 창의력을 과신하는 픽사의 성향을 새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아무튼 [드래곤 길들이기 3]는 3부작 동안 쌓아온 우정, 아버지, 어머니, 동료들을 유효하게 쌓아올려 각자의 역할들을 잘 풀어낸 작품이다. 합당한 귀결이고, 동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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