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5. 11. 2. 23:13

웹진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고 있다. 각 싱글 리뷰의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





신해철 「I Want It All」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이름으로 발표한 데모 버전(2014)이 완전판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사연엔 1년 사이의 거대한 비극이 서려 있다. 심포니 메탈의 장치 안에 여러 장르를 섭렵한 밴드 수장의 이력을 반영한 다양한 장르 시도는 물론이거니와 유나이티드 형식에 맞는 트윈 보컬 기용 등 의욕과 아이디어가 내재되었고, 무엇보다 관객들의 음성을 후반부에 삽입한다는 발상은 「힘을 내!」(2004)를 닮아 있다. 데모 버전에 비해 보다 밴드 형식의 각 파트들이 교란하는 연출에 주력한 듯하다. 특히나 신해철의 가사 세계를 개인과 실존 영역의 '존재'와 외부 상황의 '세계'로 난폭하게 나눈다면, 이 곡은 이번에 공개된 「Welcome To The Real World」와 함께 전자에 속하는 셈인데 과연 넥스트와 신해철이 음악을 계속 내놓았다면 이런 경향으로 기울었을까하는 궁금함이 든다. 이젠 이런 것조차 짐작할 수 밖에 없는 난처한 입장이 되었지만.

★★★






 

 

트와이스 「OOH-AHH하게」


뚜렷하게 드러나는 미쓰에이의 하락세와 멤버 개개별의 경력사원급 부침 속에 의외로 발견한 장르 활로 개척이 인상적이었던 원더걸스를 보면, 트와이스의 등장은 JYP 안에서 제법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 시작은 능숙하게 보이기 보다는 마치 곡 속의 고음부를 닮은 일관된 씩씩함이 인상적인데, 좀 더 다듬을 법도 했을텐데 이 덜 완성된 듯한 분위기로 의표를 찌르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보도자료의 컬러팝이라는 명칭이 뿌리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고, 보도자료 작성자조차도 그럴 것이다. 아무튼 제법 제법 서툰 첫 인사다. 곡이 주는 인상은 어느새 흐려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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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5. 10. 28. 23:13

근무처가 바뀌어서 그나마 이것도 하루 늦었다.







- 책은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데, 아무튼 11월 안엔 꼬옥. 네 네. 책을 기다리는건 바로 나다.


- 신곡도 신곡이지만, 이번에 재수록된 I Want it All


지난 0.7 DEMO 버전에 비해서 좀 더 밑에서 리듬과 리프들이 요동친다. 그리고 원작자 의도(?)대로 후반부 관객들의 함성이 입혀졌다.([개한민국] 시절부터 연원된 일종의 버릇?)


살아 있었다면 넥스트 수록곡들이 세계에서 개인으로 가사와 테마의 관심이 이동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모든 것은 짐작의 범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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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0.28 23:20  Addr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BlogIcon 똥글_이 2015.10.29 20:09 신고  Addr  Edit/Del  Reply

    짐작의 범주라는게 새삼 슬프네요.
    60살에 한방 터트리겠다고 했었는데..

  3. BlogIcon 슬리피초코 2015.12.15 23:32  Addr  Edit/Del  Reply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759693957491344&id=100003522397826

    넥스트의 마지막 시기를 함께하셨던 베이시스트인 제이드씨가 페이스북에 넥스트 7집이 멤버들과 성지훈 엔지니어님에 의해 작업 중이라고 글을 남겨주셨더군요. 유작곡으로 공개된 일부 곡들도 넥스트의 신보수록예정곡이었던 듯하네요.

posted by 렉스 trex 2015. 1. 9. 13:32

* 웹진에서 신해철 타계 이후, 추모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그리고 오늘 마무리 되었다. [링크] 기존 정규 디스코그래피를 비롯, 몇몇 아티클로 구성중이며 나는 그중 3꼭지 정도를 적었다. [안녕, 마왕] 운운하는 타이틀은 나도 맘에 안 들지만, 아무튼 시리즈 전체 잘 읽어주시길...




