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뭐라칸다/시사/매체/게임등등'에 해당되는 글 319건

  1. 2019.10.21 [엘 카미노]
  2. 2019.10.13 [플레잉 하드 : 게임의 법칙]
  3. 2019.10.03 [킹덤] 시즌 1
  4. 2019.09.17 [블랙 미러] 시즌 1
  5. 2019.08.29 [젤다의 전설 :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6. 2019.08.24 [60일 지정생존자]
  7. 2019.08.04 [왕좌의 게임] 시즌 7
  8. 2019.05.21 [갓 오브 워 : Raising Kratos]
posted by 렉스 trex 2019.10.21 21:58

제시를 위한 에필로그다. 잘 죽은(!) 월터에 이어 제시에게도 합당한 매듭이 주어져서 아무튼 다행이다. 사실 이야기가 덧붙여지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는 이유는 [브레이킹 배드]가 참으로 보기 드물게 완결성이 좋은 작품인 덕이다. 물론 시즌이 쌓일수록 결국 여러 캐릭터를 헤아리지 않은 무리한 경로가 드러났고, 그게 참 아이러니하게 월터를 위한 가장 탄탄한 서사를 만드는데 기여를 한 셈이다. 덕분에 제시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는데 세계관의 부스러기 같은 요소들과 절묘하게 추출해낸 디테일로 [엘 카미노]는 마치 부두교의 시체처럼 살아 일어났다. 적당했나? 난 이 정도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창작자들의 자신들이 탐닉했던 과거에 대한 팬픽을 추가한 것을 시청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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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10.13 22:44

"발매일 해보고 제일 후회가 없다고 생각한 게임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이슨 반덴베르크는 10여 년 넘게 구상하고 수년간의 공정을 지닌 타이틀 [포 아너]의 완성 후, 이렇게 뭉클한 고백을 한다. 매번 남들이 만들다가 공정을 놓은 타이틀을 수습하는 것으로 이력을 채우던 이 사람에게 인생의 꿈이 서린 게임이었고, 그의 비유를 빌자면 '대학 입학을 앞둔 자식' 같은 타이틀이었다. 하지만 정식 발매 4주를 앞두고 유비소프트 몬트리올과 프로듀서 스테판 카딘은 그를 이 프로젝트에서 뗀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종적으로 [포 아너]가 발매하는 시점 더 이상 작품은 제이슨의 자식 같은 존재가 되지 못한다. 

게임의 역사나 게임 시장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들은 이 작품이 그러하듯, 어제도 오늘도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무호흡증을 안고 있는 마케팅 담당자, 어린 자녀와의 유대에 절실함을 느끼는 제작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 [플레잉 하드]는 한 남자의 실패와 상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란도 총기 사고 등이 일어나는 국제 정세의 정국 아래 '폭력과 살인이 서린 게임'을 만드는 창작자의 윤리적 고민, 게임이라는 쾌락 매체가 가진 본연의 즐거움과 그로 인해 세계관의 형성을 고민을 더욱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난처함이 잘 살아있다.

제작 공정 막바지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직원들의 잇따른 퇴사 행진곡, 멘탈 붕괴에 갑작스레 연락을 두절하고 출근하지 않는 프로듀서 등의 인간군상이 속 쓰리게 펼쳐진다. 물론 "그래도 너희들은 GOTY 후보에나마 오른 적도 있고 제법 팔았잖아!"라는 한국적 빈축을 세울 수도 있겠으나 매번 여러 가지 생각을 낳는 흡입력 있는 실화의 재미는 숨길 수 없다. 게다가 다큐멘터리는 바삭 말라있는 드라이한 진실이 아닌, 실상 조성된 드라마가 스며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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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10.03 20:05

