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02.10 19:52
퇴근길엔 카프카를
국내도서
저자 : 의외의사실
출판 : 민음사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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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의외의사실을 작품 [마루의 사실]을 통해 그림체와 정서를 익숙하게 예습(?)한 나로선 참 놓치기 힘든 도서였다. 과연 그가 이 그림체로 다룰 세계문학의 표정과 이야기는 어떨까 내심 궁금했다. 사실 이런 궁금함은 이미 공개된 해당 출판사의 블로그 연재 시리즈에서 일부 풀리긴 했다. 하지만 문학을 다루는 시리즈이기에 이렇게 묶인 출판물을 읽는 것은 새삼스런 만족감을 준다.

의외로 서사가 명확하거나 통념상 그림과 스토리로 감상을 말하기 쉬울 작품을 다루지 않고 관념과 역사를 다룬 작품들도 포용하고 있다. 물론 출판사 특성상 민음사 세계문학 라이브러리 안에서 선택을 하였겠지만, 일단은 제목처럼 지하철 안의 출퇴근길과 카페 안에서의 독서 안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관조와 감상이 좋다. 그리고 강한 편견에 미리 반성을 하자면, 만화라는 형식에도 불구하고 쉽고 용이한 독서가 아닌 재독이 필요한 진지한 대목들이 쌓여있다. 다루는 해당 작품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거니와 그 작품의 인상적인 대목을 재고하게 하는 세밀함을 요한다. 덕분에 가볍게 한 번 읽고 서재에 꽂아질 목록이 아닌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도 좋은 것이겠지.

posted by 렉스 trex 2019.01.31 17:59

적지 않은 독자들은 [먹는존재](특히 1부)를 소위 ‘사이다 대사 항연’으로 기억하거나 구매에서의 동기로 삼은 듯했다. [먹는존재] 외전의 2부와는 다소 다른 리듬감과 놓아버린(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연한 흐름을 상기한다면 이런 갸우뚱은 배가 된다. 소위 사이다 서사로만 규정하기엔 작가의 장점을 딱 이렇다 규정하기엔 찜찜하단 말입니다. [족하]에서 확연해진 관찰의 결과로 만들어진 서사와 통찰의 대목들은 ‘캬 시원한 탄산’으로 말하기엔 ‘아니에요. 이건 공력입니다’라고 말하고픈 장면들의 연속이다. 직접 낳은 아이가 아닌 고모라는 위계상의 한계와 비혼주의자라는 입장에서의 흐릿한 외부자로서의 자기규정, 이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는 주인공이 ‘아이 하나 제대로 키워내기 힘든 세상’을 바라보는 위태로운 개입과 거리두기의 아슬아슬함이 솔직하고 절묘한거다. 도덕적이고 교과서적인 모범의 전형이 아닌 윤리적으로 고민이 되는 순간마다 골머리 썩을 수 밖에 없는, 딱 그 지점의 캐릭터니 말이 되는 셈이다. ‘밥 잘 안 먹는 얘는 어떡하냐’는 질문부터 인류적 과제(과장이 아니다)까지 숨 턱 막히는 대목마다 하나의 타임라인 안에서 각기 다른 세대는 이렇게 서로 나이를 먹고, 가족이라는 이상한 관계 안에서 공존하고 만다. 그러다 또 하나의 개체를 또 낳고... 그만 좀 낳아!

+ 권말 인터뷰에서 남은 단서도 잘 찾으시길.

족하
국내도서
저자 : 들개이빨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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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1.31 17:36

한참 때 강동 쪽에서 데이트를 자주 했다. 아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올림픽공원의 측면으로 돌다 송파구로 빠지는 길 중 하나엔 바로 여성축구 구장 및 연습장 하나가 있었다. 소속된 팀(들)은 있는지 상시 원활히 잘 운영하고 있는 곳인지는 모르나 단정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정작 거기서 벌어지는 시합이든 뭔가를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간혹 매체를 통해 접하는 여성축구라는 존재에 대해 가시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 하나, 그 상징성(?)이라도 느낄 수 있다는 장정만은 확실했다.

실제로 그 자신이 프로축구의 열렬한 팬이었던 저자는 ‘정작 내겐 필드에 뛰는 축구라는 경험은 없지 않은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해 축구팀에 덜컥 가입해 버린다. 이것은 호기심과 탐사를 위한 경험치 배양용이 아니다. 실제 즐거움을 얻은 자가 흘리는 그 기록의 조각들의 총합 중 일부다. 관련한 매체에서 연재 형식으로 실린 글들이 한데 모여 유효한 시절 - 언제나 유효한 시절이며, 언제나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꾸준하게 불만을 토로하는 이 시국 - 에 발간되었다. 왜 하필 축구냐라고 묻고, 무대 위에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뛰는 여성들을 보며 농을 걸고 약 올리고 비웃는 이들이 여전히 이 즐거움을 훼손하고 있음에도 축구는 너무나도 작가에게 재밌었기에.

