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 11. 11. 10:19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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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어두운 물은 검게」

신작 음반의 수록곡 모두가 강, 수중 생물의 부위, 섬이라는 모티브를 제목으로 끌고 와 전체가 물에 대한 이야길 하고 있다. 황인찬의 시 <실존하는 기쁨>의 구절 ‘어두운 물은’과 ‘검게’ 2개를 따와 강박적이고 창백한 앰비언트와 댄서블한 테크노를 배합해 시종일관 운동성을 만드는데 긴박하다. 황인찬이 만든 시 속 구절 ‘어두운 물은 출렁이는 금속 같다‘라는 대목 자체가 아무의 이번 음반을 정의하는 운명 같은 문장이라는 생각조차 들 정도. ★★★


신세하 「1000 (feat. 엄정화)」

신세하의 나긋한 톤에 듀오를 형성하는 엄정화의 목소리는 학창 시절부터 중년에 이른 지금까지 내 일상 배경 바깥에 (무)관심으로 (무)존재하던 그의 목소리를 새삼 재고하게 할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태연히 비눗방울 거품처럼 술술 뿜는 베이스라인, 시티 팝의 천연하고 분위기는 씩씩한 자기 정의를 느끼하지 않게 연출한다. 옛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킥과 단출한 각 파트가 어우러져 잘 들리지만, 단순하게만 들리지 않는 후반부의 여운은 왜 지금 시간을 ‘찢으시는’ 신세하의 존재와 역량을 실감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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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0. 21. 10:29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zine&s=1&cidx=16&gp=1&ob=idx&gbn=viewok&ix=6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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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I Go」 

그룹이 평온한 안정적인 인지도를 얻기 전까진 “케이는 햄버거 치즈 두 장”으로 팬 시청자에게 고통을 안겨주더니, 이젠 아이돌 예능의 필수 요소 중 하나인 ‘케미’로 한결 고통을 덜어주는 요즘의 모습이다. 항시 그룹 내에서 핵심이 되는 선율 대목에서 고유의 맑은 톤을 특장점으로 전담하다시피 했는데 정작 홀로서기에선 뭘 할까 싶어 궁금하기도 했고, 시점상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세상 부숴 버려의 시대가 마침내 도래했는데 아무튼 곡은 완만하다. 피아노 도입부에 이어 공식처럼 대기 중인 오케이스트레이션은 고조를 위해 자연히 움직인다. 여기엔 송메이커 탁의 장기 중 하나인 EDM 제조의 면모가 비교적 흐리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도 있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유사한 솔로 활동 선례인 태연의 경우와 달리 아직까진 ‘이런저런 것도 태연하게 해내는구나.’ 싶은 대목을 보여주기엔 기다림과 주목이 필요한 모양.혼자만의 목소리로 4분 28초를 채우는 곡과 뮤직비디오가 당장의 미소를 숨기지는 못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


남메아리밴드 「늦은 감은 있지만」

‘늦은 감은 있지만’이라는 밴드명으로 음악인 남메아리는 슬릭과 함께 활동한 바 있다. 밴드명과 공연 등으로 짐작이 가겠지만 시대적 흐름에 다른 연대의 필요성과 타이밍 보다 더 중요했던 절실함의 공명을 대변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이젠 새로운 밴드의 새 음반 첫 곡의 자리를 대신하는 제목이 된 셈인데, 곡 자체의 흐름이 경쾌한 변덕과 유연함이 유려하게 공존하고 있다. 그 예전 김현철이 등장하던 시절의 편곡풍 기억을 상기시키는 초반이 지나가면, 피아노와 신스를 종횡 오가는 남메아리의 주도가 곡 전반을 퓨전 재즈의 무드로 불어넣는 듯하다 훵키한 리듬 포지션에 적절한 시간을 할당하게 한다. 장르 탐색가의 입지를 발휘한 앞으로의 기분 좋은 전망을 선사하는 음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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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0. 7. 11:02

웹진에서 글을 씁니다 / 별점은 이상한 제도죠 (링크 :  http://musicy.kr/?c=review&s=1&gp=1&ob=idx&gbn=viewok&ix=6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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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 「신이여」 

