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렉스 trex 2019.01.2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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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조 「Nightmare」

또 계보를 살펴봐야 한다. 크롤러의 이건희, 키치스의 이건홍, 노셸터의 정창훈(미즈노) 등이 규합해 만든 디모조는 누군가에겐 낯익지만, 데모 테잎을 그들 이력 처음으로 음원 사이트에 등록한 누구의 시점에선 새삼 처음 등장한 존재들이다. 멤버들의 이력의 흔적이 그러하듯 하드코어 펑크, 서프, 개러지, 그루브 메탈 등의 요소 등이 예상/감지되는데 이펙터 먹은 기타의 퍼즈는 혼미함도 주지만 한편으로는 곡의 전반적인 경쾌함도 흐릿하지 않다. 개러지를 골조로 한 거두절미한 연주로 인상을 남긴다. 싱글 외에 음반 전체가 줄 감상을 가까운 이들에게 묻고픈 밴드. ★★★☆​

posted by 렉스 trex 2019.01.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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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스테레오 「Taillight」

곳곳에서 편안함에 대한 추구를 강조하는 밴드다. 기본적인 신스팝 안에서 살짝 씨티팝 리바이벌의 기조도 내비치는 듯하지만, 음악이든 표현하는 문장이든 도드라진 야심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무심하지 않게 얌전히 칠(Chill)한 분위기를 탄력 있게 전달한다. 달빛같이 밤거리를 아스라이 밝히는 비트와 작은 흥분감으로 출렁이는 그루브감이 긍정적으로 들린다. ★★☆


권나무 「Love In Campus」

덤덤하게 짚는 가사, 어쿠스틱 기타는 비올라 등의 선율을 만나 서사를 고조시키고 후반부에 권나무의 목소리는 뭉친 감정을 힘있게 발산한다. 나지막하고 눌린 상태로 살기엔 똘똘 뭉친 기운이 보글대던 시절, 형언하기 힘든 감정과 사정들을 안고 있었기에 뭐라도 뱉고 싶은 끙끙거린 문장으로 살았던 어설프게 똑똑했던 시절. 수북하게 쌓인 채 엉킨 그 무엇들을 위해 권나무는 사랑을 계속 말하고 피아노는 마무리를 향해 꾹꾹 제 소리를 낸다. 드라마틱하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9.01.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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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램 「The Plague」

밴드 까마귀의 블루스함을 주도한 편지효의 새 밴드, 그럼 감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음악은 그 감에서 멀어진 것이다. 강하게 내려앉은 하드록 사운드가 초반을 지배하고, 역병을 일컫는 곡 제목에 인문학적인 보도자료의 나방처럼 펄럭이는 문장을 읽으면 감이라는 것이 날아가 버린다. 감은 안 잡히는데 대신 음악은 확 휘감긴다. 태초에 존재한 Led Zeppelin의 등에서 태어나 Soundgarden과 Alice In Chains 등이 음악팬들을 심란하게 만들던 시대를 거치며, 심지어 Godsmack의 얼터 메탈까지 근접하는가 싶더니 7분여가 넘는 시간대에서 아주 잠시 프로그 메탈의 표피를 어루만지다 극적으로 마무리한다. 다섯 명의 구성원이 황량한 유튜브 채널 하나와 영문을 짐작할까 말까 한 문장과 자료를 들고 홀연히 등장했다. 그래도 인상이 뚜렷하다. ★★★1/2



posted by 렉스 trex 2019.01.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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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예측불허 : Entropy」

자욱하게 깔려 상대방을 휘감아 시선에서 속까지 관통하는 듯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초반을 지배한다. 이어서 맑되 상찬의 소리로 노숙함을 강요받는 기실 철없는 소리가 아닌 관록의 목소리가 들린다. 보컬의 주인인 정혜선이 유재하가요제를 거쳐 하나뮤직에서의 1집과 2집으로 이어지는 부침의 사연과 이력을 확인하면, 이 관록은 확신으로 굳어진다. 이런 초반의 몰입 덕에 ‘러시아 푸틴처럼 럼주 속에 애타는 나날들‘ 같은 다소 부담스러운 가사도 그냥 모른 척 흘려듣게 된다. 허스키와 명료함을 오가는 그의 목소리와 돌아온 이가 시도하는 여러 의욕적인 시도들은 정작 이 음악이 푸른곰팡이 표 음악이 아님에도 어떤 계보와 갈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내년에 그가 내놓을 남은 싱글들이 ‘어디 출신, 아무개 발굴’이 아닌 뚜렷한 정혜선의 이력을 새롭게 새길 것이기에 기대되는 행보. ★★★



posted by 렉스 trex 2018.12.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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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Popico」