일단 시작은 좋지 않다. 노동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위기 관리를 이유로 초반 여론에 진화를 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던 제작진의 태도가 곱게 보일리가 일단 만무하다. 극 자체의 매력도 막상 높지 않았다. 디렉팅을 변명하기엔 어쨌거나 계비 조씨를 맡은 배우의 톤이 극과 맞다고 생각하기엔 어려웠다. 그외에 주력 캐릭터의 진가를 보여주기엔 일단 짧았다. 최종 판단은 언급을 않거나 짧게 말할 수 밖에 없는 현재로선 무책임한거 같다. 주지훈도 모르겠고 배두나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류승룡만 무슨 톤을 보여줄지는 전형적으로 보여 잘 알겠고, 어째 한국판 [지정생존자]의 배역 분위기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 허준호의 매력이 되려 돋보이긴 했다. 시즌 2 일단 따라 가봅시다. 시즌 1에 생긴 사고를 상기하자면 킹덤 자체를 마음 속에 불허하는 것도 당연하게 보인다. 잘못했으니까요.

- 아무튼 시즌 1에서 한양(쎄울)의 안전을 위해 호남이 아닌 영남을 봉쇄하는, 한국 정치 알레고리의 역전 같은 설정이 한결 재밌긴 했습니다. 그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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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9.17 11:03

 

영국산 시리즈답게 시즌 당 회차 개수가 차라리 적다 싶을 정도로 경제적이고, 문체의 맛은 참 맵다. 못됐다 싶을 정도의 발상을 근접한 미래의 상황에 빗대어 기술 이상주의의 양면을 보여주며 녹여낸다. [공주와 돼지]는 시즌 1 첫화답게 가히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선전포고에 가까워 보였다. 우린 이런 거 만들고 보여줄 테니 각오하라는. 하겠냐 싶은 것을 꼭 시키고야 마는 짙은 심술이 느껴졌다. [핫 샷]은 다이어트 산업 비웃고, 인앱 결제 및 구독 서비스 플랫폼 비웃더니 급기야 [갓 탤런트] 시리즈 및 여러 서바이벌까지 조소하더니 급기야 섹스 산업의 이면을 예의 그 더러움으로 흥. [당신의 모든 순간]은 최근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영화 판권을 아예 샀다는데, 하기사 아이언맨 시리즈 연상케 하는 시스템의 UI가 그럴싸하니 예쁘긴 하더라. 시즌 2도 슬슬 시청 시작했는데, 진한 기술 불신과 인간 불신 구덩이에 당분간 빠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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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8.29 16:16

거대한 폭우가 내리며 천둥이 하늘과 땅을 울린다. 간혹 낙뢰는 금속 재질의 장비를 쉽사리 공격하므로 잠시 풀어 둔 상태로 기후가 변하길 기다려야 한다. 축축한 바닥이 싫어 언덕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미끄럽고 험한 길이 이동을 방해한다. 마침내 빗방울이 잦아드니 저편에 기적 같은 쌍무지개가 나를 반긴다. 험상궂는 이 여정 안에 잠시나마 나를 달래주는 변화다. 그러나 안심도 잠깐, 기다란 코를 흔들거리며 달려오는 몬스터는 양손에 큼직한 무기로 내 머리통을 내리칠 기세다.

개발 영상을 제외하고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총 3번의 트레일러를 통해 강조한 게임 속의 감각은 바로 야생이라고 일컫는 자연과 생태계의 것이다. 육식동물이 지나가는 이족보행 인물들을 위협하고, 자신의 거처와 생활에 위화감을 주는 이들에게 두려움과 방어행위를 표출하는 그런 환경. 그런데 그 안의 것들은 내 재산을 채울 도구가 되기도 하고, 급한 대로 내 생긱을 가능케 할 자원들이기도 하다. 이 안에서 상실한 자신의 기억력과 책무감으로 뒤집어 씌워진 오랜 옛날의 임무를 회복해 완수해야 하는 용사로서의 운명을 수락한 주인공. 그렇게 '공주 구하기'의 클리쉐가 시작된다. 

