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10.28 15:26
피, 땀, 픽셀
국내도서
저자 : 제이슨 슈라이어(Jason Schreier) / 권혜정역
출판 : 한빛미디어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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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투자비 마련 이전까지는 자비를 털어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해가는 인디 게임 시장, 수북한 투자비와 예산 안에서 한정된 기간 안에 몸과 정신을 담보로 하는 크런치 모드의 대작 게임사 등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힘들고 고되다. 그리고 GOTY라는 꿈은 실현되기도 하고, 속편과 DLC를 제작을 위한 시간과 여유가 다소 허락된다. 그러면 성공이다. 문제는 이 성공은 바늘구멍이다. 수익이라도 획득하면 다행이다. 만들다 뒤집어지고, 나와 조직의 성취를 알아주기나 할지 보장할 수도 없다. 호황과 소비의 시대의 그늘 아래서 심혈이라는 이름으로 피와 땀이 줄줄 떨어진다. 몇 가지의 경우는 이렇게라도 기록에 남아 도서가 된다. 

[언차티드 4], [더 위처 3] 같은 대작의 성공 사례, [스타듀 밸리] 같은 인디 성공 미담도 있지만 [디아블로 3] 같이 도서 안에서 성공의 예시로 나왔지만 유저 입장에선 갸우뚱한 챕터도 분명 존재한다. 제일 깊이 남은 이야기는 [스타워즈 1313] 챕터 부분이었다. 루카스아츠와 루카스필름의 표류, 디즈니 인수를 통한 프로젝트 전복의 역사의 뒤안길을 그리고 있다. 비즈니스 안에서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껴안고도 꼰대와 사업의 생리는 가차 없다. 개인을 한껏 좌절시키는 야생성이 지금도 시장 안에서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우린 그걸 구경하는 입장이라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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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10.14 20:54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이뤄진 제도적 정혼만이 세금과 금융에서 유리하고, 이웃과의 분쟁에서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오래된 고정관념과 실제 상식으로 굳어진 이 바닥. 부모 세대의 근심과 주변의 타박은 보다 넓은 의미로의 삶의 확장과 앞날의 색다른 전망을 막는다. 그래도 말과 취향이 맞고, 생활 패턴의 현격한 차이를 보인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거주지를 선택하고 일상을 자신들의 색채로 물들인다. 씩씩한 이야기고 전통적 연대와 애정의 이야기이자 수정주의적 가족 구성의 단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재밌고 잘 읽힌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재능이 새삼 부러워지는 책이다. 이 책에 거론되는 김혼비의 책과 정세랑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그쪽 주파수 계열의 사람이라면 당신도 통할 수 있을 목록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국내도서
저자 : 황선우,김하나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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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10.12 22:09
아무튼, 예능
국내도서
저자 : 복길
출판 : 코난북스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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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복길이 예전에 어떤 잡지에 적었던, ['안양'의 아이돌]에 실렸던 특정 로컬과 아이돌 멤버들의 캐릭터성 등에 대한 글을 좀 불편하게 읽었다. 물론 저자 역시 특정 로컬과 개인의 상관성에 대한 억지 매칭이 아닌 그 함수에 스며든 복잡한 변수와 여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 또한 글 안에 드러나 있었다. 트위터 안에서 시상식 비평가(!) 또는 근사한 입담가로 유명했었고, 크게는 '슬픔의 케이팝 파티'의 기획자인 저자 사이의 간극은 글 하나로 판단할 수 없는 넓은 폭과 여지를 자랑하는 것일 테다. 안양 글 한 편에서 지금의 책 힌권까지의 확장은 마치 예능이라는 TV 매체의 가변성과도 닮아 있다. 저자가 성장한 로컬에서의 사적 성장과 충돌의 여정, 그리고 점점 확장되어 가는 페미니즘 담론과 매체 자체의 변화는 어떤 흐름과 유기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정말이지 실감 나게도 여전히 많은 벽들이 기다리고 있다. 책 안에서 거의 공적으로 다뤄지는 나영석 PD 같은 사람들의 완강하고 질긴 생명력,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길 뱉는 이수근 같은 벌레들이 꿈틀대는 이 생태계는 나 같은 '무한도전 방영 시간엔 전화 걸 생각도 하지 마라'는 엄포 따윌 내뱉은 과거 예능 멍청이까지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이 누적된 피로감과 별개로 여전히 앞날을 주시하고 변화를 촉진할 씩씩한 시청자들의 시대는 저물지 않은 듯하다. 그들이 [아무튼, 예능]과 함께 끈질긴 체력으로 버티고 있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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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9.24 19:12