음악, 아트워크 등의 전방위 크리에이티브 크루인 아보카도의 새 싱글. 뮤직비디오 안에 드러나는 인상적인 저항의 몸짓 역시 정치적 언급이 아닌 기호와 이미지를 따온 영상 퍼포먼스에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여러 언급으로 유추되듯 전자음이 중후반부에 도드라지는 가운데 메마른 발성의 보컬과 텅텅 두들기는 드럼, 파장을 일으키는 베이스의 얼터너티브 록 성향의 연주는 하나의 장르로 인상을 주는 밴드 음악이라기보다는 다채로운 활동의 외연 중 일부라는 인상이 강하다. 즉 앞으로 뭐가 강화되고 어떤 것이 배제된 성향의 것이 나올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 근간의 음악 씬에서 만들어지는 젊은 음악의 생산, 유통을 둘러싼 자구책 등의 고민이 이렇게 노출되고 있다. ★★★



백현진×김나언 「그 근처 (feat. 김오키새턴발라드)」

백현진의 목소리가 나오기 전과 후, 어쩔 수 없는 적적한 쓸쓸함이 묻을 것은 예상했다. 마치 제비다방에서 출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까지 걷는 1시간 50여 분의 도보 약 7km의 여정(네이버/다음넷 지도 서비스 정보 참조) 같은 기분이다. 이 계절이라면 1시간 50분간 걷다 회고하고 고민하다 보면 답은 찾지 못해도 자급적인 고독을 생산하기엔 적절하다 싶다. 백현진의 예의 끓는 보컬에 김나언의 방울방울 거품 올라오는 신시사이저와 사운드메이킹, 무엇보다 소화기 분말처럼 뿜는 김오키의 연주가 보태지면 당신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것이 들릴 것이다. 보도자료는 ‘성인 가요’를 언급하지만 내게 이것은 위장한 예술적 언사로 읽힌다. 우리 시대의 성인 가요는 이 곡의 7분 54초 런닝타임 보다 몇 년 전부터 그냥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2013)로 시대정신을 점찍었건만.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니겠는가. 이 곡은 이미 후반부, 통념을 벗어난 채로 목소리에서 지글거리는 전자음의 점묘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만의 독자와 청자를 요구하고 있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2.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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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라디오 (Rock'n'Roll Radio) - The Mist

먼저 뮤직비디오 이야기. 언제부턴가 싱글아웃에서 다루는 곡들 중 안팎으로 죽음에 대한 테마에 연관된 곡들의 수가 적지 않은 기분이다. 세월호 이후의 한국 대중음악이 앓고 있는 후유증과도 연관 있어 보이고 (물론 이 곡이 그 사건에 대한 언급을 다루는 곡은 아니다) 여러모로 한국 사회가 죽음에 있어선 '이후의 긍정'이나 '내세의 열락'으로 여유있게(?) 다룰 수 있는 폭이 극도로 협소한 사회라는 점도 있는 듯하다. 본작 역시 곡의 서두를 장식한 신시사이저와 베이스 등은 자욱한 안개처럼 묵직하게 보이지 않는 어떤 권능을 묘사하며 진행한다. 여기에 김내현의 마초적인 보컬은 무게를 배가하며 곡을 전체적으로 밴드의 전작들과도 차별화된 감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짧지 않은 러닝 타임 속에 중반에 들어서서 가속을 밟는 곡의 국면 전환은 시종일관 침통한 비극의 어조를 딛고 기이한 활력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고통스러운 수난이라는 궤, 그 단단한 힘을 아이러니하게 들려준다. 밴드의 이력에 기억될 작품 하나가 여기에. ★★★★


posted by 렉스 trex 2018.12.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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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모리 「작별인사」

서사로 보자면 김목경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1990)의 사연을 국악을 베이스로 한 크로스오버 장르로 이식한 듯하다. 일견 들으면 장쾌한 것은 물론이며 흥마저 엿보인다. 어르신들은 장례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한 축제라고 했다지만, 이것은 무엇인가 재청을 하면 가사에 채 담지 못할 등장인물들의 사연과 인생을 정준석의 록 기타는 울분을 토하듯 쏟아붓는다.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던 이안나의 피아노는 곡 후반부 오르간으로 옮겨 찌르르 울컥하고, 문상준의 타악기가 헤아릴 수 없는 타인의 비극을 장대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하나의 삶이 닫히고 짚기 힘든 삶의 원리가 축제의 외연을 가진다. ★★★☆