[안녕, 魔王 : Epilogue]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



그 날은 월요일 저녁 9시가 넘어서였습니다. 머릿속을 짓누르는 걱정이 있었지만, 당신에 대한 지분은 크지 않았습니다. 원래 일상을 부둥켜안고 산다는 게 그러하듯이, 보람과 기쁨 한 숟가락과 걱정 한 포대가 공존하고 있었지요. 그럼에도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지인에게 받은 문자 한 통으로 아연한 실감은 공포가 되어 다가왔습니다.



당신이 이제는 더이상 세상에 없다고 합니다. 육신의 흔적들은 아직 남아 있되 음악 하는 당신, 입담을 푸는 당신, 병석에서 아파하는 당신, 회복되어 온건한 당신은 이제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1과 100 사이가 오가며 가능성과 실망감이 교차하던 당신과 우리 사이의 현세는 이렇게 0으로 마지막 파국을 선언하게 된 것입니다.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방문한 영안실 건물 1층에서 당신의 모습이 실린 안내 사진을 보는 순간, 전 그 0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BGM



10대에서부터 곧 40대에 진입하는 지금의 나에게, 당신의 음악은 어쨌거나 인생의 배경음악이었습니다. 「Turn off the T.V」(1992)의 “세계 최고 동양 최대”는 교실 학우들과의 우스개 신호에 불과했지만, 대학 1학년 홀로 자취방의 카세트로 처음 들었던 「The Destruction Of The Shell (껍질의 파괴)」(1994)에서부터 사정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부모가 정해놓은 길을 / 선생이 가르치는 대로 / 친구들과 경쟁하며” 중 1/3만 실천해 온 학창 시절이었지만, 이 가사가 제 심중을 겨냥해 발사한 본격적인 신호탄은 대학 생활 초입에 ‘늦은 중2병’의 후유증을 앓게 했습니다.



입대 후 야간 탄약고 경계근무를 마치고 들어온 조용한 밤, 내무반에서 선임들이 잠에서 깰세라 최소한의 음량으로 들었던 「절망에 관하여」(1996)가 안겨준 실감나는 절망감은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것입니다. 그 곡 하나가 남은 군 생활을 버티게 된 힘이 되었다는 거짓말을 적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명백히 고통은 고통일 뿐이고 노래는 그저 노래일 뿐입니다. 다만 그 곡(과 함께 병장 시절 본, 넥스트 해체 기자 회견 같은 일들)이 남긴 그 시절의 명징한 기억은 아마 인생의 끝까지 안고 갈 끈덕진 유산일 것입니다.



   

연극 속(또는 바깥)에서


 

그런데 당신의 음악은 날이 갈수록 직접적이 되어 갔습니다. 「The Pressure (압박)」(2000)에서“나가 뒤져 버리든 말든 / 네가 죽을 용기가 있냐?”라고 묻던 당신은 「개한민국」(2004)에서 “남편은 애 엄마를 패고 선생은 학생들을 패고 / 의원님은 지들끼리 패고 패라 패라 뒤질 때까지”의 영역까지 나가더군요. 전 그런 당신이 싫지 않았습니다. 매미와 민물장어로 대표되던 개인과 세계 사이의 긴장감은 이후 ‘껍질을 파괴’한 후, 성난 분노를 외벽으로 감싸고 돌진하는 극단의 전형을 보여주더군요.



당신의 솔로 2집에 있던 「The Greatest Beginning」(1991)를 처음 들었을 때 흡사 그렘린처럼 변조된 다이얼로그를 들으며 당시 저는 웃었습니다. 그 ‘시퀀스 하는 아이돌’은 미소와 대본을 강요하던 환경과 세계의 압력에서 벗어나려 노력해 왔고, 어느샌가 이 땅을 「현세지옥(現世地獄)」(2004)이라 명명하는 개인적 주체로서의 어른이 되어 있었지요.


