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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 안도르] 시즌 1

trex 2022. 11. 25. 13:08

디즈니 플러스의 스타워즈 라인업에서 [만달로리안]과 [북 오브 보바 펫]은 익히 알다시피 스타워즈의 은하계에서 인물들의 문제가가 비단 제다이와 다크 포스에서만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새삼 알려줬다. 이미 [(한) 솔로] 같은 단독 작품에서도 이런 시각은 확대되었지만. 상대적으로 평가가 기대만큼 좋지 못했고 제작진의 판단은 [로그 원]의 스핀오프이자 프리퀄에 해당하는 단독 시리즈로 가자는 판단이었던 모양이다. 키시안 안도르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극화의 서사에서 일종의 스파이 장르를 표방하자는 노선은 다소 우려와 궁금증을 낳았지만 시즌 1의 마무리를 보니 이런 우려들은  여러 면에서 다행히 누그러지는 수준이었던 듯하다.

인정과 흐릿한 판단력 대신 거침없이 상대방의 머리에 라이플을 쏘는 하드 보일드 세상의 주인공, 그 위에 점차 뚜렷하게 전체주의 악령의 안개가 드리우는 은하계와 지난 미국 정권의 인종 차별의 공기까지 나름 충실하게 묘사했다. 제다이와 다스의 인물들 대신 자리한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은 마치 이 행성의 구성원들처럼 경제적 궁핍과 대출 상환을 걱정하고, 푸코의 [감시와 처벌] 빰치는 체제 속 검열과 구속의 시스템 안에서 탈주와 해방을 희망하기도 하고 대체로 좌절한다. 광선검의 활극 대신 이들에겐 당장의 생존과 혁명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것이 [로그 원]의 그 키워드 '저항'이자 시리즈의 관건인 것이다.

이런 설득을 위한 인물의 변화와 배치가 중요했지 싶다. 인물의 속내에 대해 수수께끼의 여지를 둔 루선 레일(스텔란 스카스가드 분), 분명 변화의 일면을 하나둘 시즌 2에서 풀어낼듯한 데드라 미로(드니즈 고프 분) 등의 인물은 분명 매력적이다. 이번 시즌 1 엔딩 크레디트의 쿠키 영상이 보여주는 [로그 원]의 메인 서사와의 접점은 제법 기가 막힌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 브라운관으로 봤던 2차 세계 대전 배경의 드라마를 연상케 했던 게릴라 물 서사와 뻣뻣한 연출이 지금도 간혹 기억에 남은 해외 드라마의 여러 면모가 내게 [안도르]를 통해 상기되었다. 어쨌거나 올해 디즈니 플러스 제공 드라마 중 스타워즈, MCU 라인업 중 제일 만족스러웠던 시청이었다.