항가울로 「있어. 너는」

인상적인 울렁거림이 있는 가사는 실은 잘 안 들리고, 리버브로 넘실거리는 기타는 찌릿찌릿한 파열음을 발산한다. 공간감을 강조한 녹음은 불편함을 주거나 청자를 밖으로 밀어 내보지 않으며, 고독의 방으로 초청한다. 철철 내려치는 드럼, 일렁이며 교란 상태의 메시지를 내뱉는 보컬이 듣는 시간을 오래도록 붙잡으며 매혹하다 후반부 명징하게 들리는 멜로딕한 기타는 이제 방의 퇴장을 종용한다. 아쉬운 시간 6분여, 다음 곡 플레이를 자연스럽게 허락하며 중단 버튼을 터치하지 않는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1.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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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얼굴들 「그건 니 생각이고」 

 2개의 간략한 건반 악기 편성으로 들려주는 마지막 음반 속 싱글 커트곡이 주는 소회는 적지 않은 이들에게 남다르게 들릴 것이다. 어떤 이에겐 엠넷의 《덕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편에서 뉴웨이브의 전설, David Byrne(Talking Heads)을 만나기 위해 간 팬보이 청년 장기하의 짧은 여정이 상기될 것이다. 다른 누군가에겐 곡 속에 삽입된 서태지와아이들의 「환상속의 그대」(92)를 듣고 장기하와얼굴들의 오마주가 짚었던 영토가 이제 70년대, 80년대를 건너 90년대에 당도했다는 실감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음을 향해... 아 이제 끝났지’라는 슬픈 감상을 추가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음악인 장기하의 여정이 끝났다고 단언하기엔 우린 너무 오만한 판단을 하는 것일 테고, 그저 그는 여기서 한 대목을 정리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뾰뾰뿅 사운드 안에서 차분히 관계와 세상살이의 조각을 짚었던 이 곡 다음 챕터의 걸음걸이를 누가 감히 전망하겠는가. 그저 달력만 넘어간다. 뾰뾰뿅. ★★★☆



술탄오브더디스코 「통배권 (feat. 뱃사공)」

신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1집 이후 나온 싱글들보단 다큐 《수퍼 디스코》(2018)의 관람이 훨씬 도움이 될 듯하다. 재능있는 밴드 프론트맨의 번아웃과 이를 지켜볼 수밖에(그리고 지켜보기엔 억장이 무너지는) 없는 레이블 대표와의 피하기 힘든 갈등을 보여주는 이 작품의 대목들은 내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의 서사보다 나아 보였다. 진통 이후 나온 술탄의 음악들은 기계적인 이분법으로 분류하자면 ‘여전함‘과 모색에 의한 분화 또는 심화인데, 이 곡은 첫 감상대로 ‘여전함‘ 쪽으로 들린다. 그 ‘여전함‘은 당연히 태만이 아니라 나잠수의 송메이킹과 홍기의 착착 맞는 기타 등으로 ‘제대로’의 맛을 구현한 완료로 대변된다. 왜 뮤직비디오 속 애니메이션은 만화 《쿵후보이 친미》의 통배권 모션을 구현하지 못했느냐, 왜 밴드 안의 힙합 전사 김간지를 놔두고 굳이 라짓군주의 뱃사공을 초청했냐 하는 문제는 그저 장난으로 걸어보는 심술에 불과하다. 뱃사공은 컨셉을 잘 이해한 가사를 가져왔고, 연주를 비롯한 안무와 컨셉은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밴드의 모습을 잘 지키고 있다. ★★★☆



애리 「없어지는 길」

큰 무대보단 작은 무대가 많은 씬의 특성상 애리는 이 곡을 밴드 편성이 아닌 홀로 기타를 들고나온 무대에서 부를 때가 많다. 덕분에 라이브에서의 이 노래에선 마무리 대목에서 그 적막함이 쓸쓸하게 닿는 기분이 강했다. 스튜디오 밴드 편성으로 듣는 이 노래에선 적막함은 물론이며, 때론 베이스로 인한 절박한 발걸음 같은 박자를 때론 기타로 인한 파장을 때론 드럼으로 인한 역동을 무엇보다 애리의 보컬이 몇 겹을 만들면서 환상성을 배가시킨다. 더욱 치열하게 접근하는 화자의 정서와 사이키델릭한 도취의 기운이 휘감는 후반부는 홀로 선 라이브 무대보다 추가된 런닝 타임을 요구하고, 그만큼 청자의 폐를 쿡 누른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1.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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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니 「불안지옥」

어디서 날아온 존재인가. 라고 적기엔 무안할 정도로 이미 존재했던 향니는 음반의 도입부 하나로도 새소년이 지나간 2017년 이후의 올해엔 바로 향니가 주인공임을 입증한다. 여기엔 삐삐밴드가 예비한 미래가 현실화한 현재의 모습에 덧붙여, 군 복무로 부재중인 실리카겔 이후의 적자임을 증명하는 온갖 것들이 즐비하다. 흐물흐물하다 의표를 찔러대는 키보드와 불안한 징후를 장난스럽게 내뱉는 이지향의 강력한 존재를 좀체 부인하기 힘들며, 이를 지원하는 휘청대는 코러스 등은 사이키델릭 강국 한반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든다. 1집을 못 알아본 몇 년 전 무지한 자신을 새삼 탓하게 만든 귀환작. ★★★☆