작가의 문장은 십자인대가 손상이 되어도 재활을 마치고 다시 필드에 서게 만드는 이 즐거움의 정체와 원천을 살리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다시는 눈도 안 마주칠만치 으르렁대며 싸운 사이도 다시 한 팀의 구성원으로 땀흘리게 만드는 불가해한 매력, 결국 그 매력으로 인해 1 어시스트, 1 득점(자책골...)의 성취를 거둔 소년(이런)만화 풍 서사의 주인공이 된 줄기도 알게 될 것이다. 2018년에 발간된 가장 즐겁고 전염성이 좋은 도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국내도서
저자 : 김혼비
출판 : 민음사 20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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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1.09 14:48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니 뜻하지 않게 이 짧은 글 [원문]을 좀 더 보강해 잡지에 실었음 한다는 요청이 있어 응했습니다.

잡지 [Chaeg] 1.2월호에 하단의 내용과 같이 황정은의 작품 [아무도 아닌]에 대한 글이 실렸습니다. 다른 독자분 3분과 함께 실렸는데, 세월호 이야길 한 제 입장에선 좀 너무 니같이/나같이 잡았다 싶기도 하구요. 아무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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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음악 글쓰는 사람)

청해진해운 세월호 침몰 사건, 2014년 4월 16일. 이날은 적지 않은 이들은 알고 있겠지만 예술가들에게 망연자실한 침묵과 더불어 여러 발언의 통로가 막히는 협심증 등의 증후를 주었다. 어디 예술가들뿐이겠는가. 이는 여러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발언해야 할 책무감을 씌우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음악인들은 음악을 만들고… 문장가들은? 고통스러워도 글을 뱉어야 한다. 이런 고통의 시간은 황정은 작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도 아닌]은 물론 세월호에 대한 단편집은 아니다. 그럼에도 세월호 이후의 모든 예술작품이 그러하듯 나는 그런 징후를 발견하고자 하는 충동을 이 책을 보며 삼키기 힘들었다. 황정은 작가는 세월호 이전에도 탐미적이고 환상적인 서술 속에서도 불구하고 황량한 세상의 비통함을 잘 깨우치게 한 사람이었고, 황무지 같은 세상 위에서도 한 떨기 꽃잎이 필 줄 아는 생의 의지가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이중의 면모를 모두 갖춘 문장가였기 때문이다. 

[아무도 아닌]의 8개의 단편 중 사실 세월호 이후의 시점에 저술한 작품은 후반부의 세 작품이다. 그런데도 작품 하나하나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세상의 이해관계 속에서 진통과 상실을 겪는 여러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청소년이 실종하고, 남겨진 사람은 실종의 사연을 짚을 수밖에 없으며 이런 이들 근접하여 목격한 이는 침묵할 수밖에 없고(<양의 미래>), 홀로 거주하는 공간에 누군가는 틈입하고 구체적인 위협을 가하고(<누가>), 누군가는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복경>) 직접적인 죽음에 대한 언급과 파국이 기다리고(<누구도 가본 적 없는>), 죄책감이 박힌 일상(<상류엔 맹금류>) 속에서 자본주의적인 단어를 쓰게 되는 마른 현실은 단단할 뿐이다. (<上行>)

하나의 이름으로 호명되고, 아름다운 꽃잎처럼 싹 트는 생명의 순리에도 세상의 논리는 거대한 굴착기의 삽처럼 이들을 ‘아무도 아닌’ 존재처럼 무섭도록 캐낸다. 황정은의 영토는 이토록 잔혹하고 특별한 곳이다. 