대륙을 이동하여 이번엔 혹독한 추위가 거동을 방해하는 설원이다. 던져준 미션을 염두해두면, 자비 없는 뙤약볕이 대륙을 채운 지역에도 가야 할 예정이다. 폭발하는 화산은 왕국에 드리는 암운에 대한 불만을 재울 정도로 당장의 위협이고, 만나는 인물들은 때론 배타적이고 도움의 손길만 내미는 민초들이나 다름없다. 명마는 허리를 허락하지 않고, 수수께끼를 내는 요정들은 천연덕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더더욱 생생하게 닿는다. 여행길 옆에 지나가는 잠자리의 날개질처럼 세계는 생생하게 여기저기 살아 숨 쉬고, 목숨과 죽음의 반복은 가차 없다. 강한 둔기로 용사의 생명력이 깎이고 방패로 튕겨내지 못한 가디언의 광선은 몸을 아랑곳없이 태운다. 

중세의 여관에서 간만에 전신욕을 하면 하룻밤 성관계로 이어지고, 현대 환락의 도시에서 스트립 클럽 서비스로 달러를 날리는 다른 오픈월드 게임과 다르게 [브레스 오드 더 와일드]가 택한 세계는 '조금 더 능동적으로 동화 시대의 이미지를 탈피하려 노력하는 공주'가 가 기다리는 전설의 어느 시대이다. 여기선 시커 스톤이라 이름 붙여진 고대의 가젯이 있고 이는 염동력과 자력, 촬영 기술을 발휘하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고 물과 불 및 전기 등의 원소와 생물학적 특성을 각기 지닌 종족 등의 설정이 세계 곳곳에 깔려있다. 여기에 더해 칼과 마법의 세계를 묘사하는 액션(즉 게임에서의 컨트롤에 대한 문제)에 더해 '사당'이라 불리는 골치 아픈 시리즈 특유의 퍼즐적인 요소가 스며있다.

잘되는 것, 익히 해왔던 것들을 잘 합치면 그럭저럭 괜찮은 게임이 나올 수 있다...고 다들 그렇게 친다. 그런데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그것들을 합친 기가 막힌 것이 되었다. 경험과 감정적 고양, 감각과 조작의 일치 등 액션 게임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배치를 끝내주게 실현해냈다. 물론 이것은 개별마다의 취향에 따라 갈릴 수도 있고, 당장엔 지루한 부분과 장기적인 피로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플레이 시간을 어느 이상 채운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몇몇 부분의 한계 정도는 가볍게 넘기며, 이 게임이 준 인상이 더 깊었음을 말하고 싶다. 

+ 모든 대륙 지도와 4개의 신수 중 3개만 해결, 최종 보스에 애초에 닿지 못함이라는 미완의 진행인 상태로 원 주인에게 스위치는 반납 예정이다. 그렇다면 내 여정은 끝났을까? 앞날을 어찌 알겠어요. 현세가 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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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8.24 15:04

인기 있는 드라마, 소문이 계속 나는 드라마를 지속적으로 생산해야 한다는 tVN의 고민은 급기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다는 판단으로 굳혀졌던 모양이다. ‘지정생존자’라는 명칭과 제도 대신 ‘권한대행’이라는 한국적 명칭과 제도로 대체했음에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것은, 구 공산권 진영과 중동의 위협에 버금가는 한국만의 국제적 정세와 위협이 버티고 있는 덕이다. 그것은 북의 위협으로 대표되고 초반의 위기를 야기하긴 하지만, 시청자의 예상대로 블럭버스터급 게임 타이틀의 규칙대로 ‘진 보스’가 따로 있는 정황은 점점 실체를 따로 드러낸다.

[24시간]으로 하드 바디 시대의 육체와는 다른 외양으로 ‘화난 백인 아버지’의 얼굴을 보여준 키퍼 서덜랜드의 화장톤을 조절한 오리지널 [지정생존자]를 대신하는 것은 하드보일드 물([수])과 한남 물([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등에서 다채로운(?) 인상을 뻣뻣함의 일변도로 구현했던 지진희다. 손해보험 광고의 표정을 여전히 지키고 있는 그는 ‘이공계’라는 종특을 가미해 정치에 대해선 모르고, 휴머니즘 심장 뇌를 자주 굴리는 갑톡튀 대선 후보의 위상을 보여준다.