  

당신은 그 가운데서도 부인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라며, 발라드를 만들기도 했고 (「Last Love Song」) 부인과 가족도 모두 편히 들을 수 있는 음반을 꾀하기도 했습니다. (『The Songs For The One』) 하지만 당신이 극히 개인적인 음악으로 숨통을 틀 때, 저는 잠시 반감을 품기도 했습니다. 연극 무대로 비유되는 거대한 세상과 그 내부에서 벗어나려는 탈주하는 개인으로서의 긴장감을 연출할 때, 당신이 가장 빛났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었을지요. 그런 ‘가혹한 왕관’을 팬이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머리 위에 굳이 씌우려 했던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해 봅니다.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


 

한편, 당신은 자신의 숨통을 음악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틔기도 했습니다. 밤의 DJ로서 당신은 남녀노소의 음침한, 하지만 화통한 친구이기도 했고 토론 프로그램 패널로서의 당신은 ‘지적 능력이 광대 노릇을 압도’하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도, 지지한 당선자에게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1인 시위를 자처한 것도 한 사람의 언행 안에서 나온 파격이었습니다. 공교육 붕괴를 말하였으며, 입시학원의 광고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세상과 불화하는 순간들이 출몰하였고, 불화를 겁내지 않고 일일이 무언가를 답해가며 태도를 밝혀 왔습니다. 그 순간마다 팬이자 음악 듣는 사람인 저는 찬성하기도 했고, 반대하기도 했고, 당신이 일으키는 불화들을 괜히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불화를 반기거나 그에 중독되었거나 불화를 위한 불화에 탐닉해오지 않았습니다. 대체로 선대에 대한 존중을 숨기지 않았으며 - 부활, 신대철, 정태춘 등등 - 후진들을 걱정해오던 사람이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음악 만들기의 감각이 둔중해지는 것을 최근엔 다행스럽게도 경계했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의욕을 자주 피력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0이 되었으나, 저는 그 0이 주는 황망함을 당분간 힘든 과제인양 풀지 못할 듯합니다. 인생의 BGM을 순간순간 부여하던 사람, 새로운 음악이 줄 흥분감과 실망 또는 상념의 허탈 중 어느 쪽도 예측하지 못하게 된 이 마당엔 더더욱 말이죠. 그것은 일종의 애증이라고 하겠습니다. 앞으론 당당히 실망감을 피력할 수도 없는 이 무기력함은 거대한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남은 일은 당신이 해왔던 일을 떠올리며, 사적이든 공적이든 반추하는 길 외엔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을 위해 보낸 헌정곡의 제목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와 저의 입으로 곱씹게 되었습니다. Good bye. Mr. Trouble 신해철. 명복을 빕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남은 인생 어떤 순간에도 다시는 만날 순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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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백태클 2015.01.10 04:02  Addr  Edit/Del  Reply

    이 글을 보면서 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0000 2021.02.25 17:23  Addr  Edit/Del  Reply

    좋은글 잘 봤습니다.

posted by 렉스 trex 2014. 12. 9. 11:05

* 웹진에서 신해철 타계 이후, 추모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링크] 기존 정규 디스코그래피를 비롯, 몇몇 아티클로 구성중이며 나는 그중 3꼭지 정도를 적을 듯 하다. 이제 글 하나 남았다. [안녕, 마왕] 운운하는 타이틀은 나도 맘에 안 들지만, 아무튼 시리즈 전체 잘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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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The Second Fan Service:ReGame?』(2006)




거듭된 실패기의 초상



“뒤늦은 부탁을 들어주겠니

날 잊지 말아줘 괴로워해 줘.“ 「Last Love Song」




길게 돌아온 길은 신해철에게 피로를 쌓게 하였다. 비트겐슈타인과 젊은 멤버들을 중심으로 재결성한 넥스트의 이름으로 발매한 『The Return Of N.Ex.T Part 3 : 개한민국』(2004)이 이룬 성과를 무시하기는 힘들었지만, 평단과 대중들은 냉담했다. 무엇보다 넥스트 3집 시기부터 누적된 내부 갈등은 걸출한 음반이라는 결과물(『Lazenca : A Space Rock Opera』(1997))에도 불구하고 파국을 야기했고, 이는 ‘민주적 운영’이라는 밴드 편성의 과제를 신해철에게 안겨준 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겐슈타인과 『개한민국』 활동에서 대내외적으로 소위 ‘독재자’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던 부단한 노력과 한정된 예산 안에서 사운드를 만들던 과정은 한 시기의 광경이었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실패는 자명해 보였다. ‘건국 이래 최대의 호황’이라는 호사를 듣던 밴드의 이야기는 이미 과거형이 되었고, 달라진 신해철의 록 넘버들을 사람들은 반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젊은 멤버들이 밴드를 등지고 해산하였다. (해고의 형태일수도 있겠다.)