posted by 렉스 trex 2019.01.07 21:59
펀 홈
국내도서
저자 : 앨리슨 벡델 / 이현역
출판 : 움직씨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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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의 대목들을 노동에 능숙한 부친의 육체에 투사되며 묘사한다.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 등을 경유해 [율리시스]로 마무리되는 독서광 또는 인문학적 여정을 걷는다. 무슨 이야기일까. 이것은 짧은 가족사 이야기다. 어느 순간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깨달은 화자가 평생 일상과 성정체성의 현실과 불화로 시름하던 게이 부친의 자살을 계기로 생의 단락을 차근히 정리한다. 새삼 생을 되짚은 가장 유효한 매체가 일기라는 교훈을 얻는다. 저자의 인생 대목마다 솔직함 및 상세함과 위장, 훼손의 정도 차이가 확연한 그의 일기장은 부모와 겹치면서 갈라진 삶의 여정 속 디테일을 풍부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주석과 해설을 추가한 출판사의 편집이 수훈을 발휘한다. 일기하는 개인 매체의 특성상 일그러진 글씨체, 휘갈겨지며 합쳐진 각 음절들을 인쇄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떻게 잘 전달될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졌을 당시 생리혈에 대해 고민하던 예미한 시기부터 지적 사고의 친구이자 성청체성에 대한 진실과 일상을 미스테리처럼 관망할 수 밖에 없었던 수수께끼의 용의자 부친이란 존재. 이 복잡한 감정에 대해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탁월한 연출과 그림체로 유효하게 전달한다. + 2번째 권에 속하는 이야기도 국내 발간 준비중이라고 한다.

posted by 렉스 trex 2019.01.07 11:41

당연히 제목은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Nation일수도 있고, 자신을 지칭한 것일수도 있다. 아무튼 자신에게 익숙한 지형이 아닌 타지며, 여행은 그 타지를 향한 정체모를 설렘을 안고 가는 행위이다.

작가의 전작 중 하나인 [홋카이도 보통 열차]엔 그 설렘이 명료하게 드러나 있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어느정도 이상의 분량과 또렷한 웃음에 대한 욕심이 서려 있었다. 본작엔 확연히 짧아진 분량과 또렷한 웃음 대신에 여전한 작가의 관찰과 혼잣말들, 그럼에도 여전히 부지런하게 누비는 여정들이 있다. 작가의 말대로 우울의 소산일수도 있겠고, 독자의 예상대로 이 여행엔 빛나는 답변이나 명징한 깨달음의 순간이 확 다가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모색하고 맛있는 것들 맛없는 것들을 먹으며 만나는 사람들간의 차별(인종, 성별)이 주는 편린, 그래도 틈새로 느끼는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들이 비교적 생생하다. 이 작은 깨달음도 실로 여행임을 끄덕이게 한다.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국내도서
저자 : 오지은
출판 : 이봄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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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8.12.28 13:01
무슨 만화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국내도서
저자 : OOO(정세원)
출판 : 유어마인드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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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괜찮아
국내도서
저자 : 실키
출판 : 현암사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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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자의 그림체는 확연히 다르다. [무슨 만화]는 소위 도트라고 불리는 뚜렷한 픽셀이 부각된 네 컷 구성의 원색채 만화이고, [나안괜찮아]는 때론 판화를 연상케하는 꺼슬꺼슬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그림체를 담고 있다. 후자의 작가가 현재 해외 체류 중이지만, 이것이 우리가 흔히들 그래픽 노블 풍이라고 불리는 성향을 추수 한다는 근거를 말해주진 않는다. 작가의 말대로 그림과 다른 분야의 공부를 한다고 전해지고 있고.. 아무튼 확연히 눈에 띄는 연출력과 무엇보다, 우리의 생활 안팎을 채우는 SNS를 위시한 세계 안의 높은 공감의 영역을 묘사하고 았다.

[무슨 만화] 쪽은 일종의 거대한 농담 같으면서도 통렬한 희비극의 장면들을 네 컷의 연출로 그려내고 있다. 반면 [나안괜찮아]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되려 움츠릴 수 밖에 없는 통분할 관계의 대목들을 조목조목 캐치해 쓰라리게 전시한다. 기 안 죽고 버텨보려 해도 제법 맵싸하게 복부를 후려대는 타인의 말주먹들, 전자는 내가 울고 만다 눈시울을 붉히며 입가를 미소 모양 U 자로 올려보고, 후자는 반박하고 생각의 말풍선을 띄우지만 안 먹히는 것 또한 경험치로 학습한다. 이 슬픈 만화들. 그래도 그릴 능력과 토로할 지면이 있어 부러워해야 하나.

posted by 렉스 trex 2018.12.10 23:06
재인, 재욱, 재훈
국내도서
저자 : 정세랑
출판 : 은행나무 201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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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재욱, 재훈은 3 남매다. 이들에게 일어난 우연한 (적당한 수준의)초능력의 발현은 이들의 인생, 아니 일상에 조금씩 영향을 준다.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도처에 여기저기 흩어진 이들 남매들은 자신이 가진 힘을 통해 조금씩의 공헌을 하게 된다. 사람을 구한다는 것은 참으로 숭고한 것인데, 우리에겐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진 않지만 설사 오더라도 이 기회에 대한 선택을 숙고할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이들이 기꺼이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과 연관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판단의 계기는 바로 힘에 기인한다.