대선 후보 그렇다. [60일 지정생존자]가 그려내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의 꾸준한 위협과 ‘이 나라에 살고 있는 팔자’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청자와 시민사회 일부가 껴안고 있는 ‘노무현’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이상적인 대통령상에 대한 회고이다. 이 회고는 이명박과 박근혜(+ 세월호로 입힌 정신병리) 시대를 거쳐오며 사람들에게 사실상 복수심, 보상심리, 극복 의지 등의 양상으로 흔적처럼 제각각 남아있는데, 극은 이 현실적 패배감을 전임 대통령 김갑수의 테러로 인한 사망과 새로운 인물 지진희의 등장으로 비유처럼 그려낸다.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상은 무엇입니까?”를 질문하는 과정에서 극은 보수 성향이 뚜렷하지만 합리주의와 새로운 여성 리더상을 대변할 야당 대표와 강대국 논리를 활용해 눈 앞의 적을 처단할 복수극의 영웅상으로 등장한 초임 국회의원 같은 인물들을 제시하며 빌런도 우상도 완벽하게 구현될 수 없는 정치무대 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여기에 [킹스맨] 등을 연상케하는 헐리우드식 음모의 세계관 놀이와 ‘차별금지법’ 같은 장치와 설정은 작가의 의도야 어떻든간에 양념으로 장식을 가하다 어느새인가 휘리릭 사라진다.

언론 매체와 재벌 논리, 그리고 현실이 삼각형도 아닌 그야말로 엉킨 실타래처럼 엉킨 한국 상황에서 [60일 지정생존자]가 그야말로 사이다 같은 해법이나 청량감을 줄리는 애초부터 무리였을 것이다. (물론 극과 작가는 은연중 이상적인 대통령상에 어떤 바람을 분명히 갈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극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당연히 유보적이고 그나마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덜 찜찜한 귀결을 향해 달렸고, 여기에 ‘그 밑에 은근히 일본 놈들 탓’도 깔아놓은 채 다음 시즌은 어차피 힘들 결말을 내놓았다.(정작 시즌 2가 필요할 [보좌관]은 1의 시청률 성적이 좋지 않으니 그게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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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8.04 21:20
Ramin Djawadi - Game Of Thrones: Season 8 (왕좌의 게임 시즌 8) (Soundtrack)
음반
배급 : Ramin Djawadi
출시 : 2019.08.02
상세보기

시즌 8의 파국을 사실상 7이 제법 내포하고 있어야하지 않겠나. 그런데 내가 본 입장에선 그럴 가능성이 커보이진 않았던 시즌이었다. 존 스노우가 왜 대너리스에게 깊이 매혹되었는지 백태 눈의 나로선 잘 모르겠고, 사실 리틀핑거 퇴장이 통쾌하기 보다는 준비가 덜해 보였다. 리틀핑거 그렇게 허술한 사람 아니잖아... 마치 퇴장 당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퇴장 당한 것처럼 보였고, 스타크 자매의 행동이 시청자에게 사이다가 되길 바라는 제작진의 얼렁뚱땅한 안이함이 보였다.

여전히 전투씬은 출중하고, 화이트 워커들이 행한 ‘그 일’이 너무 근사했고 힘있게 느껴졌다. 사실 그 대목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안 떠올린 사람들 없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걱정은 많지만 그래도 일단 흩어진 스타크의 아이들이 어쨌거나 재회한 것이 괜하게 찡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해준 가장 최선의 정리이자 떡밥 회수였던거다. 그리고 이게 앞으로 망한다는거죠. 하하하. 어떡하면 좋습니까. 아 맞다. 다른 의미로 라니스터 남매 쪽들도 서로간의 감정을 정리했구나. 개판씩으로 정리해도 정리인거죠. 네네.

왕좌의 게임 시즌7 (4DISC) - DVD
배급 :
출시 : 2017.12.07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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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렉스 trex 2019.05.21 15:14

* 유튜브에서 한글 자막과 함께 편안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s://youtu.be/eipg1EdbeRU


2005년 시리즈의 첫 작품 이후 꾸준하게 '신의 피를 이어받은 태생인데, 신의 영토에 가서 무례하게 온갖 것들 도륙하고 박살 내며 피 튀기는 안티 히어로 크레토스가 나오는 시리즈'인 갓 오브 워가 작년 플레이스테이션 4를 통해 복귀하였다. 이는 시리즈의 2편 메인 디렉터인 코리 발록의 복귀이기도 하며, 그는 다큐의 주된 스토리인 '그는 왜 메타 크리틱 점수 94점을 보고 눈물을 흘렸는가'의 해당 주인공이기도 하다.
 