『ReGame?』은 이런저런 의미에서 다소 뜻밖의 귀환이었다. 퀸(Queen)의 『Queen II』(1973)의 구도를 빼다 박은 음반 커버에 돌아온 멤버 김세황, 이수용, 김영석, 데빈, 거기에 젊은 멤버 지현수의 가세까지... 이것은 일견 전성기 넥스트의 재림을 예고하는 모양새였다. 다만 밴드의 재정비 과정에서 신해철은 신곡보다는 지난번 솔로 이력의 결산 『Crom’s Techno Works』(1998)와 유사하게 과거의 이력을 묶어 재작업하는 데 주력한다. 무한궤도에서부터 넥스트, 심지어 비트겐슈타인에 이르는 길을 자신(들)의 손으로 조명한다. 이른바 2번째 ‘셀프 리메이크’ 음반이다.



음반을 듣는 감상이란 다소간의 착잡함과 약간의 벅참이 교차하는 것이었다. 이미 자신의 음악적 전형 - 중반부부터 터져 나오는 코러스, 실존적 고민을 짧은 행 안에 담는 가사 - 을 데뷔 음반의 1번 트랙에서부터 진작에 완성했던,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를 굳이 화려한 편성으로 다시 부르는 당사자의 심경이란 어떤 것일까? 누누이 공언했던 Part.3 작업 대신에 여전히 「아버지와 나」 Part 1, 2를 다시 부르는 것만으로 끝낸 것은 본인에게 만족스러운 일이었을까?



라이브에서 듣는 게 산삼 캐는 것처럼 극히 드문 일이라던, (Van Halen 풍의) 「영원히」로 다시금 결속의 의미를 부각하며 피날레를 장식한 것을 보면 아무튼 이것은 작은 진심이었다. 적어도 넥스트라는 이름의 깃발은 쉬이 내릴 것이 아님을 본인도 자명하게 알고 있었고, 이를 다시 시작으로 후속 작업 프로젝트 『666』의 증명을 내보일 차례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본작의 넥스트 멤버로는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의기투합한 옛 동지들은 이내 해산하였고, 프로젝트 『666』의 이름을 단 첫 음반은 젊은 새 멤버들을 모으는 것으로 시작해야만 했다.



한편 본작의 유일한 신곡 「Last Love Song」에서의 ‘Last’라는 단어가 현시점에서 이렇듯 묵직하고 참담하게 되돌아와 박힐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본래 부인을 위한 이 발라드곡은 그의 노래 소재들이 결혼이라는 개인사를 기점으로 어느 정도 변화할 수 있는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가능성이 그간의 작업과 유사한, 장르 탐구를 넘어서 하나의 음반으로 오롯이 발매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밴드 복귀 생활의 피로감을 피력한 것인지 알 도리는 없지만, 다음 솔로 음반 『The Songs For the One』은 ‘부인과 가족이 들을 수 있는’ 음반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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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4. 11. 28. 11:07

* 웹진에서 신해철 타계 이후, 추모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링크] 기존 정규 디스코그래피를 비롯, 몇몇 아티클로 구성중이며 나는 그중 3꼭지 정도를 적을 듯 하다. [안녕, 마왕] 운운하는 타이틀은 나도 맘에 안 들지만, 아무튼 시리즈 전체 잘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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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Crom's Techno Works』(1998)


“그렇게 무릎이 벌벌 떨릴 정도로 

무서우면서도 한발 또 한발...“ from 「Letter To Myself」



첫 번째, 영국발 안부 편지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라는 말로 밴드 해체 기자회견 후 수많은 음악팬들을 망연하게 만들어놓곤, 영국으로 건너가 두 장짜리 안부 편지를 보낸다. 그것도 케미컬 브라더스(Chemical Brothers)와 프로디지(The Prodigy)가 득세하던 씬이 버젓이 존재하던 영국에서 온 일렉트로니카 음반이라니. 웹과 통신의 갑론을박이 이전까진 ‘넥스트 VS 反 넥스트’의 구도였다면, ‘믿는다 신해철 VS 변절자 신해철’의 구도로 바뀌고 있었다. (이 나라에서 록/메탈이 차지한 소수 신도의 종교 같은 분위기가 반영된 것일까.) 



