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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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x 2019. 2. 2. 10:56

17화 대본 누출로 인해 많은 타격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드라마가 연장을 결정한 시점 또는 시청자로서는 14 1/2화부터는, 슬슬 늘어지는 서사와 묘한 휘청거림이 감지되긴 했다. 드라마의 전반부의 서스펜스는 영재 가족을 둘러싼 불행의 기운과 모든 것을 압제하듯 누르는 주영의 등장(탄생!)이었다. 매번 생각했지만 주영의 캐릭터는 정체가 드러나거나 과거가 사연을 드러내며 보여주고 노출이 잦으면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이 캐릭터는 은밀하고 가급적 끝까지 수수께끼인 것이 유리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수학 천재지만 모정이 거부하는 딸, 카레, 그를 보스로 여기며 따르는 과거의 약물중독자 하하하. 네. 이런 모든 것이 망함의 징조를 드러내고, 신입 웹툰 스토리 작가의 구상 비슷한 것들이 극을 휘감아버렸다.

모든 것이 더욱 끔찍해져가는 것은 슬슬 드라마 속 아비들이 슬슬 온화한 햇살을 맞으며 인술을 발휘하는 전직 공기총 매니아, 착의 상태로 샤워하는 면도남으로 일신하여 감히 반성을 거론하고 여성들에게서 먼발치 떨어진 곳에서 사람다운 척을 해낸 시간대부터다. 반전은 없었고 20화까지 교양과 반성 제스츄어의 방어막 아래서 이들은 위신을 챙기고 종내엔 좋은 아버지로’만’ 생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실상 드라마가 시작될 때부터 예상했던, 실질적인 학부’모’ 전쟁극으로서의 극은 성과를 이뤘을까? 차라리 스카이캐슬 네 가족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내부적인 취약점 - 탐욕 / 어설픔 / 순진함 / 한심함 -의 요소에 따라 하나둘 공멸하는 과정을 그렸다면 어땠을까? 훨씬 그럴싸 했을텐데, 결국 가족 넷 중 한 집만 이사를 가고 나머지 3명의 학부’모’로 새롭게 입주한 여성을 두고 비웃기만 하네요.

망했어.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