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xism : 렉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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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너스]

trex 2021. 12. 30. 08:28

소중한 가족이 실종되었다. 며칠 만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믿을 수 없이 귀가하면 그저 다행이라 안도할 일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애간장 타는 부모의 속은 이젠 아예 시꺼먼 재가 되어 바스락 거리는 먼지처럼 소멸할 지경이다. 실력 있다는 경찰은 도통 믿을 수 없고, 수사는 핵심을 못 참고 지연되니 당사자도 곤혹스럽다. 이렇게 야금야금 서로의 마음을 좀 먹는 생채기는 생채기가 되어 일상을 지배하고, 황량화된 모든 것이 자신과 상대 모두에게 악몽 같은 세상을 만든다. 유괴된 아이들, 증거가 될 물품들, 물증과 추정의 누적, 무엇보다 가족을 되찾고픈 부성이 택한 가장 잘못된 행동 등은 닫연하듯이 파국으로 향하게 된다. 가장 최근의 개봉작 중 하나인 [듄]과 더불어 [블레이드 러너 2049], [컨택트], [시카리오] 등으로 영화 섬세하게 잘 조성한다는 평가를 받는 드니 빌뇌브의 장점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눅눅한 기후의 질감마저도 감정선에서 실감 나게 설득시키는 연출과 캐릭터의 호연은 이 초기작에서도 잘 있었구나. 실제 자신의 딸에게도 유대를 잘 드러냈던 배우 휴 잭맨의 폭발하는 순간은 곧잘 표출의 형태로 조성되었고, [나이트 크롤러]에서 시작해 [더 길티]까지 이어진 쾡한 눈매의 제이크 질렌할의 피로감은 우리에게 잘 전달된다. 여기에 사건의 코어로 부각된 속임수(?!)로서의 위치엔 폴 다노가 자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장기의 말을 잘 배치했달까. 

사건의 맥락이 기존적으로 가진 온도가 관객의 촉각을 자극하고, 사슴과 뱀, 미로 등으로 대변하는 이상 범죄심리애 대한 뇌 게임의 제안까지, 감상면에서 만만해 보이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갇힌 사람과 가둔 사람이 공존하는 고통의 드라마, 기꺼이 그 통증을 감내할 자신이 있는 관객을 위한 작품이라고 써야 할까. 결정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사건은 미해결을 의도적으로 남긴 듯한데, 이 여운의 몫을 감독은 우리에게 남긴 셈이다. 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