하지만 소싯적부터 ‘시퀀스 만지던 아이돌’이었던 신해철에겐 『노땐스』 이후 본작은 이른바 전공 재수강이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으로 구성한 싱글 모음집이자 개인 이력의 재해석본이었다. 훗날 넥스트의 이름으로 발매될 『ReGame』(2006)에 앞서 이런 형식의 첫 시도를 해본 셈이다. 도입부를 여는 「1999」(『내일은 늦으리』, 1992)의 새 버전을 시작으로, 발표 당시 신인 듀오 틱톡(Tick Tock)에게 목소리를 빌렸던 「설레이는 소년처럼」(『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OST, 1993)을 다시 자신의 목소리로 재작업한  「Shy Boy」 등 이른바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까지 차곡차곡 담은 첫 번째 디스크는 흥미롭다. 



「1999」는 밴드 사운드와 테크노 사이의 함량 배분을 고민하던 시절을 잊어도 될 만치 곡의 분위기는 보다 직선적이 되었고, ‘시퀀스 만지는 아이돌’ 시절의 두 대표곡 「Good Bye」와 「Jazz Cafe」는 당시에 표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탐구가 짙어졌다. 『노땐스』에 수록되었던 「Moon Madness」의 경우, 재발굴이라기보다 음산함의 농도가 짙어져 작가의 의도에 더 충실(?)해진 듯했다. 「Letter To Myself」는 원전이 되는 「나에게 쓰는 편지」(『Myself』, 1991)에 ‘나래이션 애호가’ 다운 가사가 배치되어 뭉클함과 간지러움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50 Years After」에서 「껍질의 파괴」(『The Return Of N.Ex.T Part 1 : The Being』, 1994)의 후렴을 소환해 온 것인데, 어쩌면 이것으로 신해철은 지난 한 시대를 매듭 하는 제스처를 취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국 체류 기간의 가난을 농담처럼 흘리고, 한정된 제작비 안에서도 능숙한 녹음 작업을 수행하는 게리 무어(Gary Moore)나 영문 사전을 들춰보며 가사를 조합하며 곡 작업을 하는 앙그라(Angra) 같은 음악인들을 ‘현장’에서 본 인상을 토로하는 그의 작업기 또한 넥스트와 다른 방향을 가고 있었다. ‘건국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린 록 밴드의 수장’에서 홈메이킹 작업으로 국외 시장 안에서 한국 국적의 음악인들이 해낼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한 당시의 신해철에게 훗날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의 등장은 흐릿하게나마 구상되고 있지 않았을까?



두 번째 디스크의 신곡들이 보여준 일면들도 주목할만하다.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을 「일상으로의 초대」는 차가운 사운드 텍스처와 가사 속 온기의 공존으로 이 음악인이 곡 잘 만드는 로맨티스트임을 새삼 확인케 한다. 이 안부 편지 음반 안엔 듣는 이들을 위한 동전의 양면 같은 메시지 역시 공존하고 있는데, “괜찮아요.”라는 격려를 보내는 「It's Alright」 쪽이 앞면이라면, ‘괜찮지’ 못한 세태를 여전한 대작 취향으로 빚어 피력한 「매미의 꿈」 쪽은 뒷면이라 할 수 있겠다. 여전히 신해철은 주제 면에서 개인이 진정 원하는 것을 쥐어야 하는 인생의 당위에 대한 긍정과 고뇌, 반면 이를 억압하며 틀어막는 외부 세계에 대한 비판의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훗날 그의 경력과 몇몇 트랙들에서 이 주제가 이어짐을 예고한다. 