최항석과부기몬스터 「난 뚱뚱해」

또 한 명의 블루스맨이 살찐(사실 그렇게 안 쪘어요!) 체구를 내세우며 자신은 살찐 사람이라 토로한다. 이 걸쭉한 목소리를 가진 음악인의 입담은 “살찌면 부자 된다”는 귀여운 궤변과 합리로 똘똘 뭉쳤는데, 그게 싫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뱉는 이야기들이 때론 대화체 같고 때론 실제로 그루브가 잔뜩 먹힌 그 자체로 음악으로 들리는 덕분이다. 후반부엔 그야말로 소울을 영접하여 곡의 가사에도 언급된 ‘레전드’들과 악수하자고 덤비는 형국이라 더욱더 그렇다. 이런 최항석의 보컬을 술 한잔 마시지도 못하는 내가 굳이 대입해 보자면, 예일보다는 라거의 영역이다. 내가 영상으로만 보고 상상만 해보는 그 맛. 그뿐인가. 뚝뚝 떨어지다 같이 호소하며 울컥하는 기타와 더불어 꼭꼭 잘 짚어주는 믿음직한 이진광의 드럼과 최효석의 베이스는 모범이자 발군이다. 물론 이는 이효주가 하몬드 오르간 연주로 깔아놓은 장르적인 공기의 수훈 덕일 테다. ★★★★



보이어 「부덕의 소치」

매쓰 록이라는 장르에 대해선 옆 나라 일본 씬에 대해 동경과 유사한 감정이 있었던 터였다. 보이어의 음악을 들을 기회나 결심이 없었다면 괜한 오해 상태로 한 해를 의미 없이 지나칠 뻔했다. 청명한 톤으로 ‘듣기 편함’을 일견 들려주는 듯하지만 실은 정확함과 치밀하게 입장과 퇴장을 반복하는 기타는 물론 능수능란하게 쪼갠 타격감으로 다가오는 드럼 등은 장르를 인식하게 만든다. 여기에 윤형준이 맡은 피아노의 배합이 의외로 데워주는 온기는 장르를 넘어 이들의 음악에 대한 인상을 보다 뚜렷하게 만든다. 제목이 던지는 의기소침한 정서와 달리 후반부 맵싸하게 달리는 기타와 각 파트의 바빠지는 연주는 가사가 없어도 꾸준하게 대화와 대면을 요청하는 생명력 있는 음악이라는 인상을 준다. ★★★



posted by 렉스 trex 2018.10.2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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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모드 「Physically (feat. 예서)」

올해를 기억할 음반 중 하나인 예서의 『Damn Rules』(2018)가 보여준 깊은 인상이 재현된다. 실상 본작이 주는 매력의 상당수는 예서의 목소리에 기인하며, 이에 대해 보이모드를 만든 듀오 역시 이를 굳이 부정하지 않는 듯하다. 그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농염함과 신비한 인상이 도드라질 때 사운드 역시 명징해지고, 예서의 캐릭터가 가진 뿌연 안개 같은 기운이 자욱하게 깔릴 때 곡의 분위기 역시 그럴싸하게 조성한다. 곡 전체가 한 싱어의 역량을 피처링이라는 단어로 퇴색되지 않게 함은 물론 제법 부각해 준다는 인상이다. 그래서 본작의 주인들은 이를 당연히 의도했을 법하나 만족스러웠을지는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게 한다. 과연 이어질 작업에선 여러 협업을 거친 최상의 콜라보를 연작으로 보여줄지, 아니면 진정한 국면과 정체를 드러낼 작업을 할지 물음표를 남기는 대목. ★★☆



페이크유니버스 「A Journey To The Horizon」

이 ‘모조품 은하계’ 안엔 키보드가 거대한 검은 공간 안에 수많은 작은 빛들을 발산하는 우주를 형성한다. 여기에 중력의 단단한 긴장감을 묘사한 베이스가 나지막하게 운동하고, 기타는 순탄한 활력과 비행을 묘사한다. 음악으로 만들어진 스윙바이(Swingby :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여 궤도를 조정하는 항법이라고 하네요 – 작성자)인 셈이다. 이리하여 한 밴드의 설렘이 깃든 등장은 청자에게 감정이 전이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신비로움을 묘사하는 연주의 연출은 우주의 불가해함을 닮아간다. 전자음이 각각의 별들의 군집을 만드는 이 씬 안에서 얼마나 뚜렷하게 기억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