놀라운 아이디어와 파급력, 프로모션을 동반한 플랫폼들의 지원 사격을 통해 매해 획기적인 인디 타이틀들을 쏟아내는 게임계이지만 실상 많은 게이머들은 언제나 '근사한 대작'을 기다리는 것이 진실이다. 그리하여 수많은 타이틀들이 영멸 하며, '어쩌자고 이 지경을' 같은 평을 얻는 대작들은 무대 뒤편에 사라지고 한편으로는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는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스매시 히트와 롱런을 현실화할 성공 타이틀, 디렉터와 엔지니어들은 자신의 꿈을 실현할 뿌듯한 타이틀을 꿈꿀 것이다. 그리고 엄연히 누구나 자격 없이 거기에 오를 순 없음도 알고 있을 것이고. 2018년에 넘버링 타이틀 없이 이름 하나로만 발매한 [갓 오브 워]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기록과 성취야 게이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실감한다. 이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그들은 그것을 해냈다.

이 고난의 기록을 다큐는 2시간 가까이 담고 있다. 시리즈의 역량을 재현하고자 하는 디렉터의 책무감이 있고, 심혈을 기울였으나 좌초한 SF 프로젝트의 후유증을 앓은 제작사의 선택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있지도 않았던 수북한 수염을 달고 등장하며 그리스 신화의 세계관에서 북유럽 신화로 무대를 옮긴 주인공을 설득시켜야 하는 제작진의 고민이 수북하다. 모션 캡처 연기를 할 성우 겸 연기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작업이 실사물인지 게임 인지도 몰랐고, 완료 D-데이를 앞둔 게임은 버그가 타임 스케줄에 의하면 0여야 하는데 살펴보니 3,000여 개의 버그 투성이 덩어리다. 괜찮을까요?

게임계를 경험한 이들도 알고 게이머들도 여기저기 들어서 간접적으로 알고 있다. 버그 없는 게임은 존재하지 않고, 자의적 타의적으로 강요되지 않는 공정상의 크런치 모드가 없는 게임 제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보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남이 고생하는 과정 구경하는 재미'라는 것도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갓 오브 워 : Raising Kratos]가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주된 정서는 게임 속 주인공 크레토스처럼 '하루아침에 아이의 아버지가 된 이'의 난처함이다. 

고독한 낭인 인생에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생명이 하나 추가된 사람, 그 생명으로 인해 그 앞과는 다른 인생의 행로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의 난처함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설명도 힘든 부분이다. 제작의 과정에서 주인공의 목소리를 맡은 모션 캡처 배우는 자신의 실제 일상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훔치고, 여성 제작자는 게임업계 안에서 맞벌이로 자신의 경력 관리와 가족의 부양을 책임지는 일 사이의 감정을 최대한 숨기려 하지만 눈물만큼은 속이지 못한다.

크레토스와 자신의 건장한 체형과 무자비한 성향과 확연히 대비되는 아이의 천성이 근심스럽고 - 물론 게임의 말미엔 이와 관련한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 , 아이는 성장함에 따라 언젠가는 부계와의 결별과 독립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필연이라는 삶의 여정과 투쟁이 예약되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단순히 게임 안의 서사가 아니라 결국 우리 개개인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삶은 고통이다. 으아아.

디렉터 코리 발록 등을 비롯해 상당수의 사람들은 자긍심 있는 공정물의 최종 완성을 위해 희생하고 이것이 맞는 것인가 피곤함을 안고 자문한다. Show Must Go On의 명제를 위해 일정의 (아주 당연한) 지연 이후 수많은 제작진들의 사연을 안은 채 [갓 오브 워]는 이렇게 출시되었고,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리고 매년 이렇게 우리는 성공과 희열, 좌절과 절치부심을 안은 작품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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