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20. 1. 10. 18:26

내가 말했지. 2018년 최고의 웹툰은 심우도의 [우두커니]이고, 2019년 최고의 출판만화는 심우도의 [우두커니]라고. 듀오 작가 심우도의 작품 [카페 보문을 부탁해요]를 좋은 기회가 되어 출판본으로 볼 수 있었다. 흐린 기억 속에 레진 코믹스를 통해 연재가 시작된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결말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심우도 작가 특유의 문체인 차분한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고, 그림체 역시 반갑다. 

[우두커니]가 실제 있었던 가족사를 기반으로 한 극화라면, [카페 보문...]는 몇가지 설정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창작물일 것이다. 극 자체가 간혹 가볍게 꿈을 이용한 환상적 장치들이 있고, 연애라는 주제를 가지고 온 편안함이 있다. 그럼 [우두커니]가 가진 필연적 비극의 구조가 없느냐? 그건 아니고, 생과 사 노화와 퇴장이라는 사건들이 이 이야기에서도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카페 보문...]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여성들이 연대를 하고 서로 간의 삶에 차분하게 개입하고 이어가는 뭉클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목할만하다. 

카페 보문을 부탁해요 1~2 세트
국내도서
저자 : 심우도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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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20. 1. 9. 11:36
빌어먹을 세상 따위
국내도서
저자 : 찰스 포스먼(Charles Forsman) / 성기승역
출판 : 프시케의숲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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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버전을 통해 알게 된 타이틀이라 마침 출판본을 볼 기회에 놓치지 않고 바로 완독 하였다. 예상은 했지만 톤이 다르다! 그리고 드라마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을 떠나서 나오기 힘들겠다 실감했다. 출판의 내용을 바탕으로 시즌 1이 우러나올 수 있었고, 시즌 2의 내용은 제작진과 팬덤의 기대감을 반영한 어떤 서사의 부풀리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니 마련이다. 시즌제를 떠나서 독립적인 출판물로서의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황량하다. 드라마 생각했다가는 허무함과 비의의 가벼운 수렁이 빠질지도? 아무튼 책과 비교하자면, 드라마는 일종의 베리어스 아티스트 음반이다. 책은 단조롭고 슬픈 음반에 가깝다. 캐릭터들이 뛰어놀며 세상을 향해 붕붕 던지던 주먹질이 아닌 무거운 톤으로 누르는 무정한 세상과 그 안에서 가차 없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다. 피칠갑과 총성이 고요한 배경을 뒤로하며 검은 색채감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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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1. 24. 09:12

만화 그리는 부부 팀 심우도의 작품 [우두커니]는 다음 웹툰에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연재했다. 즉 2018 가장 좋은 웹툰이 시작되었고, 2019 가장 좋은 웹툰이 마무리된 셈이다. 이 연재물은 올해 텀블벅을 통해 한 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가장 믿음직한 부분은 세로 읽기로 내려가는 차분한 편집(원작이 그러하듯 칸의 기교가 최대한 배제되었다)과 굳이 권 나누기가 아닌 한 권으로 알차게 담은 구성이다. 

'아버지가 어느날 치매가 걸렸다'는 한 줄 명제로 시작하는 실제 내용을 시작부터 매듭까지의 여정의 연출을 통해 차분히 다루고 있다. 하지만 차분히라는 말의 어폐는 어찌할 수 없다. 신체와 정신이 하루가 다르게 쇠퇴하는 부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하나둘 붕괴를 시작하고, 그것은 결코 차분이라는 단어로 미화할 수 없는 격량과 여파를 야기한다. 가족이 나에게 준 헌신과 애정, 삶의 과정으로 쌓인 정성에 나는 얼마나 일원으로서 답변할 수 있고 그 솔직한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여기에 작품은 낙심과 포기의 부분까지도 다루고 있다. 그래도 이어진 삶과 그 삶을 부여해준 이에 대한 예의를 마지막까지 잊지 않으려 한다. 그에 대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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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0. 28. 15:26
피, 땀, 픽셀
국내도서
저자 : 제이슨 슈라이어(Jason Schreier) / 권혜정역
출판 : 한빛미디어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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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한 투자비 마련 이전까지는 자비를 털어 자신들의 비전을 실현해가는 인디 게임 시장, 수북한 투자비와 예산 안에서 한정된 기간 안에 몸과 정신을 담보로 하는 크런치 모드의 대작 게임사 등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힘들고 고되다. 그리고 GOTY라는 꿈은 실현되기도 하고, 속편과 DLC를 제작을 위한 시간과 여유가 다소 허락된다. 그러면 성공이다. 문제는 이 성공은 바늘구멍이다. 수익이라도 획득하면 다행이다. 만들다 뒤집어지고, 나와 조직의 성취를 알아주기나 할지 보장할 수도 없다. 호황과 소비의 시대의 그늘 아래서 심혈이라는 이름으로 피와 땀이 줄줄 떨어진다. 몇 가지의 경우는 이렇게라도 기록에 남아 도서가 된다. 