그럼 힘에 대한 예찬일까? 그것보단 선의에 대한 긍정에 가까울 것이다. 수많은 타인들이 주목하거나 설사 선의의 결과가 일으킬 파장이 대규모가 아니더라도, 기꺼이 힘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은 소박한 선의라는 베이스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 선의가 타인에게 끼칠 선영향 뿐 아니라 그 자신을 조금씩 움직이고 변화케 하는 과정. 이 짧은 소설 안에 담겨있다.

특히나 여성의 일상과 그 일상에 근간을 이루는 사회적 환경의 변화, 그 필요성을 말하는데 작가 개인이 현재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지금의 시선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렉스 trex 2018.11.30 22:38

도서의 개요와 목차가 바로 겉표지에 바로 명시된 다소 파격적인 편집부터 눈길을 끈다. 얼마부턴가 우리에게 익숙한 독립출판 형식의 도서들, 그중 일부는 솔직히 공허한 속내용과 방만한 편집으로 보기도 민망했지만, 로컬숍 연구 잡지 브로드컬리 편집부 시리즈는 참 출중했다. 그 중 첫번째 작업인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을 볼 수 있게 되어 좋은 행운이었다.

3년 이하 기간 동안 운영중(-ing)인 지역 빵집, 소규모 책방,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지역민 등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묶어 일관된 테마 안에서의 다양한 목소리를 채집해 온 이 시리즈는 SNS 안에서 우리가 낭만적으로 인식하던 여러 삶의 풍광들을 현실의 지표로 되짚어보며 직설적인 언어들을 들려준다. 빵집 편에서 계산대 앞에서 침을 뱉은 이른바 손님이라고 불리는 시민들의 존재는 참혹한 씁쓸함을 전해준다.

부동산, 협소한 방식으로 길들여진 입맛의 문제는 지역 자영업자들을 크고 작게 위축시키고 ‘한번도 힘든 적이 없고 너무 재밌었다’는 빵만들기 기술자들의 평균 수명을 낮추게 하는 요인이다. 프랜차이즈가 가진 가격 경쟁력에 대항하여 기술 평균치를 상승시켜야 하는 안팎의 요구, 입맛의 기준도가 높아진 미식 계층의 고급 재료와 유기농에 대한 인식(및 편견)에 대항해야 하는 현실적 고집의 문제 등은 꽤나 흥미진진하다. 물론 단순히 이것은 그들에게 흥미 본위의 테마가 아닌 하루하루를 채우는 현실적 과제겠지만.

편집 방향과 비용의 문제에 결부되어 컬러 사진이 아닌 것도 아쉽고, 거주자로서 은평구에 대한 안배가 부족해 아쉬웠지만(ㅎㅎ) 이 비슷비슷한 목소리들 안에서 각각의 고집과 고민을 안고 있는 생활인들의 존재와 에너지가 실감나게 와닿았다. 좋은 취재다.​




posted by 렉스 trex 2018.11.16 16:56

[미쓰 홍당무]에 대한 갸우뚱을 가졌다가 [비밀을 없다]에서 참 통쾌했다. 고인이 된 배우지만, 그 배우가 맡은 역할이 후반부 당한 일을 생각하면 통쾌했다. 최대한 안 슬프게 느끼려했고 통쾌함을 씹고자 했던 기억이 난다. 아시다시피 책의 제목이 된 [잘돼가? 무엇이든]은 저자의 이름을 세상에 처음 알린(좀 늦게 알린) 단편작의 제목이기도 하다.

아무튼 세 작품 저자/감독 공인 흥행시장에서의 실패작이다. 실패의 푸념과 토로가 문장을 만들었고, 세상 아니 최소한 편집자 한 명 이상의 취향에 맞았고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를 본 이들보다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잘 읽히고 그래...라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듯하다.

웃음과 유머에서 리듬이 얼마나 중한지 단순히 대화가 아닌 글쓰기에서도 중요함을 알고 있다. 그게 본능적인 또는 천부의 재능에 있는 것인지, 박찬욱 같은 심술궂고 탁월한 창작자와 함께 일한 결과의 소산인지는 나는 모른다. 어쨌거나 이경미 작가/감독은 그걸 가지고 있다. 모두 부러워하자.

+ 아랫층 흡연남은 정말 발코니에 초대해서 집어 던지고 싶더라...

잘돼가? 무엇이든
국내도서
저자 : 이경미
출판 : 아르테(arte)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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