음반의 도입부에서부터 고딕적인 표현과 세계관을 형성하던 초현의 목소리와 작곡은 이 곡에선 바로크 공간에 유폐된 불온한 마녀의 운명을 묘사하는 듯했다. 그러다 근거 없는 공포의 대상에의 의혹을 저버린 인간의 의지를 닮은 곡의 힘은 오케스트레이션한 방향의 편곡을 만나 극적으로 확장한다. 운명에의 초극과 신에게 되묻는 의지의 힘, 사적 서사와 가사의 일상성이 아무래도 힘을 얻을 수밖에 없는 근간의 움직임과 대비되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희소성이라기보다는 예전엔 이런 게 있었는데, 새삼 싱어송라이터인 그로 인해 이런게 있었지하며 발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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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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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소울 「What If I Fall In Love With A.I.」

공중도둑과  『무너지기』 (2018) 속에서 무너지는 모든 심상을 그려내며, 「무소식」 안에서 한 쪽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당시의 썸머소울은 마치 불안한 유년기의 파르르함이 있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도한 곡에서 트립합과 신스팝의 양가적 공기를 교류시키는 연출을 발휘하며 다른 일면을 들려준다. 사랑을 택한 주체의 사랑, 그 사랑의 대상이 된 타자 역시도 주체로 등극시키며 굳은 관념의 와해를 유도하는 주제의식 탓일지도 모른다. 테마를 상기시키는 전자음의 배열에도 싱어 자신의 음색이 지닌 주도도 퇴색하지 않는다. ‘피처링 넘버들에서 자주 접했던‘ 수식과 벽을 가르는 본격적인 일면의 시작. 아 당연히 테마를 공유하는 다음 트랙 「A.I. (Artificial Impression)」의 감상과 뮤직비디오 시청도 잊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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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8. 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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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 「Malling With You」

하얗고 기다린 여유 충만한 통로, 공효진과 공유가 반복적인 몸짓을 gif 파일처럼 반복하며 물신의 온화한 미소를 따라 하고 손홍민이 기세 있는 표정으로 스포츠 브랜드를 판다. 간혹 그 근사한 평화와 조성을 간혹 울림으로 파괴하는 핵가족 유아의 울음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이것조차도 그 풍경의 익숙한 요소다. 상승시키고 화려하게 하강시키는 동선 안엔 탈주가 쉽게 용납되지 않는데, 이 유저 인터페이스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안내판과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지만 몰링은 유혹 쪽이 더욱 강력하다. 인천에서 득세하여 마포구로 위치를 옮겼다가 백화점 푸드 코너에 각 지점을 확산시킨 후, 표가 나게 맛이 떨어진 분식 상표는 어쨌거나 지금도 팔리고 우리에게 도시의 잘난 척을 떠먹인다. 하얗고 기다린 통로는 나와 우리의 방황을 응원하고 헤매다 지칠 때쯤 퇴장시키고, 바깥의 무자비한 폭염으로 탈락자에게 응징의 답을 준다. 이 교란과 방황을 상장하는 듯한 전자음들은 진폭과 변덕 심한 진행 안에서 주파수의 틈새로 사람의 목소리를 섞는다. 이건 당연히 조화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화를 표방하며 휘저어대는 인간성의 도전을 상징하는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만드는 유저 인터페이스, 즉 몰링의 동선을 닮은 혼미함과 닮았는데 막상 딱 그런 것도 아니다. 그 동선의 아수라 안에서 각기 제소리를 내며 지진계의 원통 종이 위에 선을 그어내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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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7. 1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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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스 「More Than Ever」 

‘그 어느 때보다도’를 절박하게 말라붙은 성대에도 부족한 습도를 모아 끓이며 부르는 목소리와 이와 연대하는 브라더후드 싱얼롱, 짧은 러닝 타임을 최대한 효용 있게 활용하는 양보 없는 구성. 완강한 구관명관 장르 원칙에서 여전히 빛바라지 않은 태도, 관용을 발휘해 변화할 의욕을 일체 내비칠 생각이 없는 철벽 세상을 향해 오늘도 드세게 부딪힌다. 이 멍투성이 음악이 청자를 뭉클하게 만드는 순간, 또 하나의 반복. ★★★