[언차티드 4], [더 위처 3] 같은 대작의 성공 사례, [스타듀 밸리] 같은 인디 성공 미담도 있지만 [디아블로 3] 같이 도서 안에서 성공의 예시로 나왔지만 유저 입장에선 갸우뚱한 챕터도 분명 존재한다. 제일 깊이 남은 이야기는 [스타워즈 1313] 챕터 부분이었다. 루카스아츠와 루카스필름의 표류, 디즈니 인수를 통한 프로젝트 전복의 역사의 뒤안길을 그리고 있다. 비즈니스 안에서 유저들의 기대를 한 몸에 껴안고도 꼰대와 사업의 생리는 가차 없다. 개인을 한껏 좌절시키는 야생성이 지금도 시장 안에서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여러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우린 그걸 구경하는 입장이라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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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0. 14. 20:54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이뤄진 제도적 정혼만이 세금과 금융에서 유리하고, 이웃과의 분쟁에서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오래된 고정관념과 실제 상식으로 굳어진 이 바닥. 부모 세대의 근심과 주변의 타박은 보다 넓은 의미로의 삶의 확장과 앞날의 색다른 전망을 막는다. 그래도 말과 취향이 맞고, 생활 패턴의 현격한 차이를 보인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거주지를 선택하고 일상을 자신들의 색채로 물들인다. 씩씩한 이야기고 전통적 연대와 애정의 이야기이자 수정주의적 가족 구성의 단초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재밌고 잘 읽힌다.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재능이 새삼 부러워지는 책이다. 이 책에 거론되는 김혼비의 책과 정세랑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그쪽 주파수 계열의 사람이라면 당신도 통할 수 있을 목록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국내도서
저자 : 황선우,김하나
출판 : 위즈덤하우스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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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10. 12. 22:09
아무튼, 예능
국내도서
저자 : 복길
출판 : 코난북스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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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복길이 예전에 어떤 잡지에 적었던, ['안양'의 아이돌]에 실렸던 특정 로컬과 아이돌 멤버들의 캐릭터성 등에 대한 글을 좀 불편하게 읽었다. 물론 저자 역시 특정 로컬과 개인의 상관성에 대한 억지 매칭이 아닌 그 함수에 스며든 복잡한 변수와 여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 또한 글 안에 드러나 있었다. 트위터 안에서 시상식 비평가(!) 또는 근사한 입담가로 유명했었고, 크게는 '슬픔의 케이팝 파티'의 기획자인 저자 사이의 간극은 글 하나로 판단할 수 없는 넓은 폭과 여지를 자랑하는 것일 테다. 안양 글 한 편에서 지금의 책 힌권까지의 확장은 마치 예능이라는 TV 매체의 가변성과도 닮아 있다. 저자가 성장한 로컬에서의 사적 성장과 충돌의 여정, 그리고 점점 확장되어 가는 페미니즘 담론과 매체 자체의 변화는 어떤 흐름과 유기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정말이지 실감 나게도 여전히 많은 벽들이 기다리고 있다. 책 안에서 거의 공적으로 다뤄지는 나영석 PD 같은 사람들의 완강하고 질긴 생명력, 아무렇지도 않은 이야길 뱉는 이수근 같은 벌레들이 꿈틀대는 이 생태계는 나 같은 '무한도전 방영 시간엔 전화 걸 생각도 하지 마라'는 엄포 따윌 내뱉은 과거 예능 멍청이까지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이 누적된 피로감과 별개로 여전히 앞날을 주시하고 변화를 촉진할 씩씩한 시청자들의 시대는 저물지 않은 듯하다. 그들이 [아무튼, 예능]과 함께 끈질긴 체력으로 버티고 있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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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9. 24. 19:12

구부전
국내도서
저자 : 듀나(Djuna)
출판 : 알마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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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초기작부터 이어오던 정서는 성적 지향성에 대한 구분 없는 연인 관계, 그리고 고정되어 보이는 부녀 관계 등에 대한 차가운 온도의 매듭. 무엇보다 대기권 안팎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인공-자연의 경계 사이에 존재하는 비행체들의 행진 등이 일단 떠오른다. 이것은 밀린 단편들을 묶어 출간한 이번 두 권의 도서에도 여전한데 그는 그만의 방식대로 또 한 번 더 깊어져 가는구나 싶었다. 다른 시간의 선을 그려내는 중세(여기엔 서구뿐만 아니라 한반도도 포함)의 풍경, 그리고 새로운 논리로 생성된 신과 인간과의 관계 등의 이야기들이 추가되었다. 여기엔 조금 더 작가만의 논지가 개입된 드라큘라 이야기도, 고전적인 테마인 시간여행에 대한 고집스러운 입장들이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장편으로 즐거웠던 [대리전]의 원형도 만날 수 있고. 듀나 세계관과 현 한국 SF 서사 안에 존재하는 청소년들의 생기, 무엇보다 읽을 때 여운이 남을 수 밖에 없었던 인상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가령 '미래관리부', '수련의 아이들', '두 번째 유모', '추억충', '가말록의 탈출' 등... 아 그렇다 쉽게 이해가 잘 되는 이야길 선호하는 편이다. 다시 읽기의 과정을 거친다면 당시에 안 보이던 대목들과 이야기가 다시 보일 듯하다.

두 번째 유모
국내도서
저자 : 듀나(Djuna)
출판 : 알마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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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 7. 26. 23:00

질식을 일으킬 기세로 다가오듯 다가오는 정보량과 텍스트들. 그런데 목을 죄거나 누르지도 않는다. 그렇게 읽히기엔 그 호흡과 리듬이 질식을 의도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야기이되 이야기로 전달되기보다는 정보로 읽히고, 정보라고 거리감을 두기엔 흐름을 타고 독자를 탑승시킨다. 이 기묘한 작가와 독자 사이의 자주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 그렇네. 경험으로써의 독서. 파격이나 치열한 가투보단 흥미로운 제안으로 보인다. 그래도 만만치 않다. 정보성이나 지식형으로 굳은 표현으로 규정할 수 없는 이 문학은 어쩔 수 없이 젊게 와 닿는다. 주석과 인용, 스며드는 논픽션과 근사한 거짓말과 아 그래 무엇보다 한국이라는 지형과 한국이라는 곳의 역사성. 이 괴리의 재미와 그것들에 대한 작가 또는 화자의 개입과 자아는 어쩔 수 없이 재미난 숨바꼭질이다.

내가 싸우듯이
국내도서
저자 : 정지돈
출판 : 문학과지성사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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