영국발 안부 편지는 이어서 한 장이 더 작성이 될 예정이었다. 보다 심화한 작법으로 그의 이력 중 기억될 한 지점이 될 『Monocrom』이 그렇게 준비되고 있었다. (본작의 믹싱을 맡은 음악인이자 모노크롬의 파트너인 크리스 상그리디 Chris Tsangarides와의 인연 또는 악연이 연장되는 셈이다.)





웹진 게재 버전 : http://musicy.kr/?code=review&subp=0101&cidx=&gbn=viewok&sp=&tag=&gp=1&ix=4594 / 별점은 추모 특집이라, 다섯개로 통일하자고 해서 한건데 제 관점에선 3개 반이 적절한 음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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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4. 10. 28. 00:19

라젠카가 우릴 구원하(지 못하)리라.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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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다면 2006년에 이글루스에서 완료했던, '그대에게'에서부터 [개한민국]까지 신해철의 전 디스코그래피를 다뤘던 스트러글링 시리즈 ( http://t.co/tuhcmZViQ8 )를 현재 블로그에 그 후의 음반까지 모두 다시 다룰까 생각중입니다.


- 기존 글들의 개보수 : 말도 안되는 문장, 느끼한 문장, 현 시점과 맞지 않은 표현 개선 기타 등등
- [개한민국] 이후의 정규/비정규 음반 정리
- 기본적인 방향은 정규 작업 위주로 정리


그렇게 가닥을 잡고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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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rom 2014.10.28 13:58  Addr  Edit/Del  Reply

    전 아직 진정으로 못받아들이는거 같습니다..

  2. BlogIcon 미스트 2014.10.28 23:28  Addr  Edit/Del  Reply

    이런 소식을 통해 렉스님 블로그를 떠올리고 찾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시 올라올 글을 기다리겠습니다.....

    • BlogIcon 렉스 trex 2014.10.29 14:30 신고  Addr  Edit/Del

      어서 오세요-. 저도 간간히 미스트님 수원 사랑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글들은 넵 준비할게요..

  3. BlogIcon 슬리피초코 2014.10.29 03:41  Addr  Edit/Del  Reply

    군대가기전에 마지막댓글을 달았다가 전역하고서도 한참만에 기억나서 글씁니다. 빈소를 다녀왔는데 이렇게 갈 분이 아닌데 싶더군요...

    • BlogIcon 렉스 trex 2014.10.29 14:31 신고  Addr  Edit/Del

      역시나 다녀 오셨군요. 저도 1층에 있는 전광판 안내에서부터 기분이 너무 이상하더군요..

  4. BlogIcon 음반수집가 2014.10.29 10:22  Addr  Edit/Del  Reply

    유독 신해철을 좋아하셨던 렉스님 가슴이 많이 아플 듯 하네요.
    명복을 빕니다.

  5. BlogIcon 슬리피초코 2014.11.01 16:27  Addr  Edit/Del  Reply

    오늘(11/1) 밤 11시 15분에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에서 예전에 넥스트 공연 방영분을 미방영분까지 방송한다고 합니다. 후배밴드들이 넥스트 노래를 같이 했었던 방송이었는데 미방영분까지 나온다니 의미있을 듯 하네요...

  6. BlogIcon EST 2014.11.01 20:29  Addr  Edit/Del  Reply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렇게 갈 분이 아닌데'라는 슬리피초코님 말씀에 묵직하게 공감이 가는군요.

  7. BlogIcon 새파란 2014.11.09 08:00  Addr  Edit/Del  Reply

    이전에 쓰셨던 스트러글링 시리즈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8. pinopan 2014.11.25 00:39  Addr  Edit/Del  Reply

    참한 글, 재미난 글, 먹먹한 글까지, 잘 읽고 갑니다. 어...근데 해철이 형 생일 5월 6일이에요.^^;

posted by 렉스 trex 2014. 7. 13. 13:43

웹진 개설 후 신규 코너인, 필자별 단평과 별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싱글 리뷰 코너 [Single Out]에 참여하게 되었다. 1회차엔 신해철, 쏜애플, AOA의 싱글 평에 참여...