윤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윤하에게 있어 ‘비’라는 소재와 그 순간의 감정은 중요한 문제다. 이 싱어의 이력에 중요한 순간이었던 정규 2집과 4집엔 각각 비와 관련한 단어를 표제로 붙인 곡들이 있었다. 「빗소리」(2008), 「소나기」(2012)가 그랬고, 음반 감상에 스며드는 몇몇 정서엔 헤어짐이라는 감정선의 설득하는 선율과 목소리들이 스며있었다. 나즈막하게 내려앉는 피아노에 질새라 차분함을 지향하는 도입부 싱어의 목소리... 이런 노선의 여전함을 새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전작 『RescuE』(2017)에서 시도한 몇몇 시도를 뒤로 되돌리게 하는 듯도 하다. 그래서 이번 신곡이라는 단어 안에 담길 ‘새로움’ 자체가 결여된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느끼게 한다. 익숙함이 아닌 새롭게 끄집어 들어야 할 이유 자체를 되묻게하는 갸우뚱함이 있고, 이별을 영구불변하게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해야 하는 발라드 장르의 완고함에 질식을 느끼게 한다. 같은 음반에 실린 이 싱어의 자작곡인 「Rainy Night」에 창작자의 의욕과 생기가 느껴지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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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5. 2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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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얼랏 「711」

밴드 코어매거진의 김민규의 키보드가 세션으로 가세한 덕에 곡의 톤이 전반적으로 청명해졌다. 덕분에 음악과 무대에 대한 씩씩함이 서렸던 본 곡 보다 청년기의 풋풋함이 배어 있다. 베이스를 비롯한 연주의 맛은 잘 살아있고, 조규현이 애초부터 이 곡에서 의도했던 마이클 잭슨풍 보컬에 대한 오마주도 여전하다. 자신들의 성취를 재해석해 보는 시도보다 팬 서비스의 의도와 곡이 들려주려 한 애초의 본질을 강조하는 데 중점을 둔 작업. ★★★


지윤해 「하나」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G(a.k.a 카림 사르르) 보다 예상대로 (ex) 파라솔의 지윤해에 가깝다. 그가 인터뷰에서 들려주는 발성의 톤과 별반 차이가 없는, 의욕이 안 전해지는 보컬은 여전하다. 그런데 다들 알고 있다. 이런 그의 목소리이기에 볕이 갈수록 따스해지는 식곤증의 봄과 등짝에 살짝 윤기있는 땀방울을 맺히는 초여름의 나른함을 닮은 그의 음악엔 이 목소리가 최적임을. 이런 계절의 감각과 우리가 심란함이라고 일컫는 감정의 영역이 참으로 몽롱하게 잘 살아있다. 그가 손을 댄 연주는 이 지글대는 길바닥 위 착시를 닮은 지윤해식 사이키델릭에 충실하고, 듣는 사람을 식탁 위에 둔 ‘어젯밤 마셨던 물병’ 신세로 만드는 무기력함조차 건강하고(!) 생생하다. 심지어 곡 말미의 선율은 아름다운 밤하늘을 닮아버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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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5. 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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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석 「야그르두타」

거문고와 일렉트릭 드럼 세트에서 추출한 질료들은 마치 화장터로부터 만들어진 뼛가루 같다. 그건 세간의 사람들이 상상하듯 뽀얀 하얀 색을 보이지도 않고, 고르고 고른 용각산의 질감을 연상케 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랗고 불그스름한 것들이 제각각 다른 디테일로 수북하게, 그러나 작은 함에 담길 뿐이다. 하지만 양태석의 음악은 죽음을 닮지 않았다. 오히려 리듬을 연구해 온 사람의 작품답게 약동하는 기운을 꾸준하게, 생명의 이력을 박자 안에 담아낸다. 원천이 된 악기들의 사연을 연상케 하는 한국적인 정체불명의 그 무엇을 굳이 재현하기보다 오히려 전자음악을 닮았는데, 하나의 길을 천착해 온 이 탐구자의 성취는 진지한 감상 대상으로서의 탐구욕과 배경음악으로서의 상상력 모두를 충족시킨다. ★★★☆



정태춘 「사람들 2019'」

따스한 코러스가 이 누추하고 붕괴하는 세계 안에서도 사연 있는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보듬는다. Loan으로 대변되는 묵직하게 누르는 빚의 삶과 탕감을 상징하는 Lotto에의 헛된 손짓이 교차하는 서울 생활이 노년 철학자의 가사와 여전한 목소리 안에 실감 나게 실린다. 정태춘이라는 이름은 적지 않은 이들에게 언제나 뒤늦은 고백이든 새삼스러운 부채감의 실토를 낳게 하는 상징이다. 정태춘의 곡을 말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싱글이나 음반을 말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작성자의 정치와 삶에 대한 고백을 낳게 하는 일종의 트리거이기도 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나로선 수북한 넋두리를 애써 누르며 한 음악인의 건재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짧게 표낼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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