구부전
국내도서
저자 : 듀나(Djuna)
출판 : 알마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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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초기작부터 이어오던 정서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구분 없는 연인 관계, 그리고 고정되어 보이는 부녀 관계 등에 대한 차가운 온도의 매듭. 무엇보다 대기권 안팎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인공-자연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비행체들의 행진 등이 일단 떠오른다. 이것은 밀린 단편들을 묶어 출간한 이번 두 권의 도서에도 여전한데 그는 그만의 방식대로 또 한 번 더 깊어져 가는구나 싶었다. 다른 시간의 선을 그려내는 중세(여기엔 서구뿐만 아니라 한반도도 포함)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논리로 생성된 신과 인간과의 관계 등의 이야기들이 추가되었다. 여기엔 조금 더 작가만의 논지가 개입된 드라큘라 이야기도, 고전적인 테마인 시간여행에 대한 고집스러운 입장들이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장편으로 즐거웠던 [대리전]의 원형도 만날 수 있고. 듀나 세계관과 현 한국 SF 서사 안에 존재하는 청소년들의 생기, 무엇보다 읽을 때 여운이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가령 '미래관리부', '수련의 아이들', '두 번째 유모', '추억충', '가말록의 탈출' 등... 아 그렇다 쉽게 이해가 잘 되는 이야길 선호하는 편이다. 다시 읽기의 과정을 거친다면 당시에 안 보이던 대목들과 이야기가 다시 보일 듯하다.

두 번째 유모
국내도서
저자 : 듀나(Djuna)
출판 : 알마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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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7.26 23:00

질식을 일으킬 기세로 다가오듯 다가오는 정보량과 텍스트들. 그런데 목을 죄거나 누르지도 않는다. 그렇게 읽히기엔 그 호흡과 리듬이 질식을 의도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야기이되 이야기로 전달되기보다는 정보로 읽히고, 정보라고 거리감을 두기엔 흐름을 타고 독자를 탑승시킨다. 이 기묘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자주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 그렇네. 경험으로써의 독서. 파격이나 치열한 가투보단 흥미로운 제안으로 보인다. 그래도 만만치 않다. 정보성이나 지식형으로 굳은 표현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이 문학은 어쩔 수 없이 젊게 와 닿는다. 주석과 인용, 스며드는 논픽션과 근사한 거짓말과 아 그래 무엇보다 한국이라는 지형과 한국이라는 곳의 역사성. 이 괴리의 재미와 그것들에 대한 작가 또는 화자의 개입과 자아는 어쩔 수 없이 재미난 숨바꼭질이다.

내가 싸우듯이
국내도서
저자 : 정지돈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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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6.28 16:52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국내도서
저자 : 박막례,김유라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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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높은 인생반전 승리담의 기록이자 한 성공한 유튜브 채널에 대한 좋은 도서 버전 주석들. 이 순도 높은 승리담의 이면과 이후에 있을 현실적인 기우를 보내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지만, 자신을 둘러싼 구성원에게 이만큼의 반전의 쾌감을 안겨준 이들이 더 있는지도 모르겠고 당사자만큼 얼굴과 언어도 모르는 이들에게 즐거운 영향력을 끼친 이들이 흔한지도 모르겠다. 연예인의 이혼을 둘러싼 일들에 말 한마디를 못 보태서 아쉬운 이들 같은 사람이라면 박막례 씨와 손녀 PD의 환상 듀오가 가진 힘과 공감의 능력보다 다른걸 더 보고 싶어서 분석의 갈퀴를 들겠지. 이해는 한다만. 즐거움도 놓치고 본질도 채취하지도 못하는 당신의 키보드에겐 먼지 털어 줄 시간이 더 아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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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6.22 14:27