본 게시물 및 각 싱글 리뷰 경로는 (링크) / 별점은 고통의 제도이지만(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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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 - 단 하나의 약속 / ★★★


리드미컬한 곡의 도입부는 넥스트의 「남태평양」을 연상케 한다. 그러다 곡은 일순 극적인 파워 발라드의 구성으로 전개되는데, 보도자료에 의하면 수년간 다듬은 가사의 테마가 스며있는 모양이다. 길지 않은 음반의 전제적인 분위기에선 벗어나 있는 테마이긴 하되, 그 톤이 어긋나지 않아 들리는 것은 엔지니어형 음악인 신해철의 공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Here I Stand for U」의 가사를 다시 빌려온 곡의 후반부는 역시나 이 음악인 특유의 자아도취적인 면모임을 수긍하면서도, 이 음반이 시류와 관련 없이 나온 조탁의 결과물임을 실감하게 한다. 




쏜애플 - 낯선 열대 / ★★★★


만약 락페스티벌이라고 가정한다면, 예의 낭랑한 윤성현의 보컬이 나오는 초반엔 동행자와 잡담과 간식을 나누며 딴짓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파장공세가 시작되는 중반부에 고개를 돌리고 그들을 보러 가까이 달려갔을 것이다. 비로소 그때 초반의 사이키델릭한 매력을 놓쳤음을 후회했을 것이며, ‘이를 우짤꼬’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중후반부엔 어느샌가 관객 사이에 땀과 습기의 공동체가 되었음을 확인할 것이다. 그제야 이것이 베이스와 드럼이 만든 차진 리듬감과 파열을 주도하는 기타, 도약하는 보컬이 합쳐진 ‘공든 탑’이었음을 깨닫는다. 




에이오에이 - 단발머리 (Short Hair) / ★★☆



「짧은 치마」 당시엔 그나마도 짧은 치마의 지퍼를 올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이 곡에선 긴 머리칼을 자르는 퍼포먼스 같은 건 없다. 1위 입성 아이돌 그룹이 얻은 여유의 후광효과인지는 알 순 없지만, 용감한형제의 조력은 아직은 든든해 보인다. (그다음 스텝은?) "당당한 여잔데"라는 실소 나오는 가사가 있는, 전작의 잔뜩 힘 들어간 방향성에 비한다면 한결 여유가 느껴지는데 그게 태만하게 들리지 않는다. 잘 기억되는 후렴이 있는 합당한 인기곡이다. 다만 뽀얀 신체 부위를 강조하는 컨셉의 연장은 태만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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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4. 7. 10. 10:56

포털 카페에서 홈페이지 시스템으로 개편한 음악취향Y(링크)의 2014년 프로젝트, 댄스 베스트 120에 참여하였다. 


- 서문 (링크)

- 111위 ~ 120위 (링크)

- 101위 ~ 110위 (링크)

- 91위 ~ 100위 (링크)

- 81위 ~ 90위 (링크)


나 역시 참여했다. 오늘은 89위 신해철의 「안녕」(링크)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무한궤도의 해산 이후 신해철은 다른 한 축이었던 정석원과 상반되는 노선을 걸어간다. 아직 이 시기까지는 서로의 이름을 상대방의 음반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나, 두 사람의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 행보는 훗날 공일오비와 넥스트로 드러났다. 공일오비 초기작 일부처럼 신디사이저를 통한 화려한 화성을 수놓는 정석원 작곡의 「인생이라는 꿈」과 달리 신해철 작곡의 「안녕」은 간명한 베이스로 시작해 밝고 나긋한 멜로디와 규칙적인 템포로 소년 소녀들의 귀를 낚아챈다. 이 뉴웨이브 풍 댄스 넘버에 신해철은 '한국 역사상 가장 요란한 사랑을 받은' 록밴드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은 버스-랩-버스(verse-rap-verse) 구성을 그의 이력에서 처음 선보인다. 기억될 안무보다는 흥에 맡긴 단정한 모션과 무엇보다 깔끔한 외양을 앞세운 솔로 이력은 일차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선물가게의 포장지처럼 예쁘게 꾸민 미소”를 취한 태도에 대한 화자의 냉소를 담은 노래건만 정작 곡의 외양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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