“우리 학교 보건 교사 쌤이 퇴마사였대.” 이야기 [보건교사 안은영]의 작가니 이런 가지뻗기가 가능하다 싶었다. 그런데 이게 정세랑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이었대. 난 몰랐네. 느슨하지만 흐릿한 연계로 이어진 공동체 개개인들의 이야기가 하나의 맥을 잡히게 하고(웨딩드레스 44), 이런 전작 [피프티 피플]을 연상케하는 주제의식은 환상적인 설정의 형태로 보다 구체화되고(해피 쿠키 이어), 다시금 연대와 소극적인 형태로나마 지탱을 주는 연대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이혼 세일). 여기에 수줍게 작가가 사학 전공임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가상 역사물의 서사를 빌어 페이지를 후두둑 넘기게 만들고(알다시피, 은열), 테크놀러지는 작가가 여러 작품들을 통해 강조한 선한 인간들의 노력과 최선을 실현케하는 도구로 나온다(보늬). 그래 가상 역사물. 또는 SF식 사고가 여느 장편물 보다 단편물의 외형을 빌어 보다 적극적으로 지형도를 확장하고(이마와 모래), 민속과 토속의 손을 빌어오는 ‘정세랑 또는 안은영식 세상’은 여기에도 잘 굴러가고 있다(옥상에서 만나요, 영원히 77 사이즈). 

정세랑 초입자에게도 팬들에게도 각기 다른 실감으로 다가올 재미의 조각들. 천진하고도 치열하게나마 작가가 지속적으로 그만의 방식의 형성하는 여성 서사로써도 여전히 좋다.

옥상에서 만나요 2 (큰글자도서)
국내도서
저자 : 정세랑
출판 : 미디어창비 20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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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6.12 21:37

축구에 이어 술이다. 둘 다 여전히 관심이 없는 분야이며, 음유한 적이 없는 바깥 취향의 주제다. 예비대학에서 형편없는 실력을 발휘한 학교 밴드의 노래를 듣다 검은 토사물을 분출하게 한 맥주도, 별반 마땅치도 않는 애교심을 강요한 과내 축구 시간에 마신 쓰레기 같은 막걸리의 뒤끝도, 요즘의 술자리에서도 술이란 것은 그 자체로 별로인 존재였다.

그래도 이번에도 구매해서 읽었다. 김혼비의 책을 사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책에서 좀 더 명확해졌다. 글을 잘 쓴다. 술을 모르니 술자리엔 비유를 못하겠지만, 맨밥과 냉수 하나 있는 식탁 위에서도 젓가락이 자주 가는 김치를 집어서 씹는데 그 맛이 그럴싸하게 남는 식사와 흡사하다. 잘 쓴다. 잘 쓰니 자신이 ‘배추’라고 자칭하는 학창 시절의 그의 일화에 부담스러운 가식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고 흔쾌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웬걸 오늘만큼은 늦게 귀가해도 될 좋은 술자리에서 남의 연애사 초입의 끄트머리까지 잘 듣고 가는 기분을 느끼는 게 아닌가 한다.

그리고 여전히 권말에 여전히 그의 축구 이야기 책에 세상살이를 소심하고 경계하게 만드는 육시럴놈들의 남자 이야기들이 있다. 술맛 물맛 밥맛 떨어지게 하는 이 못난 놈들이 조성한 세상사 안에서 즐거운 이들이 즐겁게 가질 술자리의 온전한 즐거움만은 응원하게끔 한다. 모두 다는 아니고 일부는. 그 정도는 괜찮다. 괜찮았으면 좋겠다. 

아무튼, 술
국내도서
저자 : 김혼비
출판 : 제철소 201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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